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를 손으로 만지거나 옷을 벗을 때 비듬처럼 후두둑 무언가가 떨어지나요? 이 같은 증상이 지속하면 단순 피부 건조증이 아닌 ‘건선(乾癬)’을 의심해야 합니다.
건선은 인류를 괴롭힌 가장 오래된 피부 질환 중 하나로서 간지럼증은 물론 피부가 비듬처럼 벗겨져서 일상생활의 발목을 잡습니다.
신체 곳곳에 발생하는 건선은 증상 개선과 악화를 반복하는 대표적인 만성 재발성 피부질환입니다. 특히 겨울처럼 춥고 건조한 계절에 심해져서 더 힘들게 합니다.
건선이 장기화되면 피부 문제에 그치지 않고 건선 관절염, 심혈관 질환, 대사증후군 등 다른 질환의 발병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보고되기 때문에 단순 피부병으로 치부하면 안 됩니다.
만성 재발성 질환인 건선을 완하고 환자 삶의 질을 높이려면 정확한 진단과 꾸준한 치료가 중요합니다. 강북삼성병원 피부과 이가영 교수의 자문으로 건선의 특징과 증상, 관리법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단순 건조증‧습진? 건선 의심 증상
건선은 만성적인 자가 면역 질환입니다. 면역계가 피부 세포를 병원균으로 오해해서 발생하는 피부 질환입니다. 건선이 발생하는 기전을 살펴보겠습니다.
신경에서 피부 세포의 성장주기를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만드는 신호를 보내면 병변 부위의 분열 속도가 일반적인 피부 세포보다 빨라집니다. 피부가 정상적인 성숙기를 갖지 못하기 때문에 분열했다가 각질화해서 떨어지는 주기가 남들보다 많이 앞당겨져서 건선이 나타납니다.
건선은 기온이 낮고 건조한 겨울에 증상이 더 악화하지만 본인이 건선을 앓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건선 증상을 단순 건조증‧습진이나 아토피 피부염 등으로 생각하기도 합니다. 건선을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관리하려면 다른 피부 질환과 건선 증상 특징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피부 건조증은 발진 증상 없이 피부가 푸석푸석하고, 하얗게 각질이 생깁니다. 습진은 각질이 건선보다 얇으며, 진물을 동반합니다. 아토피성 피부염은 주로 소아기에 발생하며, 관절이 굽혀지는 안쪽 피부에 흔히 나타납니다.
반면 건선은 주로 성인들에게 발생하며 상대적으로 외상을 입기 쉬운 관절 바깥쪽 피부에 관찰됩니다. 강북삼성병원 피부과 이가영 교수는 “피부에 크게 가렵지 않은 붉은 판이 생기고, 인설이라는 피부 각질이 두꺼운 형태로 떨어지며, 병변 부위의 각질을 벗겨 냈을 때 미세한 출혈(점상출혈)이 있으면 건선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건선은 신체 어디든 발생할 수 있지만 △두피 △팔꿈치 △무릎 △엉덩이 △생식기 주변 등에서 많이 나타납니다. 특히 건선은 처음에 머리에 많이 생기는데, 두피 표면에 있는 미생물 자극과 연관 있습니다. 팔꿈치‧무릎‧엉덩이 등에서 건선이 많이 관찰되는 이유는 피부가 지속적으로 자극 받기 쉬운 부위이기 때문입니다.
※건선 의심할 수 있는 주요 증상 & 특징
- 주로 성인들에게 많이 발생한다
- 상대적으로 외상을 입기 쉬운 관절 바깥쪽 피부에서 관찰된다
- 두피, 팔꿈치, 무릎, 엉덩이, 생식기 주변 등에서 나타난다
- 크게 가렵지 않은 붉은 판을 형성한다
- 인설이라는 피부 각질이 두꺼운 형태로 떨어진다
- 병변 부위의 각질을 벗겨 냈을 때 미세한 출혈이 생긴다
▶건선, 피부 장벽 깨져서 감염에 취약
건선에도 중류가 있으며 크게 △판상 △농포성 △물방울양 △홍피성(박탈성) 4가지로 나눕니다.
‘판상 건선’은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종류입니다. 넓은 판처럼 증상이 나타나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병변의 경계가 명확하고 크기가 몇 cm에 이르는 것이 특징입니다.
'농포성 건선‘은 농포가 생기고, ’물방울양 건선‘은 1cm이하 병변이 여러 군데에 관찰됩니다. ’홍피성 건선‘은 병변이 피부 전체를 덮기 때문에 예후가 좋지 않습니다. 홍피성은 박탈성 건선으로 진행할 수 있는데 오한‧발열‧근육통‧부종‧가려움이 동반되기도 합니다.
