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고령화로 증가 중인 혈액암, 노인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최적 치료법을 인공지능의 한 분야인 머신러닝(Machine Learning‧기계 학습)으로 찾았다.
국내 연구진이 머신 러닝 모델을 적용해서 백혈병을 세포 유전학적 특성별로 세분화하고, 노인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별 맞춤형 치료 전략에 응용한 연구 결과를 국내 처음으로 소개했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조병식(교신저자)·박실비아(공동제1저자) 교수, 여의도성모병원 혈액내과 김동윤(공동제1저자) 교수팀은 신체능력 저하로 항암 치료제 선택에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 노인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를 인공지능 학습 모델에 기반해서 유전학적으로 분류한 결과, 치료제 선택에 따라 생존 예후에 큰 영향을 준다는 결과를 확인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혈액학 분야 국제학술지 'Haematologica' 최근호에 게재됐다.
급성골수성백혈병은 인구 고령화로 늘고 있는 혈액암이다. 평균 발병 연령이 65~67세로, 노년층에서 많이 관찰된다.
특히 미성숙한 백혈구가 종양 세포 형태로 증식해서 진행 속도가 빠르고, 치료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혈액암이다.
이 같은 고령 환자는 고강도 항암치료를 고려할 수 있을 정도로 양호한 환자부터 전신수행능력 감소로, 표준 치료가 부적합해서 저강도 치료를 선택해야 하는 환자까지 다양하다. 때문에 획일화된 치료법을 적용할 수 없어서 치료 선택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했다.
연구팀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고강도 항암 △메틸화 억제제 단독 저강도 항암 △메틸화 억제제와 베네토클락스 병합 저강도 항암 요법을 이용해서 치료받은 60세 이상 고령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 279명을 대상으로 유전학적 특성별 치료 효과를 생존율 관점에서 비교 분석했다.
우선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유럽 백혈병 연구 그룹의 분자유전학적 위험도 분류(ELN, 2022년 개정판)를 참고치로 사용해서 치료군별 예후 예측능을 평가했다.
그 결과 고강도 항암과 조혈모세포 이식을 주된 치료로 하는 젊은 환자군은 위험분류(저위험, 중간 위험, 고위험)의 예측도와 일치했다.
반면 60세 이상 고령 환자군은 생존 예측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서 이를 치료 선택에 활용하기 어렵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연구팀은 기계 학습 모델을 적용해서 환자별 복잡·다양한 백혈병 세포의 세포 유전학적 특성을 패턴화 하고, 이를 비슷한 유형끼리 묶어서 총 9개의 유전체 집단으로 구분했다.
이들 9개 유전체 집단에서 각 치료군별 생존 예후를 독립적으로 살폈을 때 집단별 유전체의 특성에 따라 고강도 항암 요법이 저강도 항암 치료에 비해 항상 우월하지는 않았다.
또 저강도 치료 중에서도 최근 우수한 효과가 입증된 메틸화 억제제와 베네토클락스 병합요법이 메틸화 억제제 단독 요법에 비해 항상 우월한 것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울러 고강도 항암 치료제에 효과가 좋은 환자들의 유전체 패턴이 저강도 항암 치료제에 대한 좋은 효과를 예측할 수 없었고,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확인했다.
결론적으로 치료 강도의 선택 및 단독‧병합 요법 등의 치료제 선택에 있어서 환자별 맞춤 치료 전략이 궁극적으로 필요하고, 인공 지능 모델을 활용해서 맞춤 치료 전략을 현실화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 급성골수성백혈병 vs 만성골수성백혈병(힐팁 DB)
① 급성골수성백혈병
-미성숙한 백혈구가 종양 세포 형태로 증식
-진행 속도 빠르고, 치료가 상대적으로 어려워
② 만성골수성백혈병
-성숙한 백혈구 형태의 종양 세포 증식
-진행 속도 느리고, 치료 받으면 대부분 생존
-치료하지 않으면 급성으로도 진행 가능
이와 관련 급성골수성백혈병은 백혈병 세포의 다양한 세포학적‧유전학적 변이를 특징으로 한다. 환자별로 변이의 조합과 양상이 매우 다양하다.
여기에 최근 백혈병 신약 개발에 힘입어 저강도 항암 치료제 선택도 다양해졌다. 대표적으로는 메틸화 억제제(hypomethylating agent) 단독 치료 및 B-cell lymphoma-2 단백(BCL-2)을 억제하는 표적치료제 베네토클락스(venetoclax)와 병합 치료 선택이 가능하다.
3상 국제 임상시험에서 메틸화 억제제 단독 치료 대비 병합 치료 시 생존율 증가 등 우수한 효과가 확인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0년 표준항암요법이 불가능한 노인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에게 메틸화 억제제(아자시티딘)와 베네토클락스의 병합 요법을 1차 치료 요법으로 승인한 바 있다.
그러나 베네토클락스 병합에 따른 추가적인 세포 저하 부작용을 간과할 수 없고, 백혈병의 유전학적 특성에 따라 병합요법의 득이 확실하지 않은 그룹이 있을 수 있어서 이를 감안한 저강도 치료제 선택 전략이 필요할 수 있다.
고강도 항암 요법은 노인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에서도 여전히 가장 높은 확률로 완전 관해에 도달할 수 있어서 치료 선택 시 고강도 치료 전략의 완전한 배제는 어렵다.
그러나 고강도 표준 항암 치료에 적합한 신체능력이라도 백혈병의 유전학적 특성에 따라 저강도 치료에 비해 고강도 항암제의 치료 효과가 큰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환자별 치료 강도 선택 전략이 필요했었다.
박실비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점점 다양해지는 백혈병 치료제와 새롭게 밝혀지고 있는 백혈병의 분자·유전학적 정보를 연계해서 실질적 환자 생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담겼다"며 "개별 환자에서 나타나는 세포학적 유전학적 변이가 너무 다양하고, 동시 다발적인 변이가 흔하기 때문에 기존 통계 처리 방식으로는 이를 반영할 수 없어서 기계 학습 모델 활용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조병식 교수는 "연구를 통해 세포·유전학적 특성별로 환자별 맞춤 치료가 환자의 생존율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객관적인 데이터로 입증했다"며 "아직 첫걸음이기는 하지만 이런 연구 결과를 활용해서 천편일률적 치료가 아닌 개인별 질병 특성을 고려한 최적 치료를 진료 현장에서 적용,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급성골수성백혈병 고령 환자에게 긍정적인 치료 결과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