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생애주기 동안 남성보다 많은 신체 변화를 겪습니다. 월경‧임신‧폐경을 거치면서 큰 너울처럼 호르몬 변화가 발생하고, 이에 따른 산부인과 문제도 나타날 수 있어서 생애주기에 따른 건강관리가 중요합니다.
특히 임신은 여성의 신체 변화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기입니다. 여성과 태아가 모두 건강 하려면 임신 전부터 출산 후까지 모든 과정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이 같은 임신‧출산 준비와 관리는 여성만의 몫이 아닙니다. 배우자도 함께 참여해야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부부 공동의 과제입니다. 강북삼성병원 산부인과 김서연 교수의 자문으로 ‘부부가 함께 준비하는 임신‧출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임신 중 생기는 모체의 변화
임신과 출산은 하나의 생명이 만들어지는 중요하고 소중한 과정입니다. 특히 임신 중에는 시기별로 산모에게 많은 신체적 변화가 생기고, 그 때마다 혹시 문제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닌지 걱정을 합니다. 오늘도 태아 건강을 위해 고민이 많을 산모들을 위해서 임신 중 신체 변화와 특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① 수분의 과부하 & 체중 증가
체내 수분의 과부하는 임신으로 인한 신체 변화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임신 중 체내 수분조절기전의 변동 때문에 수분이 과부화되고, 임신 중 체중 증가 및 생리적 빈혈 등 중요한 변화의 원인으로 작용합니다.
이와 관련 임신으로 인한 체중 증가는 평균 12.5kg입니다. 이 중 태아‧태반‧양수‧자궁의 부피‧크기 증가 등에 따른 체중 증가는 평균 9kg이고, 나머지는 모체의 지방이 축적된 것입니다.
지방은 임신 초기에 신체 중심부에 피하지방 형태로 쌓이고, 임신 3분기에는 내장지방과 복부지방 형태로 축적됩니다.
※임신 중 체중 증가 요인
-체내 수분의 과부하
-태아‧태반‧양수‧자궁의 부피‧크기 증가
-모체의 지방 축적
② 대사기능 & 호르몬 변화
탄수화물은 대사를 통해 우리가 에너지로 사용하는 당이 됩니다. 임신 중 태아는 모체가 주는 당을 이용해서 성장합니다. 임신 중 모체는 △공복저혈당 △식후고혈당 △고인슐린혈증을 보이며, 이는 모체의 당을 태아가 더 잘 이용할 수 있도록 합니다.
또 임신호르몬의 영향으로 갑상선 기능이 활발해집니다. 이러한 기능 증가와 태아의 갑상선 요구, 소변 증가에 따른 요오드 소실로 인해서 임신 중 요오드는 비임신 상태보다 2배 이상 섭취할 것을 권장합니다.
부갑상선은 칼슘 대사를 담당하는데, 임신 중 부갑상선 기능은 초기에 감소하다가 점차 증가합니다. 증가한 부갑상선 기능은 모체의 뼈와 장에서 약 30g의 칼슘을 흡수해서 태아에게 전달합니다.
③ 혈액 & 면역의 변화
임신을 하면 적혈구의 양이 늘어납니다. 하지만 이와 비교해서 훨씬 더 많은 체내수분량과 태아‧태반에 의한 철분 요구량의 증가로 생리적인 빈혈이 발생합니다.
때문에 임신 중에서는 하루 24mg의 철분 섭취가 권장되며, 식사만으로는 부족해서 철분제를 통한 추가적인 섭취가 필요합니다.
또 혈액응고인자도 임신 중 전반적으로 변해서 임신 전보다 혈액 응고가 더 잘됩니다. 이를 통해 대량의 출혈에 대비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임신 전보다 혈전이 잘 생겨서 혈전성 유전질환이 있거나, 임신 전에 심부정맥혈전증‧폐색전증 등 혈전 관련 질환이 있었던 경우에는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담을 해야 합니다.
임신을 하면 면역 체계도 변하는데 태아에 대한 ‘면역관용’ 현상이 일어나서 세포를 통한 면역이 약해지고, 항체를 통한 면역이 증가합니다.
이 면역관용 현상 때문에 이전에 면역 관련 질환이 있던 산모들은 질환의 활성도에 변화가 생깁니다. 대표적으로 류마티스 관절염이 있던 환자들은 증상이 완화되고, 반대로 루푸스가 있던 환자들은 증상이 악화합니다.
