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 저하, 인지기능 장애, 운동 장애, 감정 장애, 언어 장애‧‧‧. 치매가 발생하면 나타나는 증상들입니다. 치매를 21세기 천형(天刑)이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치매 중에서도 뇌혈관 문제로 나타나는 ‘혈관성 치매’는 진행 속도가 빠르고, 알츠하이머병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심뇌혈관 질환에 따른 합병증 및 사망 위험이 높아서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합니다.
경희대병원 신경과 이진산 교수의 도움말로 혈관성 치매의 원인과 특징,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 알아야할 내용을 소개합니다.
▶뇌혈관 문제→뇌 조직 손상→혈관성 치매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은 다양합니다. 알츠하이머병 같은 신경퇴행성질환을 비롯해 뇌혈관 질환, 뇌수두증, 뇌종양, 대사성 질환, 내분비 질환, 감염성 및 중독성 질환, 유전성 질환 등이 영향을 미칩니다. 이 가운데 알츠하이머병에 따른 치매와 뇌혈관 질환에 따른 ‘혈관성 치매’가 가장 흔합니다.
특히 혈관성 치매의 도화선이 되는 뇌혈관 질환은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뇌졸중이 대표적입니다. 뇌졸중을 여러 번 겪거나 인지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뇌 영역에 작은 뇌졸중이 생기면 전반적인 인지기능이 악화돼 삶의 질을 떨어뜨립니다.
작은 뇌혈관이 좁아져도 문제가 나타납니다. 혈액 공급량이 감소하면서 넓은 부위의 뇌 조직에 만성적으로 허혈성 손상이 발생합니다. 이 같은 상황은 결국 혈관성 치매로 이어집니다.
이처럼 혈관성 치매는 뇌혈관 문제로 뇌 조직이 손상돼 발생합니다. 국내에선 알츠하이머병 치매 다음으로 발병률이 높습니다.
▶혈관성 치매 주요 증상과 정확한 진단
혈관성 치매의 대표적인 증상은 기억력 저하입니다. 이외에 언어기능 저하도 발생하며, 전두엽·집행기능이 떨어져서 집중력이 낮아지고, 정보처리 능력이 부족해집니다.
혈관성 치매 환자의 우울감과 의욕저하는 혈관성 치매가 뇌 중 가장 큰 전두엽에 손상을 입혀서 나타나는 증상입니다.
특히 혈관성 치매는 알츠하이머병 치매와 다르게 계단식으로 증상이 유지되다가 갑자기 악화되는 특징을 보입니다.
혈관성 치매 진단은 크게 3단계로 진행합니다. 첫째, 환자와 보호자로부터 병력을 조사하고 자세한 신경학적 진찰을 통해 뇌졸중에 따른 국소 신경학적 증상 유무를 확인합니다.
둘째,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 뇌의 구조적인 이상을 알아보고, 혈액검사를 통해 다른 원인에 의한 인지장애 원인이 있는지 감별합니다.
마지막으로 나이‧학력‧성별을 바탕으로 신경심리 검사를 진행해서 인지기능 및 일상생활 기능 저하 여부를 확인하고 최종적으로 진단을 합니다.
▶병 진행 속도 빨라‧‧‧조기 발견‧치료 중요
혈관성 치매 환자의 약 30%는 알츠하이머병이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병의 진행속도가 빠르고 치료 결과가 좋지 않으며, 심뇌혈관 질환 합병증의 발생 위험도가 높아서 치매 자체보다 심뇌혈관 질환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예방을 위한 노력과 조기 발견 및 치료가 중요합니다.
최근에는 진단 기술이 발전하면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을 통해 비교적 쉽고 정확하게 알츠하이머병의 동반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재 알츠하이머병 치매를 치료하기 위해 많은 약물들을 개발 중입니다. 하지만 증상 조절에 효과를 보이는 일부를 제외하곤 병 자체를 치료하는 약물 임상시험은 대부분 실패하고 있습니다.
반면 혈관성 치매는 뇌혈관 질환 위험 요인을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관리하면 예방할 수 있습니다.
혈관성 치매 예방과 치료는 뇌혈관 질환 위험 요인 관리에서 시작합니다. 대표적인 위험 요인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혈관 질환입니다. 아울러 증상 완화를 위해 적절한 약물을 복용하고, 생활습관을 교정해야 합니다.
뇌경색 진단 받았던 환자는 아스피린 등 항혈전제를 복용하고, 뇌혈관 질환 재발을 막는 것이 혈관성 치매를 예방하는 길입니다. 혈관성 치매와 알츠하이머병이 함께 발생할 경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적절하게 사용하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됩니다.
인지기능개선제나 은행잎제제가 증상 회복에 일부 도움이 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하지만 뇌혈관 질환의 위험요인 조절과 예방적 치료가 더 중요합니다. 이룰 위해 평소 취미 활동으로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과음이나 흡연을 피해야 합니다. 걷기 같은 유산소 운동은 일주일에 4∼5번 이상, 하루에 40분 이상 꾸준히 하는 것이 좋습니다.
※‘혈관성 치매’ 예방‧치료 위해 관리해야 할 위험 요인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혈관 질환
도움말 : 경희대병원 신경과 이진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