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한의대를 의대로 이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일명 ‘지역의사 양성’ 방안이 논의되자 한의사 단체가 강력하게 반발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보건복지부·교육부는 지난 23일 당정협의에서 향후 10년간 매년 400명씩 총 4000명의 의사를 증원하는 정책을 추진키로 했다.
특히 이와 별도로 민주당이 의과와 한의과를 공동개설하고 있는 대학의 한의과 정원을 의과로 옮겨서 지역의사로 양성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한의사 단체가 한의학 말살정책을 즉각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교육부 등과 단계적 협의”
대한의사협회가 발행하는 의협신문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가 의대와 한의과대학 모두를 설립한 대학의 한의과 정원을 의과 정원으로 이관해서 지역의사(지역공공의료에 10년 의무복무하는 의사)로 양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난 24일 보도했다.
'10년간 의대 정원 4000명 증원' 정책과는 별도로 추진하는 안이어서 의과 정원으로 흡수되는 한의과 정원은 4000명 증원과 별개의 의사 증원 계획이란 것이다.
신문은 “여당 보건복지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의과와 한의과를 동시에 개설하고 있는 대학의 한의과 정원을 의과로 이관해서 이관된 정원을 지역의사로 양성하는 방안을 검토했고, 정책 추진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알렸다.
민주당은 한의과 정원을 의과로 이관해서 지역의사로 양성하기 위한 준비와 함께 의과와 한의과 교육 통합, 교원 통합 등의 문제를 교육부 등과 깊이 있게 단계적으로 협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극민연 등 한의사 단체 강력 반발
한의사 단체인 국민건강과 한의학 수호 연합회(국민연)는 28일 ‘한의학이 적폐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사회 모든 분야에서 대중적 요소가 적으면 없애 버리고 학문까지도 없애겠다는 것인가”라며 반발했다.
국민연은 성명에서 “더불어민주당은 한의과대학 교육과정에 혼란스런 논란이 있고 한의사에 대한 대중적 요소가 늘지 않는다는 등의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이대며 한의과 대학을 없애겠다고 밝혔다”며 “중국은 1982년 국가차원에서 중의약을 계승발전 시키겠다고 ‘헌법’에 명시했고 그 후 ‘중의약법’을 따로 만들어 중의학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해 300조 원의 세계 한의약 시장을 선점해 가고 있다”고 강변했다.
이어 “반면 서양의학 일변도의 정책을 펴고 있는 우리나라에선 그동안 한의사들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제한·한약제제 보험미비·한의사들의 공공의료 참여 제한 등 여러 가지 제약을 한의사들에게 가해 왔다”며 “이런데도 우리나라 한의학과 한의사들이 여태껏 망하지 않고 견뎌내고 있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라고 호소했다.
특히 “많은 국민들이 아직도 한약, 침·뜸 치료, 추나치료, 약침 치료 등을 선호하고 효과도 보고 있는 것은 그나마 한의학만이 갖는 뛰어난 우수성 때문일 것”이라며 “한의과대학 폐지를 주장하는 민주당의 논리는 마치 국악을 하는 사람들의 대중적 요소가 늘지 않는다고 국악을 없애고, 한복을 입는 사람들의 대중적 요소가 늘지 않는다고 한복을 없애며, 양복과 양장을 입으라고 주장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고 반박했다.
또 “가장 민주적이고 민족적일 것이라고 믿었던 문재인 정권에서 국민들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한의학의 혜택을 많이 받게 해주고 또 우리나라의 한의학이 세계 한의약 시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시도하지 않았던 한의과대학 폐지로 한의학과 한의사들의 씨를 말려버리겠다고 하니 민족과 민주를 최우선시한다는 문재인 정권의 말과 행동이 이렇게 정반대일 수가 있는가”라며 “허준 선생 이후로부터 현재까지 우리 조상과 우리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온 한의학이 현 정권에게는 적폐대상이란 말이냐”고 되물었다.
국민연은 한의과대학을 폐지해서 한의학을 없애버리겠다는 한의학 말살정책을 즉각 폐기하고, ‘독립한의약법’ 제정을 비롯한 진정한 한의학육성책을 조속히 만들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