※임신 중 ‘면역관용’ 현상에 따른 기존 질환의 증상 변화
-류마티스 관절염 : 증상 완화
-루프스 : 증상 악화
④ 자궁‧콩팥 등 장기의 변화
임신을 했을 때 나타나는 장기 변화의 원인은 점차 커지는 자궁 크기 때문입니다. 자궁은 임신 주수에 따라 점차 증가하는데, 임신 말이 되면 비임신 시보다 500배에서 1000배 정도의 내부 용적 증가가 있습니다. 전체 무게도 15배 이상 늘어납니다.
자궁은 임신 12주 말부터 우측으로 조금 회전하면서 골반 밖으로 나옵니다. 이 때쯤 많은 산모들이 우측아랫배의 간헐적인 불편감을 호소하는 이유입니다.
커지는 자궁은 다른 장기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비대한 자궁과 임신호르몬으로 인해 횡격막의 위치 및 체내 이산화탄소 분압의 변화가 생겨서 호흡이 힘든 것처럼 느껴집니다. 위장의 위치 및 압력에도 변화가 나타나서 속 쓰림 증상을 호소합니다.
질과 자궁경부는 임신이 되면 부드러워지고 혈류가 증가해서 서서히 분만을 대비합니다. 수정이 되는 순간 세포들이 자궁경부에 마개를 형성해서 외부 감염 등을 차단하는데, 진통이 시작하면 이게 떨어집니다. 떨어진 마개가 흔히 알고 있는 분만이 임박했을 때 발생하는 혈성 분비물인 ‘이슬’입니다.
※자궁이 커지며 임신부가 경험하는 증상
-임신 12주 말부터 자궁이 우측으로 조금 회전하고 골반 밖으로 나오며 발생하는 우측아랫배의 간헐적 불편감
-횡격막의 위치 및 체내 이산화탄소 분압의 변화로 힘들어지는 호흡
-위장의 위치 및 압력 변화로 속 쓰림 발생
-바로 누운 자세로 장기간 있으면 대동맥 눌려서 저혈압 가능성 증가
-혈액이 말초에 정체하면 정맥류, 부종, 치질, 심부정맥혈전증 등 위험 증가
진통이 오면 맥박이 증가하고 혈압이 감소하는데, 이는 커진 자궁에 더 많은 혈액을 공급해서 태아에게 충분한 영양을 줍니다. 커진 자궁 탓에 바로 누운 자세로 장기간 있으면 대동맥을 눌러서 저혈압을 유발할 수 있어서 주의해야 합니다.
아울러 혈액이 말초에 잘 머무르기 때문에 △정맥류 △부종 △치질 △심부정맥혈전증이 잘 생깁니다.
여성이 임신을 하면 콩팥 크기도 증가하고, 체내 수분량이 늘어서 소변량이 많아집니다. 하지만 방광 용적은 커지는 자궁에 눌려서 줄어듭니다. 이런 이유로 많은 임신부들이 빈뇨와 야뇨를 경험하지만 소변을 볼 때 통증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⑤ 기타 다양한 변화
임신을 하면 피부 변화도 관찰됩니다. 주로 가려움증과 색소 관련 변화가 많고, 이는 임신호르몬으로 인한 간담도계 및 멜라닌세포자극호르몬의 변화 때문에 발생합니다. 이 같은 영향으로 복부에 검붉은 색의 임신선이나 흑색선이 생기기도 하며, 간혹 기미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유두도 커지고, 색소가 진해집니다.
이 외에도 눈의 부종으로 인한 렌즈 착용 시 불편감 증가, 척추‧어깨뼈 변화에 따른 팔과 손의 통증‧저림‧힘빠짐 등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임신 전보다 주의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고, 임신 12주부터는 수면장애를 겪기도 합니다.
※김서연 교수의 Pick!
“임신은 그 중요성 만큼 많은 변화를 가져옵니다. 살펴본 내용은 일반적인 것들일 뿐입니다. 실제로 모체의 변화는 산모의 상태에 따라, 심지어 같은 산모인데 첫째‧둘째 임신 때의 신체 변화가 다른 경우도 많아서 산모들이 더 혼란스러워 합니다. 임신부터 출산까지 모든 순간은 엄마와 아기에게는 소중합니다. 그 소중한 순간을 걱정으로 채우지 말고, 고민되는 신체 변화가 생기면 산부인과 전문의에게 상담을 받으세요.”
도움말 : 강북삼성병원 산부인과 김서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