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를 들이마시고 내쉬는 호흡은 생명 활동에 꼭 필요한 요소입니다. 하지만 산업화 등의 영향으로 공기의 질이 계속 낮아지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측정할 수 있는 대기오염물질은 200종이 넘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미세먼지는 1년 내내 우리를 괴롭히는 건강 위협 요소가 된 지 이미 오래됐습니다. 이 같은 대기오염물질은 공기와 직접 접촉하는 호흡기‧눈‧피부에만 영향을 미치는데 그치지 않습니다.
다양한 대기오염물질은 신체 구석구석에 파고 들어서 경도인지장애‧치매 환자의 신경정신행동을 악화시키는 것으로도 보고됩니다. 특히 최근에는 인천 가천대 길병원 등 공동 연구진이 대기오염물질이 치매의 기억력 감퇴와 관련 있는 뇌 부위를 위축킨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노영 교수의 자문으로 대기오염물질이 뇌를 쪼그라들게 하는 결과와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대기오염물질, 수치 낮아도 위험
일반적으로 황산염‧질산염‧중금속‧이산화질소 등 대기오염물질은 허용 기준치보다 낮으면 위협이 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기오염물질은 건강에 나쁜 물질이 복합 형태로 존재하고 작용하기 때문에 수치만으로 위험성을 과소평가할 수 없습니다.
특히 대기오염에 보다 취약한 인구 집단이 있을 수 있고, 노출 경로에 따라 건강을 해치는 수준이 높아질 수 있어서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런 이유로 최근 세계 각국에서 위험 대기오염물질 기준을 재설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대기오염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해서 매일 대기오염물질 농도를 발표하며 경보 및 예보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노영 교수는 “대기오염물질에 노출되면 기저 질환자, 노약자, 어린이들 같은 취약집단은 물론 건강한 사람들도 질병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뇌 어디에 영향 미치는지 분석
현재까지 연구결과 대기오염이 폐‧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아울러 대기오염 물질이 뇌까지 영향을 줘서 노인성 치매 질환 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이 최근 주목받고 있습니다. 대기오염이 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미국과 유럽에서 일부 연구가 이뤄진 바 있다.
하지만 어떤 대기오염 물질이 뇌의 어느 부위에 변화를 유발하는지에 대해선 데이터가 부족하고,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없었습니다. 이와 관련 가천대 길병원 등 국내 공동 연구팀이 대기오염물질이 한국인의 뇌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근 과학적으로 규명했습니다.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노영 교수와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조재림 박사, 김창수 교수 팀이 우리나라 수도권 2개 지역을 포함한 4개 지역에 거주하는 957명의 건강한 장‧노년층의 뇌 영상을 분석해 대기오염과 뇌 건강의 상관관계를 밝혔습니다.
연구 대상자는 치매‧뇌졸중‧파킨슨병 등 뇌 질환이 없는 건강한 50세 이상이었습니다. 평균 연령은 67.3세였습니다. 성별로는 남성 427명, 여성 530명이었습니다. 대상자 모집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이뤄졌습니다.
이들은 대기오염 정도가 다른 4개 지역(2개 대도시와 2개 지방 소도시)에 10년 이상 거주했습니다.
연구에선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통해 대상자의 대뇌피질 두께 및 피질하구조물의 부피를 측정하고, 대상자 거주지역별 대기오염 물질(PM10, PM2.5, NO2) 농도를 노출자료로 이용했습니다.
PM(Particulate Matter)은 입자상 물질이라는 뜻합니다. 대기 중에 떠 있는 고체 또는 액체 상태의 미세 입자입니다. 황산염‧질산염‧중금속 등 여러 가지 오염물질의 복합물입니다. PM10과 PM2.5는 호흡성 분진으로서 지름 크기가 10㎛ 이하면 PM10(미세먼지), 지름 2.5㎛ 이하는 PM2.5(초미세먼지)로 구분합니다.
NO2는 특이한 자극적인 냄새를 가진 적갈색 기체입니다. 대표적인 유해가스인 이산화질소로서 △자동차 △항공기 △선박 △산업용 보일러 △소각로 등에서 배출됩니다.
※연구에서 분석한 주요 대기오염물질
① PM(Particulate Matter)
-대기 중에 떠 있는 고체 또는 액체 상태의 미세 입자
-황산염‧질산염‧중금속 등 여러 가지 오염물질의 복합물
-지름 크기가 10㎛ 이하면 PM10(미세먼지)
-지름 2.5㎛ 이하는 PM2.5(초미세먼지)
②NO2
-자극적인 냄새를 가진 적갈색 기체
-대표적인 유해가스인 이산화질소
-자동차, 항공기, 선박, 산업용 보일러, 소각로 등에서 배출
▶치매의 기억력 감퇴와 관련 있는 부위 위축
연구 결과 PM10, PM2.5, NO2 농도에 비례해 대상자의 뇌 두께가 감소했습니다. 대기오염 농도가 높아질수록 측두엽 등 인지기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뇌피질 영역의 두께가 감소했습니다.
아울러 해마‧기저핵‧시상 등 뇌 구조물의 부피가 줄었습니다. 단, 뇌 위축 정도는 오염 물질의 종류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었습니다.
각 오염원별로 살펴보면, PM10 농도가 10ug/m3 높아질수록 전두엽 두께가 0.02mm, 측두엽 두께가 0.06mm 유의하게 감소했습니다. PM2.5 농도가 10ug/m3 높아지면 측두엽 두께가 0.18mm 유의미하게 줄었습니다.
이산화질소의 경우 뇌 전반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산화질소 농도가 10ppb 증가할수록 전체 뇌피질두께는 0.01mm, 전두엽은 0.02mm, 두정엽은 0.02mm, 측두엽은 0.04mm, 뇌섬엽은 0.01mm 유의하게 감소했습니다.
이번 연구를 이끈 노영 교수는 “대기오염 물질 노출에 의해 얇아지는 영역은 주로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뇌 영역으로 치매의 기억력 감퇴와 관련이 있는 부위”라며 “기저 질환이 없는 건강한 고령자도 대기오염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뇌의 노화가 빨라지고 치매 위험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기관인 National Institute of Environmental Health Sciences에서 발행하는 공식 저널이자 환경 및 독성학 분야 최고의 저널 중 하나인 Environmental Health Perspectives(EHP)에 게재됐습니다.
※대기오염 물질별 뇌 위축시키는 부위
① PM10 : 전두엽‧측두엽 두께 감소
② PM2.5 : 측두엽 두께 감소
③ 이산화질소 : 뇌피질, 전두엽, 두정엽, 측두엽, 뇌섬엽 등 뇌 전반에 영향
대기오염물질 농도가 해로운 수준이면 가급적 외출을 삼가거나 불가피한 외출 시에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부정적인 영향을 줄일 수 있습니다. 아울러 외부 활동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등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노영 교수는 “마스크 착용과 같은 개인별 회피요법은 대기오염에 따른 건강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라며 “마스크 착용 시에는 사용하는 마스크의 규격을 확인하고, 코와 입 전체를 가리는 올바른 착용법을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도움말 : 가천대 길병원 노영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