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절은 뼈와 뼈가 연결되는 부위입니다. 관절 주변의 연골‧인대‧힘줄‧근육 등 조직이 건강해야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신체 운동기능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관절과 주변 조직도 나이가 들며 노화하며 퇴행성 변화를 겪습니다. 또 신체 면역체계에 문제가 생겨서 관절을 공격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관절에 통증과 염증이 발생하고, 관절 변형도 부릅니다. 삶의 질을 뚝 떨어뜨리는 관절염은 증상이 다양해서 종류가 100여 종에 이릅니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퇴행성 관절염’과 ‘류마티스 관절염’입니다.
한방 척추·관절 질환 명의 경희대한방병원 침구과 이재동 교수의 도움말로 한의학적 관점의 관절염 특징과 개선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퇴행성 관절염, 신장(腎臟)‧간기(肝氣) 부족 영향
퇴행성 관절염은 무리한 노동으로 관절을 많이 사용하거 나이가 들면서 발생합니다. 퇴행성 관절염 환자들은 대부분 보행이 힘들고, 무릎에서 소리가 나며,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들다고 호소합니다.
퇴행성 관절염의 주요 원인은 다양한 요인으로 관절에 과부하가 걸리고, 뼈를 감싸는 근육의 힘이 약해지면서 관절 사이에 있는 연골이 닳기 때문입니다.
보통 한방에선 퇴행성 관절염의 이유를 신장(腎臟)의 기운이 약하거나 간기(肝氣)가 부족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혈액순환 문제 ‘어혈’이 일으키는 ‘류마티스 관절염’
류마티스 관절염은 신체 면역기능 이상으로 전신 관절에 염증‧통증을 일으킵니다. 관절 증상은 주로 손가락에서 시작하며, 점차 전신으로 악화됩니다.
한방에선 혈액이 한 곳에 정체돼 있는 ‘어혈’이 원인으로 작용하는 혈액질환으로 생각합니다. 어혈 때문에 맑지 못한 혈액이 관절을 감싸고 있는 얇은 활액막에 침착해서 염증을 유발하고, 활액막 속으로 염증세포가 모이면서 붓는 것입니다. 또 염증세포의 대사산물이 관절뼈를 부식시켜서 관절 변형과 통증을 일으킵니다.
한방에선 어혈이 생기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순환기능을 담당하는 심장이나 폐의 기능 이상을 꼽습니다. 심장‧폐는 몸 속 피를 전신으로 보내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기능이 약하면 순환장애를 일으키고, 피가 맑지 못해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시냇물이 잘 흐르지 못하면 탁해지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이처럼 심폐순환 기능이 약한 체질은 혈액순환의 원동력이 떨어져서 어혈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이런 체질은 평소 몸이 늘 피곤하고, 계속 눕고 싶어 하며, 아침에 일어날 때 얼굴이 푸석푸석하고 일어나기 힘듭니다. 그러나 일어나서 움직이면 오히려 몸이 가벼워집니다.
또 샘물이 잘 솟아나지 못하면 강물이 탁해지는 것처럼 소화기능이 약한 체질도 영양분의 흡수가 원활하지 않아서 혈액을 만들어내는 기능이 떨어지고, 어혈이 생깁니다. 이런 체질은 평소 아랫배와 손발이 찹니다. 쉽게 피로감이나 어지럼증도 느끼고, 저혈압인 경우가 많습니다.
비뇨생식 기능이 약한 체질은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물과 불이라는 음양 균형에서 물의 기능이 부족해지며 혈액의 점도가 높아져서 어혈이 발생합니다. 이러한 체질은 평소 열이 많고, 지구력이 약하며, 낮보다 밤에 활동하는 것을 즐깁니다.
여성은 산후 조리를 잘못해서 발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눅눅한 곳에 오래있거나 에어컨 같은 찬바람을 쐬면 이러한 나쁜 기운이 몸속으로 들어와서 순환장애를 일으키고, 류마티스 관절염을 유발합니다.
▶‘봉독요법’ 항염증 작용으로 관절 염증세포 제거
관절염은 △환자의 증상 △혈액검사 △X선 검사 △핵의학 검사를 통해 관절의 침범부위나 염증의 정도 등을 종합해서 진단합니다. 특히 아침 기상 후 관절운동이 유연하지 않고 뻣뻣하거나, 관절이 붓고 통증이 1주 이상 지속되면 병원을 찾아 정밀검진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퇴행성 관절염은 무엇보다 관절 하중에 따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체중을 조절하고, 뼈를 감싸는 근육의 힘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류마티스 관절염은 피를 맑게 해서 관절에 염증을 없애주는 치료를 합니다. 원인에 따라 약물요법과 벌의 독을 추출해서 침 치료점에 주입하는 봉독요법을 활용해 긍정적인 효과를 얻고 있습니다.
이 같은 봉독의 효능은 인체 내의 면역체계를 자극해서 면역기능을 조절하며, 체내 부신피질호르몬인 코르티솔을 촉진시켜서 나타납니다.
특히 봉독 속의 아파민‧멜리틴‧아돌라핀 등 강력한 항염증 작용을 가진 성분이 관절 주변 활막이나 근막‧인대 등의 염증세포를 제거해서 기능을 정상화시킵니다.
관절염 환자는 증상 개선을 위해 건강한 일상생활을 유지하고, 적절한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퇴행성 관절염은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걷는 것보다 높은 의자에 걸터앉아서 무릎을 구부렸다 폈다하면서 관절을 부드럽게 한 후 걷는 것이 좋습니다. 또 무릎 근력을 강화하기 위해 두 다리를 쭉 뻗은 상태에서 발목을 뒤로 제쳐주는 등척성운동도 도움이 됩니다.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는 너무 많은 휴식을 피해야 합니다. 관절이나 인대가 굳으면서 약해질 수 있습니다. 반면 지나친 운동은 관절에 통증과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에 휴식과 운동의 조화가 필요합니다. 수영‧산책 등 적절한 강도의 규칙적인 운동이 중요합니다.
관절염 환자는 식사를 할 때 단백질‧비타민‧미네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합니다. 아울러 평소 차(茶)를 챙기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퇴행성 관절염은 구기자차‧두충차, 류마티스 관절염은 녹차‧율무차가 좋습니다.
도움말 : 경희대한방병원 침구과 이재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