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기억력이 떨어지고, 우울하다고 느끼면 치매 위험이 최대 50%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관적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와의 상관관계가 확인된 것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명우재 교수팀은 최근 기억력이 떨어진다고 느낄수록 치매 위험이 높아지고, 우울증은 이 같은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는 성균관대 원홍희 교수 및 이영찬 연구원, 가천대 의대 강재명 교수, 순천향대학교 이혜원 교수가 함께 진행했다.
환자 스스로 인지능력이 떨어졌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검사에서 정상인 경우를 ‘주관적 인지기능 저하’라고 한다. 수면 부족 등 신체적 요인과 우울증 같은 심리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관적 인지 기능 저하는 환자가 자연스러운 기억력 감퇴나 사소한 건망증에 대해 지나치게 의식하는 상황 정도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 학계에 주관적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돼 주목받고 있다.
치매는 발병 시 손상된 인지능력을 돌이키기 어려워서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와 관련 그동안 주관적 인지기능 저하는 환자의 개인적인 느낌 이외에 뚜렷한 임상 증상이나 검사 소견이 없어서 간과되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을 치매 전조증상으로 보고, 발병을 예측하면 치매 예방 및 조기 치료에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공동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66세 생애전환기 건강검진 결과를 바탕으로 주관적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연구에선 2009년부터 2011년까지 건강검진을 받은 57만9710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같은 기간 동일 연령에서 전체 인구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연구팀은 성별, 소득, 약물 복용력 등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들을 차단했다. 아울러 데이터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조정 위험 비율(adjusted hazard ratio)을 산출했다.
그 결과 66세에서 주관적 인지기능 저하 환자의 치매 위험은 일반인 대비 38% 높았다. 특히 우울증상이 동반되면 위험도가 50%까지 증가했다.
이는 주관적 인지기능 저하가 단순히 환자의 개인적 느낌이 아니라 실제 치매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연구팀에 따르면 국가 단위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해 주관적 인지기능 저하 및 동반된 우울증상과 치매의 상관관계를 확인한 최초의 연구다.
명우재 교수는 “기억력 감소를 느끼는 사람에게 우울증상이 동반하면 치매 조기 검진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라며 “항우울제를 복용하면 치매에 걸린다고 생각해서 기피하는 환자들이 많지만, 밝혀진 바와 같이 우울증 치료를 적극적으로 받는 것이 오히려 치매 예방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는 최근 국제 학술지 ‘Alzheimer’s Research & Therapy’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