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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밀가루 알레르기’ 집에서 해결하는 방법
우리 아이 ‘밀가루 알레르기’ 집에서 해결하는 방법
‘삶은 면’ 섭취량 서서히 늘리는 ‘경구면역요법’
82% 알레르기 반응 사라져‧‧‧“시행 전 의료진 상담 필수”
  • 황운하 기자
  • 승인 2024.09.10 1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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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123RF.com]
[출처 : 123RF.com]

밀가루 알레르기 때문에 면‧빵‧과자를 먹고 싶어도 입에 대지 못하는 우리 아이의 문제를 집에서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의료진 안내에 따라 면을 삶아서 먹는 양을 서서히 늘리는 ‘경구면역요법’을 시행하면 안전하게 밀 알레르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지현 교수, 세종충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김민지·김지원 교수, 고신대복음병원 소아청소년과 정민영 교수 공동 연구팀은 밀 알레르기가 있어도 경구면역요법을 잘 이용하면 효과적으로 안전하게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는 논문을 ‘아시아 태평양 알레르기 면역 학술지(ASIAN PACIFIC JOURNAL OF ALLERGY AND IMMUNOLOGY’에 최근 발표했다.

식품 알레르기는 오랜 기간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특히 단순하게 좋아하는 음식을 못 먹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언제 어떤 식으로 응급상황이 발생할 지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려야 한다.

‘밀 알레르기’는 밀에 포함된 단백질 성분 탓에 △발진 △가려움증 △호흡곤란 등의 반응을 보이는 상태다. 증상이 심하면 쇼크인 ‘아나필락시스’로 이어져서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연구팀은 2015년 10월부터 2022년 7월 사이 밀가루 알레르기 진단을 받은 3세~17세 소아청소년 72명을 관찰했다. 50명에겐 경구면역요법을 시행하고, 22명은 대조군으로 선정해서 밀 알레르기 반응의 완화 정도를 관찰했다.

경구면역요법에선 ‘삶은 면’ 유발검사를 통해 밀 단백질 섭취량에 따른 알레르기 반응 정도를 신중하게 살폈다.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던 면 섭취량을 바탕으로 초기 섭취량을 결정했다.

면은 끓는 물에 5분 동안 충분히 익히고, 소수점 아래 두 단위까지 정확한 측정이 가능한 저울을 사용해서 먹는 양을 철저히 계량토록 교육했다.

이후 같은 방법으로 조리한 면을 3g(밀 단백질 기준 90mg)에 도달할 때까지 3~7일 간격으로 신중하게 증가시켰다.

최종 목표 섭취량인 삶은 면 80g(밀 단백질 2400mg)까지 기존 용량보다 매일 5% 또는 매주 25%씩 더 먹도록 했다.

밀 단백질 섭취 목표량인 2400mg이 넘어서면 유지 단계로 접어든 것으로 보고, 최소 12개월 동안 일주일에 4번 이상 1회 밀이 포함된 음식을 꾸준히 먹였다.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참가자의 안전을 위해 보호자에게 아나필락시스에 대한 주의와 증상 관리, 응급대처에 필요한 에피네프린 주사 방법을 교육했다. 또 증상 일지를 작성하면서 필요시 의료진과 상의할 수 있도록 했다.

▶“꼭! 의료진관 상담 후 진행해야”

삶은 면을 섭취하는 경구면역요법을 시행한 환자들(오렌지색)은 82%가 밀 알레르기 위험에서 벗어났다. 반면, 대조군(남색)은 4%에 그쳤다.
삶은 면을 섭취하는 경구면역요법을 시행한 환자들(오렌지색)은 82%가 밀 알레르기 위험에서 벗어났다. 반면, 대조군(남색)은 4%에 그쳤다.

연구팀에 따르면 결과는 성공적이다. 경구면역요법을 받은 소아청소년 50명 중 41명인 82%가 알레르기 증상이 사라진 것으로 분석됐다.

경구면역요법을 처음 시작할 당시 본인이 먹을 수 있었던 면의 양에 따라서 다르지만 경구면역요법 시행 9개월(중앙값)만에 거둔 성과다. 반면 대조군에선 22명 중 1명(4.5%)만 알레르기 증상이 자연적으로 소실됐다.

실제로 경구면역요법 시작 당시와 섭취량 증가를 모두 달성한 시점에 시행한 혈액검사를 비교했더니 참가자들의 면역 관련 수치가 개선됐다.

지속적인 밀 섭취로 면역글로불린(IgG4) 수치가 증가해, 밀에 대한 항체가 생성돼 알레르기 반응을 완화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호산구 수치도 감소해서 면역 체계가 적응한 것을 확인했다.

대조군에선 반대로 알레르기 반응과 관련 있는 수치(IgE)가 오히려 증가하고, 다른 지표에선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경구면역요법에 따른 알레르기 반응은 안정적으로 관리됐다. 알레르기 반응 보고 횟수는 인당 2번 정도로, 가려움증 같은 피부 증상이 가장 많았다.

경구면역요법 이후 참가자들의 삶은 크게 달라졌다. 삶은 면을 늘려 먹는 단계가 끝나고 안정화 및 유지 단계를 거친 참가자의 대부분인 88%(44명)은 밀의 형태나 종류와 상관없이 용량 제한을 두지 않고 섭취가 가능했다.

대조군은 여전히 90%(20명)가 밀 섭취를 제한받고, 부지불식간에 섭취했을 때 발생 가능한 알레르기 반응에 대한 걱정을 떨치지 못했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가 고무적이지만, 전문 의료진과의 상담 없이 임의로 시작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에서도 천식이 동반했거나, 면역혈청학적 검사가 부적합한 경우에는 경구면역요법의 실패 가능성이 높고, 환자에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특히 참가자 50명 중 15명인 30%가 아나필락시스를 경험한 것으로 보고돼, 전문적인 경험에 기반한 의료진의 교육과 초기 대처가 매우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지현 교수는 “의료진과의 충분한 상담 및 전문적인 교육에 따라, 가정에서 편안한 방법으로 밀 알레르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됐다”며 “최소한 알레르기 반응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고, 나아가 다양한 음식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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