‘중심망막동맥폐쇄’는 망막 혈관이 갑자기 막혀서 실명까지 이어져 2시간 내 치료 시작이 중요한데, 초기부터 고압산소요법을 시행하면 시력 회복에 효과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고압산소치료는 시각 세포가 모여 있어서 시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망막과 맥락막의 두께 감소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압산소치료는 대기압보다 2~3배 높은 고압 산소를 체내 혈액 속에 녹아들게 해서 신체 곳곳에 고농도 산소를 공급하는 치료다. 높은 대기압에서 100%의 산소를 흡입하는 방법이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안과 홍인환‧이정민 교수, 응급의학과 왕순주 교수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SCIE급 국제학술지 ‘Scientific Reports’에 게재했다고 최근 밝혔다.
홍인환 교수는 “고압산소치료는 중심망막동맥폐쇄 때문에 망막으로 가는 동맥이 막혔을 때 혈관을 확장 및 재개통시켜서 시력 회복을 돕는다”며 “이번 논문이 고압산소치료가 중심망막동맥폐쇄의 표준치료로 확립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눈 중풍’으로도 부르는 중심망막동맥폐쇄는 망막의 중심 동맥이 막히는 질환이다. 이 영향으로 급격한 시력 저하가 발생하는데, 증상이 심하면 실명에 이른다.
발병률은 10만명당 8.5명으로 매우 드물다. 하지만 초기 증상 없이 급성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발병 즉시 급격한 시력저하를 유발하는 눈 응급질환이다.
표준치료는 눈 마사지와 안구내압 강하제 복용 등이 있지만, 치료 효과가 제한적이다. 치료를 받아도 환자의 약 22%만 시력을 회복하고, 이 중 의미 있는 수준의 시력 회복률은 10%도 안 된다.
※ ‘중심망막혈관폐쇄’ 발생 원인(힐팁 DB)
-고혈압
-동맥경화
-당뇨병
-혈액 질환
이에 연구팀은 2015년 12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한림대동탄성심병원에서 중심망막동맥폐쇄로 치료 받은 환자 50명을 분석했다.
21명은 표준치료인 눈 마사지와 안구내압 강하제를 복용했다. 나머지 29명은 표준치료와 함께 고압산소치료를 받았다.
표준치료만 받은 환자들은 신부전, 귀 문제 등으로 고압산소치료를 받을 수 없었거나 스스로 거부했다.
또 시력 변화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치료 후 6개월간 최대 교정시력과 중심 망막 및 맥락막의 두께를 평가해서 분석했다.
망막은 안구의 가장 속층이며, 빛수용 세포를 포함한 여러 세포가 모여있다. 또 맥락막은 망막으로 영양을 공급하기 때문에 중심망막동맥폐쇄 후 시력 저하와 관련성이 있다. 망막‧맥락막은 두께 감소가 적을수록 시각 세포의 손실이 적은 것으로 평가한다.
두께 측정은 레이저 광선을 이용해서 안구 내 단층적인 구조를 검사하는 광학간섭단층촬영으로 진행했다. 중심망막동맥폐쇄 발병 후 고압산소치료를 받기까지 평균 3.6일이 걸렸으며, 2주간 평균 11일 치료를 받았다.
그 결과 고압산소치료를 받은 그룹은 매월 일관되고 의미 있는 수치로 시력이 개선됐다.
중심망막동맥폐쇄 발병 후 첫 병원 방문 시 평균 교정시력(logMAR)은 2.03이었다. 하지만 고압산소치료 6개월 뒤 교정시력은 1.55로, 3~4단계 시력 상승 효과를 보였다.
이는 치료 전 눈앞에 있는 손가락을 구별하기 어려운 ‘안전수동’에서 고압산소치료 후 2m 떨어진 거리의 시력표 첫 번째 줄에 있는 글자를 읽을 수 있는 시력 수준(0.05)으로 회복한 것이다. 고압산소치료를 받은 모든 환자에게 부작용은 없었다.
반면 표준치료만 받은 그룹의 평균 교정시력은 치료 전 2.1에서 치료 후 2.11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아울러 망막‧맥락막 두께 감소도 고압산소치료를 받은 그룹이 표준치료만 받은 그룹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압산소치료 그룹은 6개월간 두께 감소가 9%에 그쳤지만, 표준치료만 받은 그룹은 약 23%나 얇아졌다.
연구팀에 따르면 고압산소치료 그룹에서 망막층의 두께 감소가 적었던 것은 광수용체가 보존됐기 때문이다. 맥락막은 혈관이 많이 모여있는 곳인데, 치료 후 피가 부족한 허혈 상태가 덜해서 두께 감소도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홍인환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고압산소치료 후 시력 변화를 확인한 첫 사례”라며 “중심망막동맥폐쇄 치료 시 망막‧맥락막의 두께 등 해부학적 변화와 구조에 미치는 영향 분석도 처음”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