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에 중독되고, 정신 질환이 있는 의사들의 면허를 취소해야 한다는 내용이 다시 공론화되자 대한의사협회가 의료 전문가를 통한 면밀하고 정확한 의학적 검토가 선행돼야 하고, 전문가 단체의 자율징계권도 확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이미 마약 중독과 정신 질환으로 판명난 의료인들에 대한 진단 결과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의사협회가 재검을 해서 징계를 검토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어, 논란의 여지가 있다. 기존 진단도 이미 의사가 판단한 것이기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 서미화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9일 마약 중독 및 정신 질환이 있는 의사들이 의료 행위를 이어가고 있어서 면허 취소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 의원에 따르면 관련 의사는 102명이며, 이들이 행한 진료는 18만 건에 이른다. 하지만 면허 취소는 0건이다.
서 의원은 “지난해 감사원 지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약류 중독과 치매·조현병 등 정신질환이 있는 의사들이 의료 행위를 이어 나간 것으로 밝혀졌다”며 “하지만 정부는 이들에 대한 면허 취소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서미화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의사 A씨는 마약류 중독 탓에 올해 1월 22일부터 치료보호를 받기 시작했지만, 치료보호가 종료되는 7월 6일까지 총 44건의 의료 행위를 했다.
치매·조현병을 앓고 있는 의사들도 의료 행위를 이어갔다. 지난해부터 올해 7월까지 알츠하이머 치매 의사 52명이 총 7만3275건, 조현병 의사 49명이 총 11만826건의 의료 행위를 했다.
서미화 의원은 “현행 의료법은 정신 질환자나 마약류 중독자의 경우 의료인이 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또 의료인 결격사유에 해당할 경우 면허를 취소토록 돼 있지만 정부는 그동안 의료인 결격자들에 대한 관리방안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감사원은 2023년 복지부 정기감사를 통해 ‘정신 질환·마약류 중독 의료인에 대한 관리 방안 미수립’을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는 1년째 관리방안을 수립하지 않았다.
아울러 지난해 감사에서 지적된 의료인들을 포함, 최근 5년간 정신 질환 및 마약류 중독 등 결격 사유가 있는 의료인에 대한 면허 취소를 단 1건도 진행하지 않았다.
서미화 의원에 따르면 의료인 결격자에 대한 면허취소 등 행정처분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선 관리방안을 마련해야 하지만 의‧정 갈등으로 지연되고 있다.
서 의원은 “정부는 하루속히 정신 질환, 마약류 중독 등 의료법에 따라 결격 사유가 있는 의료인에 대한 면허 취소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서 의원의 주장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의료법 제8조는 의료인의 결격 사유로 정신질환자, 마약 중독자, 피성년후견인 등을 규정하고 있지만 이 경우에도 전문의가 의료인으로 적합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예외사유에 해당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사실관계 등 사안에 대한 자세한 실체 파악도 하지 않고, 마치 마약류 중독이나 정신 질환 등에 해당하는 의사들의 의료 행위에 관해서 과장되거나 그릇된 정보를 부각하는 것에 대해 협회는 의료현장 및 국민건강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피력했다.
이어 “의료인 결격 사유를 포함한 의료 행위 적정성 판단을 위해선 의료 전문가를 통한 면밀하고 정확한 의학적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며 “의료인 자질 관리와 국민건강 수호를 위해, 전문가 단체의 자율징계권 확보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될 수 있도록 정치권에서도 의료계의 의견에 더욱 귀를 기울여주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복지부는 “현재 의료인 결격자들에 대한 관리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서 의원실에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