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물건이나 주먹을 쥐는 힘인 ‘악력(握力)’이 강할수록 손목뼈의 골밀도가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주먹을 쥘 때 쓰는 근육과 뼈가 서로 밀접하게 붙어있어서 물리적‧화학적 영향을 미치면서 성장과 대사를 조절하기 때문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관절센터) 공현식 교수, 강북삼성병원 정형외과 홍석우 교수팀은 손목 요골이 골절된 평균 75.2세 환자 108명을 분석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 2020년 12월호에 게재됐다.
교수팀은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에서 손목 요골 부위 피질골 밀도를 측정해서 악력과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손목 요골은 손바닥을 볼 때 아래 팔뚝 바깥 부분에 위치한 뼈다. 팔꿈치부터 엄지손가락 방향으로 손목까지 뻗어있다
피질골은 뼈의 바깥쪽을 차지하는 단단한 층이다. 요골 부위 피질골은 주먹을 쥘 때 쓰이는 근육들이 부착되는 뼈의 겉 부분이다.
아울러 연구팀은 악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로 키, 체중, 대퇴골의 골밀도를 설정한 뒤 악력과 이들 변수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그 결과 △악력과 요골 피질골의 밀도 △악력과 키 사이에서 유의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손목뼈의 골밀도가 높거나 키가 큰 환자에서 악력이 높게 측정된 것이다. 하지만 체중이나 대퇴골의 골밀도는 악력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었다.
공동 연구팀은 “악력이 대퇴골 보다 요골 골밀도와 관련성이 높게 나타난 점이 주목할 만하다”며 “이는 주먹을 쥘 때 쓰는 근육과 뼈가 서로 물리적인 영향을 주고받고 있음을 의미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근육과 뼈는 서로 밀접하게 붙어 있는 조직으로 서로간의 물리적‧화학적 신호를 통해 성장과 대사를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발표된 다른 연구에서 악력이 손가락‧손목 뼈 전체 골밀도와 관계 있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근육이 붙는 피질골만 분리해서 과학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인체 뼈는 근육이 붙는 겉면의 피질골과 혈액 세포를 만들고 대사를 조절하는 내부의 해면골로 이뤄져 있다. 피질골은 해면골에 비해 두께는 얇지만 단단하고 치밀해서 뼈 강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때문에 골절을 예방하기 위해선 피질골을 튼튼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 근력 향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이 이번 연구를 통해 입증된 것이다.
연구를 주도한 공현식 교수는 “근력 운동은 활동적인 삶, 에너지 대사, 낙상 방지 등 건강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근력과 피질골 밀도와의 밀접한 연관성이 규명된 만큼 근력을 키워서 뼈의 강도를 향상시키면 골절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