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생애주기 동안 남성보다 많은 신체 변화를 겪습니다. 월경‧임신‧폐경을 거치면서 큰 너울처럼 호르몬 변화가 발생하고, 이에 따른 산부인과 문제도 나타날 수 있어서 생애주기에 따른 건강관리가 중요합니다.
특히 임신은 여성의 신체 변화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입니다. 여성과 태아가 모두 건강 하려면 임신 전부터 출산 후까지 모든 과정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이 같은 임신‧출산 준비와 관리는 여성만의 몫이 아닙니다. 배우자도 함께 참여해야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부부 공동의 과제입니다. ‘부부가 함께 준비하는 임신‧출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유산은 태아가 생존 불가능한 시기에 임신이 종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임신 20주 이하나, 태아 체중 500g 미만에서 종결되는 경우가 유산입니다.
유산은 임신 12주 이내에 발생하는 ‘초기 유산’과 그 이후에 생기는 ‘후기 유산’이 있고, 전체 유산 중 약 80% 이상이 초기 유산에 해당합니다.
일반적으로 유산은 심장 박동이 발생하지 않거나 사라진 태아가 있는 경우를 많이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외에도 비어 있는 아기집(임신낭) 또는 아기집이 자궁 안에서 보이지 않아 위치를 알 수 없는 임신 등 다양한 형태가 있습니다.
▶’유산’, 임신의 26%에서 발생•••주요 원인은?
유산은 전체 임신의 26%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부적으로는 우리가 임신이라고 인지한 임신 상황의 10%에서 발생합니다.
임신이라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유산이 되는 경우는 ‘화학적 유산’이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유산의 절대적인 빈도는 감소하는 추세지만, 줄어드는 출산율을 고려하면 유산의 빈도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유산의 원인은 염색체 이상인 경우가 반 이상입니다. 유산된 모든 태아의 염색체 검사를 진행한 연구가 있었는데, 여기서 염색체 이상이 있는 태아가 46%에 해당하는 높은 빈도를 보였습니다.
이 염색체 이상 중 41%는 상염색체의 ‘세염색체증’, 35%는 성염색체의 ‘홑염색체증’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외에도 △산모의 감염•당뇨병•혈압•갑상성기능저하 등의 만성질환 △황체호르몬 결핍으로 대표되는 황체기결함 △비만 △음주 △흡연 △하루 500mg 이상의 과도한 카페인 섭취(커피 5잔 이상에 해당) △치료적 용량의 방사선 조사 및 항종양약제 사용 △항인지질 항체 증후군 등이 유산의 원인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증가하는 난임 인구와 난임 시술 정도를 고려했을 때 앞서 언급한 원인 중 ‘황체기결함’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임신 초기는 난소의 황체에서 임신유지호르몬을 분비해서 임신을 유지하며, 임신 중반기에 가까워지면서 태반이 그 역할을 대신합니다.
따라서 임신 중 난소종양 수술을 하거나, 임신 전 난임 시술 등으로 난소의 황체에 손상이 있는 경우 유산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런 황체기결함이 있으면 여러 방법을 통해 황체호르몬을 공급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나이 많은 산모•배우자일수록 유산 위험 증가
산모의 나이가 많을수록 유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20•30세 임신 여성의 유산 위험은 약 9%지만, 40세의 임신의 경우 약 40%, 45세는 80%의 유산 위험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물론 배우자의 나이도 영향을 미칩니다. 산모와 배우자 중 1명이라도 40세 이상인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유산 위험이 2배 증가합니다.
나이 외에도 중요한 위험 요소가 있습니다. 그것은 이전 임신에서 유산을 경험한 기왕력입니다.
이전에 유산을 경험한 적 없는 경우 유산 빈도가 10%라면, 1번의 유산을 경험한 경우는 그 빈도가 20%, 그리고 3번 이상의 반복 유산을 경험한 경우 43%까지 급격하게 증가합니다.
▶유산의 진단 & 치료 방법
자궁초음파와 산모의 혈액검사로 진단합니다. 초음파 상의 소견으로 진단하는 것이 기본이고, 초음파에서 임신이 확인되지 않는 아주 초기 임신의 경우 산모의 혈액에서 사람융모성생식생자극호르몬(human chorionic gonadotrophin)의 정도를 측정하는 것도 진단에 도움이 됩니다.
