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아빠를 꼭 빼닮았네~” “식성이 어쩜 이렇게 똑같아~” 자녀에게 부모의 모습이 많이 보일 때 이렇게 말합니다. 또 ‘유전자의 힘은 대단하다’고 우스갯소리도 합니다.
하지만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전자 중 변이가 생기거나 없어도 되는 특정 유전자가 있으면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런 유전자들은 국내 사망원인 1위인 암 발생에도 영향을 줍니다.
여성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인 유방암도 이 같은 영향을 많이 받는데, 이를 ‘유전성 유방암’이라고 합니다. 유전성 유방암은 ‘브라카(BRCA)’라는 생식 세포성 유전자 변이 탓에 발생합니다.
특히 유전성 유방암은 이른 나이에 발병하고, 다른 암도 동시에 생길 수 있어서 예방과 조기 발견을 위해 10대부터 검진이 권고됩니다.
유전성 유방암의 특징과 유전자 검사가 권고되는 고위험군 그리고 예방적 관리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전체 유방암의 5~10% 차지
유전성 유방암의 원인 유전자는 ‘브라카1(BRCA1)’과 ’브라카(BRCA2)’입니다. 이 두 유전자는 원래 암으로부터 몸을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경희대병원 유방외과 채수민 교수는 "하지만 변이가 발생하면 유방암뿐만 아니라 △난소암 △췌장암 △위장관암 등의 발병률까지 높인다"며 "세대를 통해 유전되기 때문에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유전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의 5~10%를 차지하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특히 비교적 이른 나이에 발병하고, 유방암과 함께 난소암 같은 다른 종류의 암이 동시에 발생하기도 합니다. 양쪽 유방에 암이 생기기 쉽다는 것도 유전성 유방암의 특징입니다.
하지만 가족 중 유방암 환자가 있다고 무조건 유전성 유방암은 아닙니다. 유전성 유방암은 유전자 변이의 영향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유전자 변이 없이 비슷한 환경이나 생활습관으로 발생하는 ‘가족성 유방암’과는 구분됩니다.
채수민 교스는 "또 유전성 유방암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어도 100% 유방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며 "유전자 변이가 실제 암 발생으로 이어지는 것은 ‘침투율’에 달렸다"고 덧붙였습니다.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예방적으로 양쪽 유방 절제술을 택한 것도 침투율이 높은 BRCA1 유전자의 변이가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유전자 검사 후 암 발병 위험 낮추려면
유전자 검사를 통해 유방암의 유전성 변이가 확인되면 의료진은 유전자 변이의 의미와 향후 치료에 대해 설명하고, 가족에 대한 상담도 시행해야 합니다.
어머니가 유전성 유방암이라고 해서 자녀가 모두 유전성 유방암 인자를 타고나는 것은 아닙니다. 아버지가 아니라면 확률은 50%가 되는 셈입니다. BRCA 유전자 변이가 있으면 남성도 유방암과 전립선암이 발병할 수 있기 때문에 검사에는 남녀 모두가 포함됩니다.
유전성 유방암 인자가 있다고 해서 너무 불안해하거나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생활습관 개선과 함께 △철저한 검진 △화학적 예방법 △예방적 수술 등의 의학적 조치를 통해 암 발생을 줄일 수 있습니다.
우선 유전성 유방암의 유전자 변이가 발견됐으면 철저한 검진이 필수입니다. 검진보다 적극적인 의미의 ‘감시’라는 표현도 씁니다.
채수민 교수는 "특히 유전성 유방암은 비교적 젊은 나이에 발병하기 때문에 18세부터 검진을 시작해야 한다"며 "18세부터 매월 자가검진을 시행하고, 25세부터는 6개월마다 전문의 검진을 받는다"고 말했습니다.
25~29세까지는 매년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받고, 30세부터 75세까지는 매년 MRI 및 유방 촬영을 통한 검진이 권고됩니다.
아울러 항호르몬제인 ‘타목시펜’ 같은 약을 복용하면 유방암 발생 위험을 약 50% 감소시키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유전성 유방암에 많이 동반하는 난소암 예방을 위해, 피임약을 복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채수민 교수는 "하지만 타목시펜은 자궁 내막암을, 피임약은 유방암의 발생을 증가시킬 수 있다"며 "복용 전 이에 대한 충분한 고려와 설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가장 확실한 유방암 예방법은 안젤리나 졸리처럼 유방을 모두 절제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수술 후 합병증이나 부작용 등이 발생할 수 있어서 의료진과 충분히 상담한 후 신중히 결정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