이가영 교수는 “피부는 미용적 기능만 갖는 것이 아니라 신체를 덮어서 보호해주는 중요한 장벽”이라며 “이 장벽이 깨져버리면 외부에서 침투하는 감염에 취약해지고 내부 수분도 손실되기 때문에 박탈성 건선으로 진행하기 전에 건선을 제대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 건선 4가지 종류
① 판상 : 병변의 경계가 뚜렷하고 넓은 판처럼 나타나는 건선
② 농포성 : 고름이 차 있는 작은 융기의 건선
③ 물방울양 : 1cm 이하의 병변이 여러 군데에 생기는 건선
④ 홍피성(박탈성) : 병변이 피부 전체를 덮고, 박탈성으로 진행하는 건선
▶매년 16만 명 이상 진료 받는 건선의 원인
매년 건선으로 치료 받는 환자는 굉장히 많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1년에 16만 명 이상 환자가 건선 때문에 병원을 찾습니다. 성별로 보면 남성이 약 60%를 차지해서 여성보다 많고, 연령별로는 20세 이후 성인기부터 환자가 증가하기 시작해서 40‧50대 중년 비율이 가장 높습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을 괴롭히는 건선의 발생 원인은 무엇일까요? 건선의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을 비롯해서 환경적 요인, 비만, 흡연, 음주, 면역체계 이상 등이 영향을 주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피부과 이가영 교수는 “건선은 유전적 원인을 갖고 있는 사람이 환경적 인자의 반복적인 자극을 받으면 발병률이 높지만 유전적 요인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며 “비만‧흡연‧음주도 건선 발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당뇨병‧고혈압‧고지혈증도 건선과 같은 질환군으로 볼 수 있습니다. 모두 건선에 영향을 주는 비만 환자에게 동반되기 쉬운 질병이며, 체중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입니다.
▶건선의 조기 치료‧관리 중요한 이유
건선은 피부 문제에만 그칠까요? 건선이 지속해서 악화하면 건선 관절염, 심혈관 질환을 비롯해서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비만 등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때문에 건선 의심 증상이 있으면 조기에 진단 및 치료를 받아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건선 치료법은 크게 △국소치료 △광선치료 △전신치료 세 가지가 있습니다.
건선 증상이 가벼운 초기이면 약물이나 약물 도포치료를 진행합니다. 과거에는 경구용 비타민A 유도체(레티노이드), 면역억제제를 처방했습니다. 하지만 장기 복용 시 부작용 위험이 있어서 환자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며 처방해야 했습니다. 증상이 심할수록 광선치료와 주사치료로 전신 치료를 시행합니다.
최근에는 생물학적 제제 등 비교적 안전하고 우수한 건선 치료법이 지속적으로 개발‧적용되고 있습니다. 이가영 교수는 “과거에는 염증 과정 전체를 억제했지만 현재는 꼭 필요한 단계만 차단할 수 있어서 부작용 위험이 많이 감소했다”며 “생물학적 제제를 이용한 신약 덕분에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서 면역력이 취약해질 위험이나 비타민A 유도체에 따른 피부 건조증과 입마름 같은 부작용도 줄일 수 있어서 긍정적”이라고 말했습니다.
건선은 아토피성 피부염과 함께 대표적인 난치성 피부 질환 중 하나여서 단기간에 완치하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장기간 지속해야 하는 치료에 부담을 느껴서 중도에 포기하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이 교수는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이나 성분을 정확하게 알 수 없는 민간요법에 의존하다 적정 치료시기를 놓치고 증상만 악화시킨 채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며 “특히 스테로이드제 복용 후 초기에는 증상이 개선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여러 가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어서 장기적인 전신 스테로이드 치료는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건선을 개선하려면 치료와 함께 평소 피부 자극과 손상을 줄이기 위해 관리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우선 잦은 목욕을 피하고, 보습제 등으로 피부를 건조하지 않게 관리해야 합니다.
또 과도한 실내 난방 및 낮은 습도를 개선하고, 증상을 악화시키는 스트레스와 육체적 과로 줄여야 합니다. 아울러 적절한 햇빛 쬐기와 운동을 지속해야 합니다.
충분한 햇빛을 쬐면서 진행하는 운동은 비만 및 건선 증상 완화에도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몸에 꽉 끼는 옷을 입고 피부에 마찰이 가해지는 운동은 건선을 자극하기 때문에 피해야 합니다.
감기 등 감염 질환에 걸리지 않게 관리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감기에 걸린 건선 환자는 일시적으로 증상 악화를 호소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감염 때문에 면역 체계가 교란됐기 때문입니다. 건선 환자는 감기에 걸리기 쉬운 환절기나 겨울철에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 건선 환자의 겨울철 생활요법
- 피부 자극과 손상을 주의한다
- 잦은 목욕을 피한다
- 보습제 등으로 피부를 건조하지 않게 관리한다
- 과도한 실내 난방 및 낮은 습도를 개선한다
- 햇빛 쬐면서 꾸준하게 운동한다
- 감기 등 감염 질환에 걸리지 않게 주의한다
※ 이가영 교수의 Pick's
건선은 외관상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감염 질환으로 오인해서 환자들에게 많은 심리적 스트레스를 줍니다. 건선은 최근 생물학적 제제 등 비교적 안전하고 우수한 치료법들이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부담을 갖지 말고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꾸준히 치료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