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문제가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에 이어 의료계와 한의계의 갈등으로도 번지고 있다.
의대 2000명 증원의 대안으로 한의과 대학을 폐지하고, 그 정원을 의대 증원에 이용하자는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과 박은철 교수의 지난 15일 언론 인터뷰에 한의계 반발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다.
국민건강 및 민족의학발전 연합회(국민연)가 지난 18일 성명서를 통해 박 교수를 강하게 비판한 데 이어 25일에는 대한한의사협회 명예회장단이 성명서를 내고 박 교수 발언에 “정상적인 학자로서는 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명예회장단은 성명에서 “박은철 교수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한의과 대학을 없애자고 주장했다”면서 “우리 민족과 역사를 함께한 한의학을 의대 증원의 명분으로 없애버리자는 말은 정상적인 학자의 입장에선 도저히 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개탄했다.
이어 “일본은 명치유신 때 한의학을 과학화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의료일원화를 실시했고, 이후 일본의 한의학은 없어졌다”며 “의과 대학의 입학 정원을 늘리는데 왜 한의과 대학을 없애자는 것인가. 의대 증원을 핑계로 눈엣가시 같은 한의학과 한의사 제도를 없애 버리자는 의도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의대 교수라면 본인이 전공한 예방의학이나 열심히 하면 될 것”이라며 “의료정책 면에서는 한국의료체계의 큰 장점인 한·양방 의료이원화정책을 발전시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전혀 모르는 한의사제도에 칼질을 해서 한의과 대학과 한의사 제도를 없애려고 하니 기가 막힐 뿐”이라고 탄식했다.
아울러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의료정책위원 신분인 박 교수는 한의학, 한의사, 한의대학생들을 없애버림으로써 결국에는 한의사 제도까지 없애려는 끔찍한 만행을 계획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한의협 명예회장단은 국민의힘에 박은철 교수 퇴출를 요구했다. 이와 함께 박 교수에겐 허준 선생과 한의학 선영 및 전국의 모든 한의사 그리고 한의과 대학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국민의힘 의료정책위원직을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