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를 키울 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의 충족 여부입니다.
얼핏 보면 굉장히 사소하게 여겨질 수 있지만 정작 내 아이에게 이런 상황이 생기면 아이뿐 아니라 부모의 삶에도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됩니다.
변비 유병률은 국가마다 차이가 있지만, 소아에서는 약 10% 빈도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변비는 대변이 굵고 딱딱해서 배변이 힘든 상태, 즉 증상을 의미할 뿐 변비 자체가 병은 아닙니다.
물론 내분비•대사질환, 신경•근육 질환 등 기저질환에 의한 변비가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원인은 기능성 변비입니다. 우리 아이가 잘 쌀 수 있게 도울 수 있는 ‘소아 기능성 변비’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우리 아이 ‘소아 변비’ 언제 생길까?
소아 변비가 생기는 시점은 보통 3가지로 △이유식을 시작하는 시점 △변기 훈련을 하는 시점 △어린이집•유치원 등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시점입니다.
① 이유식을 시작하는 시점
생후 6개월에서 돌 사이는 이유식을 시작하고 점차 유아식으로 진행해 나가는 시점입니다. 이 기간에는 아이가 분유•모유 같은 체류만 먹다가 처음으로 유동식•고형식을 시도해서 변이 단단해 지기 시작합니다.
이때 아이가 항문이 찢어지면서 통증을 느끼고, 이 과정이 반복하면서 통증을 회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변을 참습니다.
② 변기 훈련을 하는 시점
아이가 변기 훈련을 하면서 기저귀를 떼기 시작할 때 부모는 아이가 자연스럽게 변기에 대변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이의 입장은 다릅니다.
지금까지 대변을 보아오던 기저귀를 갑자기 떼어버리고 새로운 장소인 변기에 앉아 자세를 취하고 대변을 보는 것은 낯선 경험입니다. 때문에 아이는 자연스럽게 대변을 참을 수 있습니다.
③ 어린이집•유치원 등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시점
부모님들 중 일부는 청소년기에 학교에서 화장실 가는 것을 참았던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일부 아이들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때 여러 이유로 변을 참을 수 있습니다.
내가 갔던 화장실과 다른 환경이어서, 다른 아이들이 있을 때 화장실 가는 것이 부끄러워서, 뒤처리가 깔끔하지 않아서 등 여러 이유로 변을 참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 변비가 있는 아이의 배변 시 행동 특징
(가장 중요한 것은 위에서 언급한 대변을 힘들게 보는 모습, 변을 참는 모습입니다. 아래의 모습은 변이 항문으로 밀려 나올 까봐 괄약근을 쥐고 참는 모습입니다.)
-변보기 전 소리를 지르고 운다
-양다리를 붙이고 상체를 뻣뻣하게 세워서 힘을 준다
-다리를 꼬고 힘을 주거나, 경직된 상태로 서있는 자세를 취한다
-발끝으로 걸으면서 쩔쩔맨다
▶소아 변비, 이렇게 진단해요
부모들이 인터넷 등에서 접할 수 있는 여러 자료를 보면 소아 변비 기준을 복잡하게 서술해 놓은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 기능성 변비의 진단 기준 : ROME IV criteria
(아래 증상 중 2가지 이상을 만족하며, 각 증상이 한 번 이상 빈도로 1달 이상 지속 시)
하지만 위의 변비 진단 기준은 어떤 증상이 있을 때 변비를 의심해야 하는지를 학술적으로 서술한 것일 뿐 직관적으로는 ‘아이가 대변을 힘들게 보거나 변을 참는 증상 자체’로 소아 변비를 진단합니다.
즉 복부 X선을 찍어서 변비를 진단하는 것은 옳은 방법은 아닙니다. 복부 X선은 2D 사진을 우리에게 보여주지만 실제 변은 3D로 존재합니다.
복부 복부 X선 상 변이 넓게 퍼져있다고 변비라고 진단할 수 없고, X선에서 변이 일부만 보인다고 해서 변비가 아니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증상입니다.
▶심리적 원인도 함께 치료해야 효과적
제일 중요한 것은 소아 변비가 성인 변비와 다른 점을 인식하고 아이의 입장에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어른들은 대변을 보다가 항문이 한 번 찢어지더라도 금방 잊어버리고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며 넘어갑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대변이 한번 딱딱해져서 항문이 찢어져서 아팠던 기억을 잊어버리지 못하고 일종의 트라우마로 기억합니다.
항문 통증을 피하는 방법으로 대변을 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변을 참는 방법을 선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소아 변비가 생기는 심리적인 원인을 치료해야 궁극적으로 소아 변비를 탈출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럼 부모들이 궁금해 할만한 질문으로 소아 변비 치료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네, 맞습니다. 소아 변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약은 여러 가지 기전의 약제가 존재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장기적 치료와 관련된 안전성이 선택 기준입니다.
소아 변비는 아이가 변을 볼 때 겪었던 항문 통증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질 때까지 치료를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보통 이 같은 기억이 없어질 때까지 6개월에서 1년 정도 장기적으로 약물을 복용합니다.
현재는 주로 삼투성제로 폴리에틸렌글리콜(폴락스•듀락칸 등)을 사용하는데, 중요한 것은 용량을 충분히 써야 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대표적으로 소아청소년과에서 많이 사용하는 폴락스의 경우 몸무게 당 0.5g(몸무게가 20kg인 아이의 경우 하루 10g 복용), 듀락칸의 경우 몸무게 당 1~2mL (몸무게가 20kg인 아이의 경우 10~20mL를 하루 2번 복용)해야 합니다.
물론 이런 약들은 증상에 따라 천천히 감량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변비가 좋아졌다고 약을 바로 끊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변을 참지 않을 때까지 장기간 복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변비 약은 체내에서 흡수되지 않고 대변만 부드럽게 만들고 배출되는 약입니다. 대부분6개월 이상 장기 복용해도 유의한 부작용이 적은 약물입니다.
약물 용량을 일정하게 유지해도 아이들의 몸무게가 계속 자란다면 몸무게 당 약의 용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결론적으로는 약을 점점 줄이게 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또 아이들이 변을 참는 습관이 점점 좋아진다면 필요로 하는 약의 용량이 점점 감소하기 때문에 약을 점차 줄여서 끊을 수 있게 됩니다.
소아 변비의 원인은 기능성 변비가 대부분이지만, 이 외에 다른 기저질환에 의한 변비도 있을 수 있습니다. 때문에 아이가 변비 증상이 있으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와 아이의 변비 양상에 대해 상담해야 합니다.
관장은 가급적 하지 않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안 그래도 배변 시 항문 통증으로 변을 참는 아이에게 트라우마를 더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또 가끔 답답한 마음에 손가락을 넣어서 수지관장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수지관장은 그림에서 표시한 것과 같이 항문 바로 위의 대변만 제거하기 때문에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아이의 공포감만 더 조성하는 역효과가 일어납니다.
물론 물을 많이 마시고 변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섬유질•과일•채소 등의 섭취는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이러한 음식을 싫어해서 먹는 것을 힘들어 한다면 강제로 섭취하도록 하는 것은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싫어한다면 보호자들이 이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 Doctor's Pick!
소아 변비는 성인 변비와 달리 아이가 변을 참으면서 시작합니다. 소아 변비가 왜 시작됐는지 아이의 입장을 이해해 주는 것이 치료의 첫걸음입니다. 또 변을 참는 습관이 사라질 때까지 변비 약을 복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