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난청이 치매에 영향을 주는 메커니즘을 규명하면서 적극적인 난청 치료가 치매 진행을 늦추고 예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중앙대병원 이비인후과 장문영 교수는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오승하 교수, 서울의대 생화학교실 묵인희 교수와 함께 난청이 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발하는 분자생물학적 메커니즘을 규명한 연구 논문 ‘인지기능저하 및 해마의 시냅스 소실의 위험인자로서의 난청의 역할’을 발표했다고 22일 밝혔다.
과학기술부가 후원하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이번 연구 논문은 신경과학 분야 SCI(과학기술논문 인용색인) 국제저널인 '뇌행동연구(Behavioural Brain Research)' 온라인판에 실렸다. 오는 10월엔 해당 잡지에도 게재될 예정이다.
치매는 기억‧지각 등 인지기능 저하가 주요 증상이다. 세계적으로 약 4400만 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보고된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원인 질환이다.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수도 급속히 늘고 있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현재까지 뚜렷한 치료법이 없어서 위험인자 조절을 통한 예방이 최선이다. 세계적으로 알츠하이머 치매의 진행 속도를 늦추고 예방하기 위해 위험인자 규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국내 연구진이 이번에 알츠하이머 치매의 위험인자로 알려진 난청의 작용 메커니즘을 규명한 것이다.
그동안 여러 역학 연구들을 통해 난청과 알츠하이머 치매 사이의 상관관계가 제시돼 왔다. 하지만 현재까지 난청과 알츠하이머 치매의 인과관계를 뒷받침하는 메커니즘이 규명되지 않아서 이를 설명하는 생물학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장문영 교수팀은 난청 쥐 동물모델을 이용해 난청이 인지기능 저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정상 청력인 동물과 난청이 있는 동물에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물질인 아밀로이드 단백질(amyloid-β‧Aβ)을 투여했다. 이때 아밀로이드 단백질은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인자를 확인할 수 있도록 뇌 손상은 유발하지 않지만 뇌가 위험 인자에 취약해질 정도로 소량만 투여했다.
난청 쥐를 △정상청력 그룹 △정상청력에 Aβ투여 그룹 △난청 그룹 △난청에 Aβ투여 그룹 등 총 4개 그룹으로 나누어 실험한 후 뇌 영역 특이 인지기능 검사를 시행했다.
그 결과 난청이 있으면서 Aβ투여를 한 그룹에서만 해마(hippocampus)가 관여하는 인지기능이 다른 그룹에 비해 30~85% 정도 유의하게 떨어졌다. 반면 나머지 세 그룹에선 인지기능저하가 나타나지 않았다.
또 난청이 있으면서 Aβ투여를 한 그룹은 나머지 세 그룹보다 뇌 영역 중 기억을 관장하는 핵심 영역인 해마의 시냅스 수치가 다른 그룹에 비해 30~40% 저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를 통해 난청이 알츠하이머병의 위험 인자로 작용한다는 것이 명확히 밝혀졌다. 난청이 해마 시냅스의 손상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장문영 교수는 “나이‧가족력 등 이미 치매 위험인자로 알려진 인자들과 달리 난청은 보청기‧인공와우 등을 통해 조절이 가능하다”며 “이는 위험인자 조절을 통해 알츠하이머 치매의 진행을 늦추고 예방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이어 “난청 환자는 세계적으로 약 4억7000만 명에 달하고, 65세 이상 노인의 약 3분의 1에서 난청을 호소하지만 실제로 보청기를 착용하는 사람은 약 11%에 불과하다”며 “치매의 위험 인자로서 난청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적극적인 청각 재활을 하는 것이 치매를 예방하는 데 많은 기여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