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여성 폐암 환자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 폐암 환자 대부분이 평생 담배 한번 입에 물어보지 않은 비흡연자라는 것입니다.
흡연은 폐암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담배는 폐암을 일으키는 주된 위험 인자입니다. 금연을 강조하는 광고에는 반드시 폐암이 따라 붙습니다.
그러나 담배를 피우지 않기 때문에 폐암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생각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많은 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여성들에겐 더욱 그렇습니다. 요리 시 발생하는 연기 등 환경적인 영향이 폐암 발생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인천 가천대 길병원 호흡기내과 경선영 교수의 자문으로 여성들을 위협하는 비흡연 폐암의 원인과 특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여성 폐암 환자 10명 중 9명 비흡연자
대한폐암학회 등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 폐암 환자의 85% 이상이 비흡연자입니다. 학회가 2003~2015년 폐암으로 수술한 여성 환자 957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에서도 92.7%가 비흡연자였습니다.
결국 여성 폐암 환자 10명 중 약 9명은 흡연이 아닌 다른 이유로 폐암에 걸렸다는 뜻입니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나라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같은 동양권인 한국을 비롯해 중국‧일본 여성에게도 비슷하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그럼 비흡연 폐암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우선 특정 유전자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가천대 길병원 효흡기내과 경선영 교수는 “폐암은 EGFR 유전자 돌연변이가 원인이 돼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된다”며 “동양권 비흡연 폐암 여성에게는 EGFR 유전자 돌연변이 비율이 최대 50%에 달해서 서양권 여성보다 4~5배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가 증가하면서 전체 여성 폐암 환자도 늘고 있습니다. 2017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한 해 23만2255명의 새로운 암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이중 폐암 환자는 2만6985명으로 3위입니다. 이중 약 30%가 여성 환자이고, 여성 환자의 약 90%가 비흡연자입니다.
▶요리 시 발생하는 연기 등 환경적 영향 커
비흡연 폐암이 발생하는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다양한 추측성 가설이 존재합니다.
비흡연 여성 폐암의 원인으로 추정 가능한 것은 요리를 할 때 나오는 연기입니다. 평소 구이‧튀김 등을 할 때 나오는 연기가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여성의 코를 통해 폐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경선영 교수는 “특히 요리할 때 주재료인 육류나 어류는 열에 가열돼 탈 때 다환방향족탄화수소 같은 발암물질이 나온다”며 “요리 시 흔히 사용하는 식용유도 탈 때 벤조피렌 같은 발암 가능 물질이 발생한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비흡연 폐암 여성 중 상당수는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해먹고, 요리할 때 눈이 따가울 정도로 연기에 노출되는 경우도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선영 교수는 “음식을 조리할 땐 매우 다양한 발암물질이 나올 수 있고, 연기나 그을음이 폐에 들어가면 폐암에 영향을 준다”며 “특히 튀김이나 구이를 즐겨먹는 같은 아시아권에서는 비흡연 폐암이 많이 발생하는 공통점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다른 가능 물질로는 간접흡연이 있습니다. 비흡연 폐암 여성들 중 상당수는 가정이나 일터에서 흡연에 노출되는 비율이 높았습니다.
보통 간접흡연 폐해는 여성이 더 크게 받습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폐가 작고, 폐활량도 적기 때문에 노폐물을 분해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같은 양의 담배 연기나 유해 연기로부터 받는 피해 양은 여성이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경선영 교수는 “간접흡연은 필터로 걸러지지 않은 연기여서 건강에 더 나쁠 수 있다”며 “미세먼지‧황사‧자동차 매연 등도 비흡연 폐암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비흡연 여성 폐암 발병에 영향 주는 요인
-EGFR 유전자 돌연변이
-음식 조리 연기
-간접흡연
-미세먼지‧황사‧자동차 매연 등
▶자각 증상 적은 ‘폐암’ 조기 발견 중요
폐암은 초기에 자각 증상이 거의 없습니다. 증상이 있어도 기침‧가래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고, 체중만 조금 감소합니다.
이처럼 폐암은 증상만으로 암을 의심하기 힘들어서 빨리 발견하고, 예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폐암은 초기에 치료 받으면 완치를 의미하는 5년 생존율이 약 70%에 이릅니다. 하지만 폐암 환자의 평균 생존율은 30%에 그치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폐암으로 진단 받으면 다학제 진료가 긍정적인 치료 결과에 도움이 됩니다. 내과, 외과, 방사선종양학과 등 의료진이 진료 방법에 대해 충분히 논의해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법을 찾습니다. 폐암은 암의 진행 단계, 발병 위치, 기저 폐 기능 여부에 따라 다양한 치료 방법을 적용합니다.
여성은 흡연 여부와 상관 없이 위험 요인에 많이 노출되면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폐 검진을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가천대 길병원 호흡기내과 경선영 교수는 “폐암을 예방하려면 직‧간접 흡연을 피하고, 음식을 조리할 때 환기를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주 3~4회 이상 규칙적인 운동도 폐암 발생 위험을 낮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도움말 : 가천대 길병원 호흡기내과 경선영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