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4시간 이상 인터넷 게임을 하는 ‘게임 중독 환자’는 측두엽‧후두엽 등 다양한 뇌 영역에 변화가 생겨서 뇌 기능이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세계적인 게임 강국인 우리나라 연구진이 게임 중독에 따른 뇌의 △인지 △감정 처리 △시각 △사회성 등과 관련된 뇌 부위 이상 반응을 확인했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최정석 교수팀은 게임 중독이 실제로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검사한 결과 이 같이 분석됐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행위중독저널(Journal of Behavioral Addictions)’ 최근호에 게재됐으며, 인터넷 게임 중독성에 대한 논쟁의 무게 중심 추가 어디로 옮겨갈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 만장일치로 ‘게임 이용 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으로 인정하며, 정식 질병코드를 부여했다. 국내에서도 2025년까지 질병 코드 도입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최정석 교수팀은 18~39세의 인터넷 게임 중독 치료 환자 26명과 정상 대조군 25명을 대상으로 휴지기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functional MRI)’ 및 ‘사건관련전위 뇌파검사(event-related potential EEG)’를 시행했다.
인터넷 게임 중독 치료 환자는 하루에 4시간 이상, 1주에 30시간 이상 게임을 했다. 정상 대조군은 게임 시간이 하루 2시간 미만이며, 게임 시간 조절이 가능했다.
검사 특성에 따라 fMRI는 뇌 영역의 활동성을 관찰해서 기능 장애 여부 판단이 가능했고, 뇌파검사는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뇌 영역마다 가진 기능을 조사하는데 활용했다.
연구팀은 두 검사를 모두 시행해서 시간적 제약이 있는 fMRI와 공간적 제약이 있는 뇌파검사 단점을 상호보완해서 정확성을 높였다.
fMRI 검사는 검사 대상자들이 깨어 있지만 특정 생각을 하지 않는 쉬고 있는 상태에서 이뤄졌다. 뇌파검사 시에는 이어폰을 통해 들리는 자극에 따라 버튼을 눌러서 응답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뇌 구조 간 정보 처리 불균형”
연구 결과 게임 중독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정상 대조군에 비해 fMRI 검사에서 전두엽과 두정엽 부위 뇌 활성이 증가했다. 반면 청각 자극에 대한 뇌파 신호 진폭은 감소했다.
또 △우측 하측두회 △우측 안와회 △일부 후두부에서 fMRI와 뇌파검사 반응이 모두 유의미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하지만 좌측 해마와 우측 편도체에선 유의미한 음의 상관관계를 나타냈다.
게임 중독자들을 검사 종류에 따라 특정 부위는 양의 상관관계로 과민하게 반응하거나, 일부는 음의 상관관계로 둔감하게 반응하는 등 뇌 구조 간 정보 처리가 불균형하다는 의미다.
특히 가장 많은 부위에서 상호작용이 확인된 ‘후두엽’은 시각 중추가 있어서 눈으로 본 물체의 모양이나 위치, 운동 상태를 분석하는 곳이다.
측두엽에 위치한 우측 하측두회는 인지 기능에서 중심 역할을 수행해서 의미 기억 외에 △언어 △시각 △지각의 특정 양상과 감각 기능까지 조절한다.
전두엽 아래 눈 뒤에 위치한 안와회는 ‘안와전두피질 외측’의 일부인데, 안와전두피질 외측 영역은 처벌과 관련된 상황에서 활성화돼서 상황에 맞는 적절한 사회적 행동을 하는데 기여한다.
측두엽‧후두엽 등 여러 뇌 영역의 피질에서 뇌 활성 변화가 관찰되고, fMRI와 뇌파검사 반응이 상호작용을 보이는 것은 인지 처리 능력이 비효율적으로 발휘돼 결과적으로 뇌의 기능이 저하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쉽게 설명하면 해마와 편도체 사이 상호관계는 감정에 대한 기억과 학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중독에 대한 욕망에 반응했다. 축적된 인터넷 게임 습관과 감정에 대한 기억에 따라 게임 중독자들의 해마와 편도체 기능이 떨어진 것이 확인된 것이다.
최정석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게임에 중독되면 실제 뇌 인지 기능과 감정 처리 능력 저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즉 학업‧업무 능률이 떨어지고, 일상적인 감정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해서 화‧짜증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 교수는 이어 “게임 중독이 실제 뇌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게임에 과도하게 빠져들지 말고, 건강한 취미 생활로 활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에 적용한 검사 방법인 ‘fMRI’는 혈류와 관련된 변화를 감지해서 뇌 활동을 측정한다.
신경이 활성화되면 산소를 소비하게 돼서 혈류가 증가하는데, fMRI는 해당 부위를 영상화하는 검사다. 하지만 혈류 변화가 유의미한 신호로 확인되기까지 수 초간 지연이 있다는 단점이 있다.
‘사건관련전위 뇌파검사’는 특정 자극에 대해서 발생하는 대뇌의 전기적 반응을 두피 부위에서 기록한 뇌파 기록이다.
뇌파검사는 신경세포 활동을 직접 측정하는 검사로, 머리 표면에 전극을 붙여서 자극에 따른 전기적 신호를 측정한다.
자극에 대한 뇌신경세포의 즉각적인 반응을 확인할 수 있지만, 머리 표면에서 확인된 신호여서 명확한 뇌 부위 확인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