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이 불가능한 진행성 간암 환자에게 항암 치료를 진행할 때 어떤 방법이 효과적일까?
항암제 한 가지를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보다 두 가지를 병용하는 ‘면역 항암 치료’가 간 기능 보존에 유리해서 생존율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진행성 간암의 새로운 표준 치료법인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 병용 면역항암요법의 효과를 밝힌 국내 첫 대규모 다기관 임상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성필수(교신저자)·한지원(제1저자) 교수팀은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을 국제학술지 ‘Frontiers in Oncology’ 최근호에 게재했다고 2일 밝혔다.
성필수 교수는 “많은 간암 환자가 만성 간염이나 간경화를 동반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미 간 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선 치료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간 기능이 보존되는 치료 요소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 병용요법은 현재 절제 불가능한 진행성 간암 환자의 1차 치료로 권고된다.
하지만 30% 내‧외의 일부 환자에서만 효과가 확인되며 △장기이식 △자가면역질환 △출혈 위험도가 높은 환자에선 사용이 제한된다는 단점이 있었다.
간암은 하나의 종양에서도 부위에 따라 이질적인 특성을 갖고 있어서 면역 반응이 한정적이고, 환자의 간 기능이나 임상적인 특징도 매우 다양한 특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렌바티닙 단독 치료도 현재 사용할 수 있는 1차 항암 치료법이지만, 그동안 두 가지 치료 효과를 비교하는 결과가 상반돼서 논란이 있었다.
이에 성필수 교수팀은 서울성모병원 등 가톨릭중앙의료원 8개 병원에서 치료 받은 진행성 간암 환자 346명을 분석했다. 346명은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 병용요법 169명, 렌바티닙 치료 177명이었으며 각 치료 효과 및 관련된 임상 인자들을 비교했다.
그 결과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 치료군(AB)이 렌바티닙 치료군(LEN)에 비해 전반적인 생존율(OS‧Overall Survival)이 유의미하게 높았다.
연구팀은 이 같은 생존율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세부 분석도 시행했다. 그 결과 각 치료가 질병의 진행이나 부작용 탓에 중단됐을 때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 치료군의 간 기능이 더 잘 보존됐다.
대표적인 간기능 지표인 차일드-푸 점수(CPS‧Child-Pugh score)를 보면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 치료군은 6점, 렌바티닙 치료군은 7점이었다. CPS는 총 점수가 높을수록 좋지 않은 간의 상태를 나타내며, 7점 이상은 간이 중등도 상태로 나쁜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이 같은 차이는 1차 치료 중단 뒤 후속 치료인 ‘구제 항암 치료(salvage treatment)’ 효과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지원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가 진행성 간암 환자에게 최적의 예후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약제를 선택할 때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