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기에는 몸과 마음이 동시에 자랍니다. 성장을 돕는 적절한 영양분으로 신체가 크고, 사랑과 관심으로 마음이 자랍니다.
아이들의 신체와 키는 확인을 하면서 관찰하면 얼마나 성장했는지 측정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마음이 정상적으로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지는 상대적으로 측정하기 어렵습니다. 부모를 포함한 어른들이 소아청소년들의 마음 성장과 건강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소아청소년의 마음을 치료하는 인천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배승민 교수의 진료실로 들어가서 보호자와 어른들이 아이들의 정신 건강 길라잡이가 되기 위해 알아야할 내용을 들었습니다.
▶“위기의 아이들 흘려보내면 안 돼”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배승민 교수는 소아청소년의 마음을 치료하는 의사입니다. 아이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발달장애 △자폐 같은 정신질환 치료부터 폭력‧학대 등 다양한 피해를 입은 아동들을 보호하는 역할도 합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 중에서도 소아정신과를 전문으로 하는 의사는 많지 않습니다. 배 교수는 아동 관련 각종 법률 사건을 자문하는 역할도 병행하는 이유입니다.
배 교수의 책상 위에는 항상 서류 뭉치가 수북합니다. 전국 각지 법원에서 보낸 아동 관련 사건 서류입니다.
배승민 교수는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려면 어른들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위기의 아이들에게는 그것이 너무나 큰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결코 대충 넘기거나 흘려보내선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배승민 교수는 2009년 성폭력 피해 아동청소년의 지원을 위한 인천해바라기센터가 개소할 당시부터 약 10년간 센터를 이끌어왔습니다. 현재는 법무부 산하 범죄피해자지원센터인 '스마일센터'에서도 활약하고 있습니다.
▶실내생활에 따른 과도한 ‘휴대폰’ 사용 문제 심각
배승민 교수가 최근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코로나19 시대를 살고 있는 아이들의 마음 건강입니다.
대한소아청소년 정신의학회 총무이사로 활동하며 학회 차원에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마음 건강과 심리 방역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고, 대안도 마련하고 있습니다.
배 교수는 “대한중독학회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중고생들의 휴대폰 사용 시간이 상당히 많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며 “청소년들이 매체를 올바로 쓰지 못하고 인터넷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아지면 그 후유증이 앞으로 어떻게 나타나게 될지 걱정 된다"고 우려했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아이들이 코로나19와 온라인 개학 같은 상황을 맞아서 심리 상태를 어떻게 유지하느냐에 따라 건강 문제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기질적으로 예민한 아이들의 경우 뇌 부위에 과부하가 걸리면서 위험이 더 커집니다.
배 교수는 “보호자들은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을 긍정적으로 보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휴대폰이나 인터넷 기기 사용에 과도한 시간을 쓰지 못하게 지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이들 마음 성장과 꿈에 관심 가져야
배승민 교수는 현재 본인이 진료하는 학생들과 비슷한 시기인 중학교 2학년에 소아정신과 의사의 꿈을 정했습니다.
자신의 미래를 그려 보라는 학교 숙제를 받고, 여러 정보를 찾아보며 진지하게 진로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특히 외국에는 소아정신과 분야가 국내보다 더 활성화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흥미를 갖게 됐습니다. 관련 정보를 하나, 둘 찾다가 어느덧 마음속에 변하지 않는 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배승민 교수는 "저 또한 사춘기 시절 부모님과 갈등을 겪기도 하고, 꿈에 대해 고민도 많이 했다“며 ”하지만 할머니께서 여자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셨던 것이 꿈을 이뤄나가는데 큰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회상했습니다.
배 교수는 이어 “일찍 꿈을 정하고 노력하면서 성장 과정에서 느끼고 경험했던 것들이 소아청소년과 의사로서 진료실을 지키는데 큰 자양분이 됐다”며 “어른들이 소아청소년들의 마음 성장과 꿈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도움말 :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배승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