유산의 치료는 초기인 경우 경과 관찰을 해서 자연유산을 기다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보통 임신 8주 이상에서 자궁경부가 열리면서 태아 조직 등의 임신 관련 조직들이 일부 배출되면 경과 관찰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중등도의 복통 및 출혈이 있어서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 같은 경우가 아니라면 약물적인 방법이나 수술적인 방법을 통해 유산된 태아 및 임신 조직을 제거해서 적절하게 임신 종결을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수술적인 방법’은 자궁내막소파술을 통한 종결입니다. 수술적인 치료에 앞서 자궁경부를 부드럽게 하는 약물 또는 기구를 처치한 뒤 마취 하에 자궁내막소파술을 진행합니다.
자궁경부를 부드럽게 하는 이유는 수술 중 수술 기구에 의한 경부 손상을 예방하기 위해서입니다.
‘약물적인 방법’은 미소프로스톨(싸이토텍정, misoprostol)과 미페프리스톤(미프지미소정, mifepristone)의 병합 요법이 가장 효과가 좋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 미페프리스톤은 허가되지 않은 약물이어서 아직까지는 미소프로스톨 단일 요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약물에 효과가 없으면 1번의 추가 요법을 사용할 수 있으며, 10명 중 2명의 환자에서는 추가 요법 이후 7일까지 임신 종결이 지연될 수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럼 유산의 치료 방법 중 어떤 치료가 산모에게 더 좋을까요? 특별한 적응증에 해당하지 않는 한 관련된 합병증이나 추후 임신 성공률 등의 예후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고됩니다.
다만 특수한 경우에 해당하는 경우 두 가지 방법 중 하나의 방법이 더 선호됩니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반복 유산’ 원인 & 예방에 도움이 되는 방법
유산이 3회 이상 연속적으로 발생한 것을 ‘반복 유산’이라고 합니다. 최근에는 20주 미만의 유산이 연속 2회 이상 발생한 경우도 ‘반복 유산’으로 진단합니다.
반복 유산의 원인은 △부모의 염색체 이상 △항인지질항체증후군 등의 면역질환 △여러가지 인자의 결핍에 의한 혈전성향증 △엽산 대사 장애 △자궁기형 등 많습니다.
반복 유산이 발생하면 앞서 언급한 모든 질환에 대한 추가적인 검사를 해봐야 합니다.
특히 항인지질항체증후군의 경우 혈액검사를 12주 간격으로 2회 시행해서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원인이 밝혀지면 이에 대한 적절한 치료 후 관리를 받으며 임신을 시도합니다.
유산 예방은 일반적인 인구에서는 효과적인 방법이 없습니다. 하지만 3회 이상 연속된 반복 유산의 과거력이 있으면 프로게스테론 질정의 임신 초기 투여가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항인지질항체증후군 등의 면역 질환으로 인해 반복 유산이 되면 임신 초기의 헤파린과 아스피린 투여가 임신 유지에 도움이 됩니다.
또 난임시술을 하거나 임신 초기에 난소종양제거 수술 등의 부인과적인 수술을 한 경우는 황체호르몬이 부족한 황체기결함이 있을 수 있는데, 이 경우에도 프로게스테론을 투여합니다.
▶유산 후 건강한 임신 위한 ‘주의사항’
보통 유산 후 2주간은 안정을 취할 것을 권고합니다. 배란의 경우 빠르면 8일, 평균적으로 3주 이내에 돌아오기 때문에 다음 임신을 원하지 않으면 피임해야 합니다.
예전에는 유산 이후 3개월에서 6개월의 간격을 두라고 권고했지만, 최근에는 유산 후 바로 임신을 원하는 경우 바로 시도해도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임신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새 생명에 대한 설렘과 행복을 느꼈다가, 막상 유산이 된 후 큰 실망을 하고 슬퍼하는 산모들이 많습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많은 산모들이 본인을 탓하면서 슬퍼하기도 하고, 다음 임신에서도 또 유산을 할거라고 단정을 지으며 겁먹곤 합니다.
하지만 유산은 태아 자체의 염색체 문제가 많고, 재발하는 산모도 있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기 때문에 너무 슬퍼하거나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유산이 되면 병원을 찾아서 주치의에게 상담을 받고, 유산의 원인을 찾아서 치료 받으면 됩니다.
특히 유산 이후 다음 임신에 대한 상담을 통해 다가올 아름답고 귀한 생명을 더욱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맞는 것이 좋습니다.
※ 취재 도움 : 강북삼성병원 산부인과 김서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