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작가‧교육가‧사회운동가인 헬렌켈러는 “실명은 우리를 사물에서 차단시키지만, 청각장애는 우리를 사람으로부터 단절시킨다'고 했습니다.
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질환 그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귀 건강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높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특히 △소음성 난청 △노인성 난청 △돌발성 난청을 비롯해서 중이염 같은 귀 염증성 질환이 원인으로 작용해서 발생한 ‘난청’은 누구나 겪을 수 있습니다.
난청은 단순히 소리를 잘 못 듣는데 그치지 않고 인지기능 저하에 따른 치매, 사회관계 단절 등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다양한 건강 문제의 단초가 될 수 있습니다. 대한청각학회 조창현 회장(가천대 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의 자문으로 난청에 대한 궁금증을 Q&A로 풀어봤습니다.
Q1. 잘 들리지 않는 ‘난청’은 어떤 검사로 진단하나요.
듣기 능력을 확인하는 청력 검사는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여러 소리에 환자가 반응해서 측정하는 ‘주관적 검사’와 환자가 가만히 있어도 측정되는 소리자극 반응 등을 측정하는 ‘객관적 검사’가 있습니다.
주관적 검사 종류는 국가검진에서 많이 진행하는 △순음청력검사 △어음검사 등이며, 객관적 검사는 △임피던스검사 △이음향방사검사 △청성뇌간유발반응검사 △청성지속반응검사 등이 있습니다.
난청을 정확하게 진단하려면 주관적‧객관적 검사 결과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2. 난청에는 어떤 종류가 있으며 특징은 무엇인가요.
난청 종류는 크게 소리를 전달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는 ‘전음성 난청’과 달팽이관 등 청신경에 문제가 생긴 ‘감각신경성 난청’ 두 가지가 있습니다.
전음성 난청은 소리를 신경계로 연결하는 고막, 뼈 조직 등의 이상으로 나타납니다. 주요 원인은 중이염을 비롯해서 △고막 천공 △외이도 폐쇄증 △이경화증 △외이기형 △소이증 등입니다.
감각신경성 난청은 달팽이관 등 청신경 문제로 발생합니다. 주요 발병 원인은 △노화성 난청 △돌발성 난청 △소음성 난청 △유전성 난청 △메니에르병 등입니다.
난청은 종류에 따라서 치료 효과가 좋은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감각신경성 난청 중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하는 돌발성 난청은 약물 치료로 회복할 가능성이 있는 청력 소실입니다. 반면 노인성 난청은 치료를 통해 청력을 원래대로 돌릴 수 없습니다.
그러나 고도난청 수준 이전의 중등도난청(청력역치 40~70dB) 단계라면 보청기를 통해 소리를 증폭시켜줌으로써 환자가 느끼는 불편함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보청기 치료 시기를 놓쳤을 땐 인공와우이식 등의 치료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청각이 완전히 소실됐어도 늦지 않게 병원을 찾으면 인공와우 등 시도해볼 수 있는 방법이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진단을 받는 것이 권고됩니다.
Q3. 난청이 치매 발생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 사실인가요.
노인성 난청 환자가 보청기를 사용한 경우와 아닌 경우를 놓고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보청기를 사용하지 않은 환자의 인지장애 위험이 높았다는 해외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잘 들리지 않으면 대인관계와 사회활동 전반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고 우울감, 인지능력 저하 등 다양한 문제를 부를 수 있습니다.
때문에 난청이 있는 노년층은 조기에 진단받고, 보청기 등 적극적인 청각재활 치료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보청기 사용에 대한 인식이 낮아서 청력이 거의 소실되는 단계에 이르러서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아서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Q4. 학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대한청각학회는 어떤 곳인가요.
대한청각학회는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중심으로 1966년 설립됐습니다. 현재는 △청각학 교수 △공대 교수 △딥러닝 등 여러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청각 질환의 극복과 청각학의 발전을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한청각학회는 2026년 세계청각학회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세계청각학회는 청각 관련 학회 중 가장 큰 규모로, 관련 분야에서 약 2만 명이 모이는 국제 대회입니다. 세계청각학회의 국내 유치를 통해 청각 학술 분야가 더 발전할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