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암‧빈혈 등 난치 질환의 새 치료법을 제시한 미국과 영국 연구자 3명에게 돌아갔다.
미국의 하버드 의대 윌리엄 케일린(61)과 존스홉킨스 의대 그레그 서멘자(63), 영국의 옥스퍼드대 피터 랫클리프(65) 등 3명은 세포의 산소 활용 기전을 밝혀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노벨위원회는 지난 7일(현지시간) 산소 농도에 따른 세포의 반응을 밝혀낸 공로를 인정해 2019년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수상자로 3명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카롤린스카 연구소에 따르면 공동 수상자들은 세포가 산소 농도에 적응하는 과정을 확인해서 빈혈‧암 등 혈중 산소농도와 관련된 질환의 새로운 치료법 개발의 토대를 마련했다.
수상자별 세부적인 연구 성과는 △서맨자 교수 : 세포내에 산소를 인지하는 분자 ‘HIF-1a’ 발견 △랫클리프 교수 : EPO 역할 규명 △ 케일린 교수 : HIF-1을 분해하는 VHL 기전 발견 등이다.
연구자들은 세포가 낮은 산소 농도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HIF-1'이란 단백질(유전자)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세포가 산소농도 변화에 적절하게 반응할 수 있게 하는 '스위치'(molecular switch)가 무엇인지 규명한 것이라고 카롤린스카 연구소는 설명했다.
수상자들의 연구 내용을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산소는 세포 내에서 영양소를 에너지로 변화하는데 필요하다. 산소는 △열 △새로운 세포 생산 △배아의 성장과 연관돼 있다. 또 환경의 변화에 따른 세포의 산소 요구도가 변화하는데, 수상자들은 세포가 이에 적응하는 기전을 규명했다.
일시적으로 산소 요구도가 변화하면 이에 적응하는 기전이 필요하다. 고산지대에 있거나 빈혈 같은 저산소 상황에선 전신적‧국소적으로 저산소증에 빠진다.
이 경우 HIF-1a 분자가 각종 유전자 내에 스위치 역할을 하는 ‘HRE(hypoxia response element)’에 영향을 미친다.
서울성모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제갈동욱 교수에 따르면, 이는 300여 개에 달하는 유전자에 영향을 주며 특히 △혈관생성촉진인자(VEGF) △에리스로포이에틴(Erythropoietin) 유전자 및 해당 기전(gylcolysis metabolism) △혐기성대사(anaerobic metabolism) 연관 유전자가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유전자는 적혈구 생산 촉진, 대사의 변화, 혈관생성 촉진 등을 유도한다.
저산소 상황에서 에리스로포이에틴(erythropoietin)이 신장에서 분비돼 적혈구 조혈이 촉진된다. 이 분자는 빈혈 치료제로 만들어져서 빈혈 환자, 특히 신장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환자에서 빈혈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아울러 암세포는 저산소 상황에서도 성장을 하는데, 이는 HIF-1a이 작용해 암세포가 저산소 상황에서 적응해 성장토록 한다. 특히 저산소 상황에서 발현되는 혈관생성촉진인자(VEGF)는 암의 성장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이 분자는 표적항암제의 표적 대상이다.
제갈동욱 교수는 “산소가 많은 상황에선 HIF-1a에 OH가 붙으면 VHL유전자에 의해 분해돼 저산소에 적응하는 기전이 작동하지 않는다”며 “결론적으로 HIF-1a 유전자는 빈혈‧감염‧상처치료‧심근경색‧종양‧뇌졸중과 연관돼 있고, 이러한 질환의 치료제 개발에 크게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혈중 산소가 부족한 빈혈은 철분을 보충하는 기존 치료법과 다르게 HIF-1 단백질 양을 늘려서 산소 활용도를 높이는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암은 HIF-1 단백질을 억제해서 암세포 증식을 막을 수 있다.
올해 노벨상 시상식은 12월 10일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에겐 900만 크로나(약 10억 9000만 원)의 상금이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