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심장은 쉬지 않고 1분에 60~100회 뜁니다. 이 횟수보다 심장이 느리게 뛰면 서맥(徐脈), 빠르면 빈맥(頻脈)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것을 통칭해서 부정맥(不整脈)이라고 말합니다.
근육 덩어리인 심장은 전기 신호를 통해 수축합니다. 부정맥은 이 같은 전기 신호 체계에 변화나 이상이 생기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부정맥 종류는 빈맥‧서맥 뿐 아니라 △심방조기수축 △심방세동 △심실세동 등 굉장히 다양합니다. 여러 가지 원인으로 다양한 증상을 나타내는 모든 형태의 불규칙한 심장 박동이 정맥입니다.
부정맥 탓에 불규칙하게 뛰는 심장을 건강한 박동으로 맞춰주는 경희대병원 심장내과 이정명 교수의 자문으로 부정맥의 종류와 특징, 치료‧관리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어느 날부터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이유
부정맥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노화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심장 운동도 불규칙해지기 때문입니다. 고혈압‧당뇨병 같은 만성 기저 질환들도 부정맥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외에 △수면무호흡증 △과도한 음주 △비만 △폐 기능 저하 △갑상선 기능 저하 등도 부정맥이 발생과 관련 있습니다.
부정맥은 60~65세를 기준으로 유병률이 크게 증가합니다. 특히 노년층에서 발생하는 부정맥 중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은 심방세동에 의한 부정맥입니다.
※ 부정맥 발생에 영향 미치는 요인
- 노화
-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 질환
- 수면무호흡증
- 과도한 음주
- 비만
- 폐 기능 저하
- 갑상선 기능 저하
▶종류‧증상 다양한 부정맥의 치료법
부정맥은 종류와 증상이 다양한 만큼 치료법도 여러 가지입니다. 빈맥은 맥이 빠르게 발현되는 부위를 찾아서 고주파 전극으로 태워서 인자를 제거합니다. 일명 ‘고주파 전극도자 절제술’입니다.
빈맥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발작성 상심실성 빈맥으로 이 경우 시술이 동반되면 대부분 완치 가능합니다.
경희대병원 심장내과 이정명 교수는 “심방 빈맥이나 심실 빈맥 등도 약물 치료가 어려우면 시술을 통해 거의 완치할 수 있다”며 “심방세동의 경우 시술로 완치까지 바라보기는 어렵지만 평생 조절을 잘하면 큰 무리 없이 살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신 시술 ‘레프트 번들 브랜치 페이싱’ 도입
서맥의 경우 심장 박동기를 삽입해서 심장 박동수를 규칙적으로 끌어올립니다. 심장 안에는 전기가 흐르는 길이 있는데, 심장 박동기를 삽입해 이곳에 전기자극을 주면 맥박을 정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올해부터 경희대병원에서 시작한 ‘레프트 번들 브랜치 페이싱(Left Bundle Branch Pacing)’은 우심실과 좌심실에 전기자극을 유도하는 시술입니다. 국내에서 이 시술을 할 수 있는 병원은 많지 않기 때문에 경희대병원이 선도적으로 최신 기술을 들여온 셈입니다.
심부전 증상이 악화된 환자에게는 급사를 예방하기 위해 제세동기를 심장 내부에 삽입하는 ‘제세동기 삽입술’을 시행합니다.
‘피하형 제세동기 삽입술’은 왼쪽 가슴 위쪽 피부 아래에 제세동기를 넣습니다. ‘제세동기 삽입술’과의 차이점은 심장이 아닌 옆구리에 삽입한다는 점입니다.
‘피하형 제세동기 삽입술’은 심부전으로 급사 위험이 높은 사람과 빈맥으로 한 번 심장마비를 경험한 후 소생된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합니다. 피하에 기기가 삽입되는 만큼 혈관 내로 제세동기가 삽입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줄여줍니다.
※부정맥 오해 & 진실
Q1. 부정맥은 치료가 어렵다?
부정맥은 원인과 종류가 다양해서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고,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부정맥이라고 해서 치료가 어렵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릅니다.
Q2. 부정맥은 공황장애의 전조증상이다?
부정맥이 공황장애를 발생시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서로 심리적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간혹 실제 부정맥이 있는데 심전도 진단이 되지 않아서 공황장애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진단을 통해 부정맥이 없다는 것이 증명된 환자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공황장애 치료를 받아 상태가 좋아진 경우도 있습니다.
Q3. 부정맥 치료에 완치는 없다?
발작성 상심실성 빈맥 등 일부 부정맥 질환에는 완치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 외에 상당수 부정맥은 정상맥으로 돌아갑니다. 물론 시술 후에도 지속적인 관리와 관찰이 필요합니다.
▶심장내 기기 삽입술, 환자 만족도 높아
부정맥 치료법을 간단히 설명하면 크게 ‘고주파 전극도자 절제술’과 ‘심장 내 기기 삽입술’로 나뉘는 셈입니다. 고주파 전극도자 절제술의 경우 치료 예후가 좋다고 해도 복용하던 약을 모두 끊을 수는 없습니다. 시술 후에도 환자의 주의가 필요합니다.
심장 내 기기 삽입술의 경우 우리나라 환자들의 거부감이 조금 심한 편입니다. 외국에 비해 심리적 장벽이 유독 높고, 국내 환자의 박동기 삽입률은 외국과 비교했을 때 무척 낮습니다. 엄격한 보험사 규정도 한몫합니다.
이정명 교수는 “하지만 심장 내 기기 삽입술을 받은 대부분 환자는 결과에 매우 만족한다”며 “시술이 간단한데 비해 규칙적인 맥을 보장해 주는 만큼 삶의 질이 많이 올라가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부정맥 주요 치료법
① 빈맥에 적용하는 ‘고주파 전극도자 절제술
맥이 빠르게 나오는 지점을 고주파로 태워서 인자를 제거하는 시술
② 서맥에 적용하는 ‘심장 내 기기 삽입술’
심장 내부 또는 피하 내부에 제세동기를 삽입해 전기 자극을 줌으로써 불규칙하게 느린 심장 박동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시술
▶평생 관리 필요해 환자 의지 중요
부정맥은 평생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어서 치료와 함께 환자 의지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알코올은 부정맥에 매우 강력한 부정적인 인자입니다. 시술 후에는 꼭 금주를 실천해야 합니다.
부정맥 약을 계속 복용하는 것도 잊으면 안 됩니다. 간혹 다른 질환 치료 탓에 부정맥 약을 일주일 정도 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 자칫 뇌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주의해야 합니다.
기기를 삽입한 부정맥 환자들은 상처를 잘 관리하고, 휴대폰을 기기 가까이에 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전기장판‧온수매트 등에서 자는 것은 괜찮지만, 자석을 일부러 기기 주위에 갖다 대는 행위는 피합니다.
이정명 교수는 “막상 부정맥인 줄 알고 병원을 찾는 환자 중 약 30%는 부정맥이 아닌 불안증인 경우”라며 “하지만 조금이라도 불편한 점이 있으면 정확한 진단을 받는다는 마음으로 병원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