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통의학인 한의학은 이미 생활 속에 깊이 들어와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 한의학이 필요하고, 어떻게 도움을 받아야 건강관리에 좋은지 잘 모르는 경우가 아직도 많습니다. 한의학 효과를 제대로 누리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한의학 궁금증 풀이’를 연재합니다.
소아와 노인은 젊은 성인과 비교했을 때 겉모습은 물론 신체 생리작용도 다릅니다. 때문에 한의학적 치료에 있어서도 다른 기준을 적용합니다.
의학 지침서인 ‘의학입문(醫學入門)’은 “옛사람이 이르기를 열 명의 남자를 치료하는 것보다 한 명의 부인을 치료하기 어렵고, 열 명의 부인을 치료하기보다 한 명의 소아를 치료하기 어렵다”며 소아 진단‧치료에 대한 어려움과 중요성을 언급했습니다.
소아는 성인과 다른 생리를 가지면서 스스로 본인의 상태를 말로 명확하게 전달할 수 없기 때문에 치료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면역력과 신체 대사 능력이 떨어지고, 다양한 만성 질환을 알고 있는 노인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한의학적 관점의 소아‧노인의 생리적 특징과 한방 치료 시 효과를 높이기 위해 고려하는 점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소아, 증상 표현 못해서 치료 힘들어
한의학 서적에선 소아과를 ‘啞科(아과)’라고 표기하며 벙어리에 비유한 경우가 있습니다. 무언가 부족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말로 증상을 표현하는데 자연스럽지 못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입니다.
영아들은 말을 하지 못하고, 소아들은 질병 상태를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합니다. 진찰 중에는 울어서 정확한 진단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특히 아이들은 성장이 계속 진행해서 월령‧연령 차이에서도 나타나는 증상이 달라지기 때문에 보호자 말에 많은 비중을 두고 진찰을 대신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한의학에선 소아가 성인과 다르게 갖는 생리적 특징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첫째, ‘臟腑嬌嫩(장부교눈)’‧‘形氣未充(형기미충)’입니다. 소아는 각 기관의 발육이 부족하고, 취약하며, 형체와 기능이 완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둘째, ‘生機旺盛,(생기왕성)’‧‘發育迅速(발육신속)’입니다. 소아의 나이가 적을수록 생장발육이 빠르고, 신진대사가 왕성하기 때문에 △영양물질 △열량 △체액 요구량이 어른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을 말합니다.
이 같은 소아 특징은 발병 기전에도 영향을 줍니다.
첫째, ‘易于發病(이어발병)’입니다. 소아는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낮아 외부에서 들어오는 나쁜 기운에 감염되기 쉽고, 장부 기능과 방어 능력이 취약해서 질병에 노출되거나 다른 질병으로 변화가 쉽다는 뜻입니다.
둘째, ‘易于變化(이어변화)’입니다. 소아의 질병은 쉽게 증상이 변화하는 특징이 있어서 일단 병이 들면 나쁜 기운인 사기가 왕성해지기 쉽고, 방어하는 기운인 정기는 쉽게 부족해져서 급격한 증상이 나타납니다.
셋째, ‘易于康復(이어강복)’입니다. 소아는 생기가 왕성하고 발육이 신속한 생리적 특징에 따라 질병이 발생할 때 빨리 회복하는 유리한 점이 있습니다.
▶침 무서워하는 소아는 한약이 주된 치료
소아는 성장과 발달의 단계를 거치고 있는 과정에 있어서 질병에 대한 반응이 성인과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성인에게 문제가 되는 질환이 소아에겐 자연스러울 수 있는 반면, 성인에겐 가볍게 느껴지는 증상이 큰 문제의 단초가 되는 경우도 많아서 소아 질환은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 살펴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소아의 한방 치료는 접근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소아는 침을 무서워하기 때문에 한약이 주된 치료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아의 불균형한 음양은 성장하면서 점차 균형을 잡아가고, 장기 기능도 성숙해 집니다. 이 과정에서 과도한 불균형으로 나타나는 증상을 바로잡고, 성숙이 느린 장부를 보조해 주는 치료를 진행합니다.
소아에겐 공격적인 처방을 잘 사용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예를 들어 성장 치료는 성장호르몬처럼 공격적인 방법이 아니라 △약한 비위 기능 △비염‧천식 등 호흡기 문제 △활동량 부족 등 성장에 방해가 되는 요소들을 하나씩 바로잡아서 건강한 성장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돕습니다.
▶노인, 신체 ‘정(精)’ 부족해 ‘보(補)’ 기능 고려해 치료
노인도 젊은 성인과 다른 생리를 보입니다. 한의학에선 이를 ‘노인칠반증(老人七反證)’으로 설명합니다.
1. 울어야 할 때는 눈물이 나오지 않고, 웃어야 할 때는 오히려 눈물이 나온다.
2. 걸쭉한 콧물이 많이 나온다.
3. 귀에서 매미 우는 소리가 난다.
4. 음식을 먹을 때는 입이 마르고, 잘 때는 침을 흘린다.
5. 소변이 자기도 모르게 나온다.
6. 대변이 몹시 굳거나, 설사를 하기도 한다.
7. 낮에는 졸음이 많고, 밤에 누워도 정신이 또렷하면서 잠이 들지 않는다.
이 같은 증상은 전반적으로 정(精)을 저장하는 기능이 약해져서 새어나오고, 이 영향으로 인체 내 정(精)이 부족해서 나타납니다.
한의학에선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갖고 있는 ‘先天之氣(선천지기)’와 밥을 먹고 소화하며 얻어지는 ‘後天之氣(후천지기)’가 있습니다.
노인은 긴 세월을 살며 갖고 태어난 선천지기를 많이 소모하고, 노화에 따라 소화기능이 약해지며, 후천지기도 충분하지 못해서 노인칠반증 같은 생리적 특징을 보이는 것입니다.
때문에 노인에게 약을 쓸 땐 기본적으로 보(補)하는 기능을 전제해야 합니다. 병의 원인을 적극적으로 제거하는 공격적인 치료를 할 때도 인체의 기운을 해치지 않기 위해 많은 신경을 기울여야 합니다.
노인 침 치료의 경우 기운을 빼내는 사(瀉)법을 근간으로 하기 때문에 너무 오랜 시간 유침하지 않아야 합니다.
또 잠을 잘 못자거나, 식사를 거르며, 바쁘게 걸어서 숨이 가쁘고 지친 상태에서 침을 맞는 것은 삼가야 합니다. 침 치료와 함께 기운을 보할 수 있는 뜸 치료를 병행하면 도움이 됩니다.
* 취재 도움 : 영동한의원 안정은 진료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