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심각합니다. 감염재난이 전 세계적으로 장기화되면서 나와 이웃을 위한 마스크 착용만큼 ‘심리방역’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탓에 외부활동 및 타인과의 교류가 급감하면서 가벼운 우울증 또는 우울증 전 단계를 뜻하는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는 사람이 증가 중입니다. 코로나 블루의 우울감을 넘어 짜증과 분노 반응을 보이는 ‘코로나 레드’, 우울증 단계로 볼 수 있는 ‘코로나 블랙’이라는 용어까지 언급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코로나19에 따른 신체적 영향에 대한 연구는 활발하지만 심리적 위험성에 대한 연구는 부족한 실정입니다.
인천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배승민 교수는 “코로나19로 가족들이 한 공간에서 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가족 간의 상호작용이 매우 중요해졌다”며 “자신뿐 아니라 가정 내 위험 요소가 더 커질 수 있는 가족 구성원(만성 질환자, 노약자, 아동, 기타 스트레스 요인에 노출돼 있는 사람)을 더 배려하는 마음이 빛나는 시기이기도 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심리적 방역을 위해선 위험 인자를 피하고, 마음 건강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배승민 교수의 자문으로 나와 내 가족, 이웃을 챙기는 심리방역 수칙 9가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① ‘불안’ 감정을 인정하세요
“남들은 다 멀쩡히 생활하는 것 같은데, 전 자꾸 불안해요. 제가 비정상인가요?” 이런 고민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불안’이라는 감정은 이 시기에 지극히 정상적인 감정반응입니다. 억지로 불안을 숨기거나 줄이려고 애쓰는 것은 오히려 숨은 불안을 더 자극해서 몸과 마음의 건강을 해칠 수 있습니다.
배승민 교수는 “불안이라는 감정도 희로애락으로 구성된 다양한 감정 스펙트럼 중 하나임을 인정해야 한다”며 “이런 감정을 부정하고 숨기면 오히려 다른 방향에서 표출될 수 있기 때문에 우선 인정하고, 건전하게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② 타인에 대한 혐오감을 갖지 마세요
코로나19 확진자 관련 인터넷 댓글 등에선 “하필 우리 동네 그 사람들이 코로나19에 걸려서... 이사라도 가지” 같은 내용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이 같은 댓글은 해외에서 동양인들이 무차별 테러를 당한다는 뉴스와 별반 차이가 없는 행위임을 인지해야 합니다.
혐오는 감염 위험이 있는 이들마저 음지로 숨게 만들어서 공동체와 방역에 문제를 만듭니다. 또 감염에 걸려 약해진 사람들의 심리적인 후유증을 악화시킵니다. 과거 국내 연구에 따르면 사스(SARS)와 메르스(MERS) 사태로 완치된 환자들이 상당수 심각한 정신적 후유증을 앓았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과거에서 교훈을 얻어야 합니다.
③ 가족‧친구‧동료와 소통할 방법을 찾으세요
“제가 이렇게 외로움을 타는 성격인지 몰랐어요. 친구들을 못 보는 것도 그렇지만, 아파서 병원에 있는 가족 면회도 어려우니 아무리 이런 상황이라도 참 속상합니다.”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는 사람들의 반응입니다. 이들 대부분이 외부활동 제한으로 외로움과 소외감을 느낍니다. 화상전화, 온라인 소통, 문자, 편지 등 가능한 방법을 동원해서 진심으로 마음을 주고받는 사람들과 꾸준히 소통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④ ‘정확한’ 정보를 ‘필요한’ 만큼만 얻으세요
공개된 확진자 동선을 일일이 파악하는 등 업데이트된 뉴스를 놓칠까 봐 종일 잠시도 화면에서 눈을 떼질 못하겠다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과거 속수무책으로 전염병에 당했던 것과 달리순식간에 전 세계로 공유되는 실시간 정보들은 최대한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하지만 정보 과잉 시대에서 검증되지 않은 허위 정보들 뿐 아니라 불필요한 불안감을 자극하는 내용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소한 뉴스를 찾는 데 지나친 에너지를 쓰며 매달리는 것은 적절한 통제감 대신 오히려 불안과 부적응을 더 키울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⑤ 가치 있고 긍정적인 활동을 하세요
주변에 아프고 취약한 이들에게 관심을 갖는 것이 좋습니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것은 자신에 대한 가치와 긍정, 인정받음이 중요한 존재라는 점입니다. 가족을 비롯한 주위 사람, 특히 사회적 약자 계층을 돕는 것이 바로 자신을 돕는 것입니다. 감염재난 시기에 거창한 내용이 아니어도 나보다 더 위
험에 빠진 주변 약자를 도울 방법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⑥ 나의 감정과 몸의 반응을 체크하세요
약간의 소화불량, 미열 등에도 코로나19 감염증에 걸린 것은 아닌지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약간의 걱정, 불안, 우울과 이에 따른 신체 증상은 정상적인 스트레스 반응입니다. 다만 과도한 공포와 걱정에 압도되고, 일상생활을 이어가기 어려우면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⑦ 불확실한 것을 자연스럽고 당연한 상황으로 인정하세요
신종 감염병은 연구 자료가 없어서 많은 것이 불확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불확실한 상황을 무리해서 정리하고 통제하려고 하면 스트레스가 증가합니다.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은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소하더라도 정해진 시간에 식사하기, 일하기 등 스스로 통제가 가능한 활동으로 주의를 돌리도록 합니다.
⑧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실천하세요
인간의 몸은 한계가 있습니다. 때문에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것은 일반적인 인식보다 훨씬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는데 필수불가결한 요소입니다. 늦게 잠들어도 제시간에 일어나고, 규칙적으로 건강한 식사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체육관‧수영장 등을 방문할 수 없어도 집에서 간단한 운동으로 체력을 유지해야 합니다.
⑨ 서로 응원하세요
코로나19 시기에 약자들을 위해 활동을 줄이고, 마스크를 쓰며, 불편함을 감수하는 우리 모두가 사회의 작은 영웅입니다. 감염재난을 이겨 내기 위해 ‘사회적 신뢰와 연대감’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하고, 서로 응원하세요.
※ 참고 자료 :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누리집
도움말 :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배승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