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24시간(실제로는 23.9시간)을 주기로 자전합니다. 이 때문에 낮과 밤이 생기고 인류는 자연스럽게 하루라는 개념을 갖고 생활하게 됐습니다.
낮에는 활동하고, 밤에는 휴식을 취하는 것입니다. 낮과 밤은 지구의 자전이 정하지만, 인간의 하루는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이라 부르는 인체 내의 ‘생체시계’가 결정합니다.
이 생체시계의 작동 형태에 따라서 사람의 하루 생활 특징을 크게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으로 구분해 말합니다. 그럼 두 유형의 특징은 무엇이며,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까요? 저녁형 인간이 무리하게 아침형 인간으로 바뀌면 건강에 도움이 될까요?
인천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이완형 교수의 도움말로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의 특장점과 건강한 생활패턴을 위해 알아야 할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아침형 인간 “자연 섭리에 따르는 바람직한 삶”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의 ’Circadian’은 라틴어로 ‘circa(근처)’와 ‘day(하루)’를 합성한 단어입니다. ‘24시간 주기’를 말합니다.
미국의 유전학자 3명은 우리가 언제 자고 언제 일어나야 할지, 식사를 언제 해야 할지 등을 주기적으로 알려주는 기능을 하는 인체 내의 신호체계를 발견했습니다. 그 공로로 2017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인간의 하루가 어떻게 진행하는지 조금씩 밝혀지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그렇게 쉽게 설명되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겐 하루 24시간이 너무 길고, 누군가에게는 반대로 너무 짧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늦은 아침잠을 축복이라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누가 깨우지 않아도 새벽에 벌떡 일어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와 관련 일본의 사이쇼 히로시에 의해 ‘아침형 인간’이라는 말이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인간은 원래 일출과 동시에 일어나고 일몰과 동시에 잠자리에 드는 생활을 했습니다.
하지만 고도화된 산업화의 결과로 24시간 잠들지 않는 사회가 만들어지면서 인체 고유 리듬이 깨지고, 사회적 병리 현상인 ‘저녁형 인간’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사이쇼 히로시는 아침형 인간이 자연의 섭리에 따르는 바람직한 삶의 방식이며, 저녁형 인간보다 건강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저녁형 인간 “게으르지 않은 고유의 특성”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현대사회에서 인간들은 모두 비슷한 일정 아래 살게 됐고 직장이나 학교, 주요 시설물, 기관 등 사회생활 전반이 모두 아침에 열고 저녁에 닫습니다.
따라서 아침형 인간은 오히려 현대 사회 체계에 더 잘 적응된 인간 특성이라는 것입니다. 특히 사람마다 적합한 고유의 생체시계가 있으며, 따라서 저녁형 인간도 게으른 사람이 아닌 하나의 고유 특성이라는 주장입니다.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이 주목을 받으면서 이와 관련된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습니다. 스페인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2013년 수행된 연구에 따르면, 아침형 인간은 학업 성적이 우수했으며, 저녁형 인간이 창의력이 높고 귀납추리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이 우수하다고 발표했습니다.
2009년 영국 사토시 가나자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낮에는 생존을 위한 일을 하고, 밤에는 독창적인 일을 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에 창의적인 사람일수록 저녁형 인간에 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습니다.
▶아침형 vs 저녁형, 누가 더 건강할까?
그렇다면 건강 측면에서는 아침형과 저녁형 중 어느 쪽이 더 긍정적일까요? 현재까지 나온 연구결과로 보면 아침형 인간의 판정승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내 세브란스병원 연구에 따르면 저녁형 생활습관 집단의 심뇌혈관 질환 위험이 아침형 및 중간형(아침형과 저녁형 중간) 생활습관 집단보다 더 컸습니다.
총콜레스테롤은 아침형이 197.9mg/dL, 중간형이 196.0mg/dL 수치를 보인 것에 비해 저녁형은 207.8mg/dL으로 더 높았습니다. 중성지방도 아침형이 105.6mg/dL 중간형이 107.0mg/dL 였지만 저녁형은 124.3mg/dL로 두 집단에 비해 높은 수치를 기록했습니다.
나쁜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LDL 콜레스테롤 역시 아침형 115.8mg/dL, 중간형 116.1mg/dL, 저녁형 125.0mg/dL을 기록해서 역시 저녁형만 수치가 높았습니다. 비고밀도 콜레스테롤, 혈청동맥경화지수 등 다른 전반적인 지질 수치도 저녁형이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2015년 이뤄진 고려대 의대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는데 저녁형 생활습관의 남성은 아침형보다 비만일 확률이 3배, 노화에 따른 근육 감소증 위험은 4배 높았습니다. 저녁형 생활습관 여성은 대사증후군 위험이 2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나쁜 생활습관 노출 위험이 건강 좌우
아침형 인간이 더 건강하다면 저녁형 인간은 즉시 아침형 인간으로 생활패턴을 바꾸어야 하는 걸까요? 아직까지는 두 집단의 건강 차이는 단순히 수면 패턴의 차이에 기인한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저녁형 인간이 아침형 인간에 비해 야간에 음주 및 야식 등 좋지 못한 생활습관 노출 위험이 높은 것이 더 큰 원인으로 생각됩니다.
또 생리학적으로도 저녁형 인간은 아침형 인간보다 수면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가 평균 3시간 늦게 분비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저녁형 인간은 그에 맞는 생활 주기가 있으며 이를 억지로 교정하려고 하면 건강에 더 해롭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아침형 인간이 저녁형 인간에 비해 무조건 더 건강하다는 것은 아니며, 각자의 고유 일주기 리듬 속에서 적절한 수면시간 및 운동시간을 지키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건강은 노력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보상입니다. 단순히 언제 하루를 시작하고 언제 잠자리에 드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각자의 일상 속에서 얼마나 더 건강한 생활습관을 갖고 있는가가 내 건강을 결정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도움말 :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이완형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