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재발하는 만성 피부 질환인 ‘건선’ 증상이 심할수록 실명도 부르는 ‘포도막염’ 발병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건선 진단 후 첫 3년 내에 포도막염 재발률이 가장 높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이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건선과 포도막염의 연관성을 밝힌 첫 대규모 연구 결과여서 관련 치료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우세준 교수, 피부과 윤상웅‧최종원‧김보리 교수 연구팀(공동저자 안과 최승우 임상강사, 피부과 김민재 전공의)이 대규모 코호트 연구를 분석해서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최근 밝혔다.
이 결과는 국제 학술지 ‘유럽피부과학회지(Journal of The European Academy of Dermatology & Venereology)’ 최근호에 게재됐다.
건선은 피부에 두꺼운 각질과 함께 붉은 발진이 나타나는 만성‧염증성 면역 매개 피부 질환이다. 한 해 병원을 찾은 환자가 약 16만 명에 이른다. 면역 체계의 과도한 반응이 원인으로 알려졌다.
※ 피부 자극 받아서 건선 많이 생기는 부위 (힐팁 DB)
-두피
-팔꿈치
-무릎
-엉덩이
-생식기 주변
건선은 실명의 원인이 되는 ‘포도막염’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포도막은 포도껍질과 비슷한 눈 속의 얇은 막으로, 눈의 홍채‧모양체‧맥락막을 둘러싸고 있다.
포도막염도 바이러스에 감염된 일부 환자를 제외하면 대부분 자가면역질환 등 면역 체계 이상과 관련이 깊다는 특징을 보인다.
포도막염은 고령에서 주로 발생하는 백내장‧녹내장과 달리 연령‧성별에 상관없이 발생한다. 특히 치료 없이 방치하면 실명으로 진행할 위험이 높아서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덴마크‧대만 등에서 건선과 포도막염의 연관성을 확인하기 위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가 이뤄졌다. 하지만 전체적인 연관성을 확인했을 뿐 건선 중증도에 따른 포도막염의 발병 유형을 정밀하게 규명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선 그동안 건선과 포도막염에 대한 대규모 연구 자체가 없어서 한국인에게 최적화된 치료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 포도막염 증상(힐팁 DB)
-시력저하
-충혈
-눈을 움직일 때 통증
-염증 물질이 눈앞의 날파리들처럼 보이는 날파리증
▶“관절염까지 동반하면 각별한 주의 필요”
연구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기반으로 2011년부터 2021년까지 건선으로 진단 받은 20세 이상 환자 32만 여 명과 건선 없이 두드러기만 앓는 대조군 64만여 명의 포도막염 데이터를 비교 분석하는 대규모 코호트 연구를 수행했다.
그 결과 건선 환자의 포도막염 발병 위험도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유의미하게 높았다. 특히 건선 중증도가 높을수록 △포도막염 △앞포도막염 △재발성 포도막염 등의 위험성이 전반적으로 증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가장 실명 위험이 높은 포도막염 유형인 ‘전체 포도막염(Panuveitis)’은 이번 연구에서 건선 유무에 따른 발병률 차이는 매우 적었다. 하지만 건선 관절염을 동반한 건선에선 위험도가 급격히 증가해, 1000인년 당 0.44명의 발병률을 보였다.
이는 1000명을 1년간 관찰했을 때 0.44명꼴로 환자가 발생한다는 의미로, 비건선 환자(대조군)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또 연구팀은 건선 첫 진단 후 3년 내 포도막염이 재발할 확률이 가장 높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포도막염 진단과 치료시기를 결정하기 위한 협진의 ‘골든타임’으로 볼 수 있어서 치료 지침 마련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과 우세준 교수는 “대규모 코호트 연구를 통해 한국인 건선 환자에서 포도막염의 위험성을 자세하게 분석한 연구”라며 “건선 환자들은 시각적인 문제가 발생하는지 주기적인 검진을 통해 확인하고, 건선 중증도가 높거나 관절염을 동반하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피부과 윤상웅 교수는 “한국에선 평균적으로 약 35세를 전후로 건선이 처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면역학적 이상에 의한 질환인 만큼 포도막염을 비롯한 합병증 위험이 높아서 가볍게 넘기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