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눈을 깜빡이거나 킁킁 거리는 등 낯선 행동을 하면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이 같은 행동은 틱 장애입니다. 운동‧음성 등 두 가지 이상 틱이 모두 발생해서 1년 이상 이어지면 ‘뚜렛 장애’로 진단합니다.
뚜렛 장애는 대부분 아이 성장기에 나타납니다. 뚜렛 장애를 방치하면 학교생활, 학습, 성장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서 관심을 갖고 증상이 심하면 치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주로 아이들에게 발생하는 뚜렛 장애의 원인과 증상, 치료에 대해 강동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아랑 교수의 자문을 통해 알아봤습니다.
▶뚜렛 장애, 특징과 발병 연령
뚜렛 장애는 아이의 성장‧발달 시기에 나타나는 신경발달장애입니다. 유전학‧역학‧뇌영상학 연구를 종합해 볼 때 뚜렛 장애는 중추 신경계의 발달 과정 중에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들이 상호작용하면서 뇌의 특정 부위에 변화를 일으켜서 발생합니다.
개인의 일생에 걸쳐서 다양한 형태로 그 양상이 변화하면서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즉, 발달 시기가 지난 뒤에 발병하는 것은 뚜렛 장애로 진단하기 어렵습니다.
뚜렛 장애는 특징적인 틱(tic) 장애입니다. 발달 시기에 나타나는 △유전적 △신경생물학적 △환경적 요인들의 결과로서 아동기에 발병하는 신경정신과적 질환입니다. 틱(tic)은 갑작스럽고, 빠르며, 반복적이고, 비율동적인 운동이나 소리를 말합니다. 의지로 조절되지 않는 불수의적인 증상입니다.
뚜렛 장애는 여러 가지 운동성 틱과 한 가지 또는 그 이상의 음성 틱이 질병 경과 중 어느 기간 동안 나타납니다. 두 가지 틱이 꼭 동시에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1년 이상의 기간 동안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며 지속되고, 18세 이전에 발병해야 합니다.
코카인 등의 물질이나 헌팅턴 병, 바이러스성 뇌염 같은 내과적 상태에 의해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증상의 심각도가 가벼우면 일상 기능에 별 다른 이상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증상이 심하면 기능이 괜찮을 수도 있지만 △사회적 고립 △따돌림 △등교의 어려움 △삶의 질의 저하 등이 생깁니다.
틱 장애에서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 강박장애가 공존하는 확률이 더 높고 공존 시 기능 손상이 더 커집니다.
뚜렛 장애의 발병 연령은 2세~15세입니다. 보통 5~7세에 흔하게 나타나며, 10~12세 경 절정에 이릅니다. 운동성 틱이 먼저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뚜렛 장애는 학령기 아동 1000명 중 3~8명 정도로 보고됩니다. 성비는 2:1~4:1 정도로 남아에서 발병률이 더 높습니다.
대개 10세 이전에 발병한 경우 치료를 받으면서 대부분은 후기 청소년기와 초기 성인기에 증상이 거의 없어지거나 현저히 감소합니다.
▶뚜렛 장애 아이가 보이는 주요 증상
뚜렛 장애가 있으면 여러 가지 운동성 틱 증상과 한 가지 또는 그 이상의 음성 틱이 나타납니다. 운동성 틱은 △단순한 형태의 눈 깜박이기 △어깨를 으쓱하기 △얼굴 찌푸리기 등이 있습니다.
복합성 운동 틱은 단순 틱보다 더 긴 시간이 소요되고 얼굴을 찌푸리면서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만지거나 고개를 돌리면서 어깨를 움츠리는 것처럼 여러 단순 틱이 함께 나타나기 때문에 목적이 있는 움직임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음성 틱도 단순한 형태와 복합성 틱으로 나뉩니다. 단순 틱은 △헛기침 △코로 킁킁거리는 소리 △코웃음 치기 △가래 뱉는 소리 등이 횡격막이나 구강 인두 근육의 수축에 의해 나타납니다.
복합성 음성 틱은 △외설스런 단어나 욕을 갑자기 내뱉는 외설증(coprolalia) △단어나 구, 문맥을 벗어나는 문장을 갑자기 말하는 경우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경우 등입니다.
음성 틱이 발병 초기에 나타나는 경우는 20% 미만입니다. 대개는 운동성 틱이 선행하는 편입니다. 틱 증상들은 수주에서 수개월에 걸쳐서 주기적으로 개선과 악화를 반복합니다.
▶뚜렛 장애 개선하는 치료와 환경적 요소
뚜렛 장애는 크게 약물치료와 행동치료로 개선합니다. 우선 약물치료를 살펴보겠습니다. 유전인자와 환경인자 모두 틱 증상의 발현과 심각도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생물학적 요인과 관련해 뇌의 도파민 활성을 억제하는 약물이 틱 증상을 줄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도파민 2 수용체(dopamine 2 receptor antagonist)의 길항제 역할을 하는 항정신병 약물들이 치료제로 선택됩니다. 전형적 항정신병 약물로는 △할로페리돌 (haloperidol) △피모자이드(pimozide) 등이 있습니다.
비전형 항정신병 약물인 △아리피프라졸(aripiprazole) △클로자핀(clozapine) △리스페리돈 (risperidone) △설피라이드(sulpiride) 등도 틱 증상 억제 효과가 있습니다.
또 틱 증상과 ADHD 증상을 함께 보이는 경우 알파2 아드레날린 효현제(alpha2 adrenergic agonist)인 클로니딘 (clonidine)이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구안파신(guanfacine)도 틱의 감소에 효과적이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이외에도 환아의 상태나 공존 질환, 부작용 등을 고려해서 사용해 볼 수 있는 약물들이 있습니다. 뚜렛 장애의 약물치료 시 3분의 2 이상에서 틱 증상의 개선 또는 소강상태가 보고됩니다.
행동치료에는 △이완 훈련 △자기 관찰 등을 적용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 결과들에 따르면 습관 반전(habit reversal)만이 틱 감소에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됩니다. 습관 반전은 틱 발생을 막기 위해 경쟁 반응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약물치료는 전문의의 면밀한 면담을 통한 평가를 바탕으로 △공존 질환 △가정의 지지 정도 △증상이 환아의 기능 손상에 끼치는 영향 정도 등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해서 이뤄집니다.
예를 들어 뚜렛 장애 아동의 심리적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환경 인자가 있으면 그것을 조정하는 것만으로도 틱 증상이 감소할 수도 있습니다.
뚜렛 장애의 치료를 통해 정신 사회적으로 적절한 사회적 적응을 보이는 경우가 3분의 2에 달합니다. 교육 성취 수준도 정상 범위의 인지기능을 보이는 환자군의 경우 틱이 없는 대조군에 비해 별 차이 없는 성취 수준을 보인다고 여러 연구에서 보고하고 있습니다.
뚜렛 장애의 유전적 인자는 치료적 대상이 되지 못해도 환경적 인자는 치료에 있어서 중요한 조절 요소입니다. 뚜렛 장애에 대한 바른 질병 인식과 이해, 배려가 있는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는 뚜렛 장애 아동들이 질환으로 인한 자존감 손상 없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는데 매우 중요한 환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