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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전 15분간 무설탕 껌 씹으면 생기는 일
수술 전 15분간 무설탕 껌 씹으면 생기는 일
오심‧구토 증상 완화‧‧‧“수술 후 항구토제 사용 감소”
  • 이경호 기자
  • 승인 2024.08.26 12: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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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123RF.com]
[출처 : 123RF.com]

껌을 질겅질겅 씹으면 보기 안 좋다? 수술을 앞두고 있는 환자라면 얘기가 다르다.

수술 전 껌을 씹는 간단한 처방으로 수술 후 자주 발생하는 증상인 구토‧메스꺼움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고현정·채민석 교수 연구팀이 양성 난소 종양을 제거하기 위해 로봇 보조 복강경 수술을 받은 여성 환자 88명을 분석한 결과, 수술 직전 15분간 무설탕 껌을 씹은 그룹 44명은 부작용 없이 항구토제의 필요성이 감소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Medicina’ 최근호에 게재됐다.

고현정 교수는 “최소침습수술인 로봇 및 복강경 수술은 많은 이점을 갖고 있지만, 복강 내 이산화탄소(CO2)를 주입하는 수술 방식 탓에 환자들이 구토를 경험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문제를 비약물적 개입으로 경감시키는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라며 “수술 전 금식 기간에 환자가 자의적으로 껌을 씹는 것을 허용할 것인지의 문제는 아직까지 조심스런 부분이지만, 의료진이 잘 통제하는 환경에서 계획적으로 껌을 씹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심 및 구토감(PONV‧Postoperative Nausea and Vomitting)은 전체 수술 환자 중 약 30%가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술 후 나타나는 오심‧구토는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합병증은 아니지만 흔히 발생하는 괴롭고 불쾌한 증상이다.

특히 환자들의 회복을 더디게 하고, 의료비를 높이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 최근 좁은 수술공간의 시야 확보를 위해 수술 중 복강 내 이산화탄소를 주입하는 최소침습수술이 증가하면서 PONV 증상으로 힘들어하는 환자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세부적으로는 △여성 △흡연자 △멀미 경험 등 위험 인자가 있으면 PONV 비율이 70% 이상으로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이 같은 위험 인자가 한 개라도 있는 환자들에겐 항구토제 처방이나 프로포폴을 활용한 마취 등 다양한 예방적 조치가 권장된다.

이런 구토감을 예방하기 위한 예방적 조치 가운데 약물적 방법 외에도 다양한 비약물적인 개입도 포함된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껌 씹기’다.

의학계의 비정부‧비영리 단체인 코크란 리뷰(Cochrane Review)를 비롯한 여러 메타 연구에 따르면, ‘수술 후’ 껌 씹기는 위장관 운동을 증가시켜서 장 꼬임을 막고, 회복을 촉진하는 긍정적인 영향이 있는 것으로 인정됐다.

수술 전 껌을 씹지 않은 그룹과 껌을 씹은 그룹 간의 차이. [자료 서울성모병원]
수술 전 껌을 씹지 않은 그룹과 껌을 씹은 그룹 간의 차이. [자료 서울성모병원]

가톨릭대병원 연구팀은 현재까지 많은 연구가 진행됐던 ‘수술 후’ 껌 씹기가 아닌, ‘수술 전’ 껌 씹기의 효능을 평가했다.

무작위 배정을 통해 실험군(수술 전 껌을 씹은 그룹)과 대조군(수술 전 껌을 씹지 않은 그룹)으로 분류한 연구 참여자들은 수술 직전 통제된 환경에서 15분간 무설탕 껌을 씹었다.

수술 후 결과를 평가하는 모든 의료진들은 그룹 할당을 알지 못하는 ‘전향적 단일 맹검 무작위 대조 시험’ 방식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수술 전 껌 씹기의 긍정적인 효과를 확인했다. 수술 전 껌을 씹지 않은 그룹과 껌을 씹은 그룹을 비교했을 때 수술 전 껌을 씹은 환자들은 구토방지제 투여 비율이 20.5%(9명), 심각한 구토 후유증에 따른 2차 치료제 투여 비율이 47.7%(21명)로 낮았다.

이번 연구와 관련 2014년 미국마취학회(ASA‧American Society of Anesthesiologists)는 연례회의를 통해 수술 전 금식 기간에 껌을 씹는 것이 수술 후 합병증을 증가시키지 않고, 안전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2023년에는 ‘수술 전 단식을 위한 진료지침’ 개정판을 통해 건강한 성인이 수술 전 껌을 씹더라도 수술을 연기할 필요가 없으며, 특별히 흡인성 폐렴의 위험을 증가시키지 않는다고 기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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