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면역질환인 루푸스는 여성 환자 비율이 90%고, 통풍은 남성 환자가 90%를 차지한다. 이처럼 질환별로 성별 특징이 극명하게 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런 분야를 연구하는 학문이 ‘성차의학(Sex‧gender Specific Medicine)’인데, 국내에서 관련 기관 두 곳이 성의학 발전을 위해 손잡았다.
분당서울대병원 성차의학연구소는 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와 성차의학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31일 밝혔다.
분당서울대병원은 미국 스탠포드대학교, 메이요 클리닉, 독일 샤리테대학교 등에 이어 지난해 국내 처음으로 성차의학연구소를 설립해서 이 분야 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연구소장은 2022년 국제적인 출판사 스프링거(Springer)에서 ‘소화기 질환에서의 성차의학(Sex/Gender Specific Medicine in The Gastrointestinal Diseases)’ 교과서를 세계 최초로 집필한 김나영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맡았다.
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는 국내 젠더 정책 연구, 교육 사업 등을 이끌고 있다.
양 기관은 △성차의학 연구 △국제 협력에 관한 정보교류 △특별 전시회 △강연 △회의 △심포지엄 등의 공동 개최를 통해 최근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성차의학 발전을 위해 협력키로 했다.
‘성차의학’은 질병의 진단·치료·예방에 있어, 생물학적 성별(sex)이나 젠더(gender)에 따른 차이를 연구하는 분야다.
오랫동안 의학계에서 간과했던 성별 차이를 보다 심층적으로 살펴서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편향성 없는 방향으로 의학을 발전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양 기관은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성차의학의 저변을 넓히고, 세계적인 연구 기관과의 협력 및 교류를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오는 11월 29일 국립보건연구원과 함께 ‘2024 국제 성차의학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세부적으로는 △정신과 △신경과 △순환기내과 △재활의학과 △류마티스내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차를 연구하는 국내 연구진과 독일 샤리테대학교, 아일랜드 더블린대학교, 네덜란드 라드바우드대학교 등 유수의 해외 연구진들이 연자로 나서 풍성한 학술 교류의 장이 펼쳐질 전망이다.
분당서울대병원 김나영 성차의학연구소장은 “성차의학은 남녀 모두에게 보다 적합한 치료를 제공하는 맞춤의학과 정밀의학을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깊이 연구돼야 할 분야”라며 “이번 업무협약을 시작으로 성차의학이 국내에서도 의학 연구의 큰 줄기를 이루게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젠더혁신센터 이혜숙 소장은 “오랜 기간 성별 특성을 간과한 의학 연구가 이어져 오며 발생한 잠재적 위험과 사회·경제적 손실이 밝혀지고 있다”며 “이런 가운데 국내에서도 세계적 흐름에 맞춰 성차의학 발전을 위한 노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덧붙였다.
양 기관은 젠더 편향성을 극복하고 보다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과학기술과 의학이 발전할 수 있도록 협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