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료기기 업체 고어가 이르면 오는 18일부터 소아용 인공혈관 공급을 재개한다.
정부는 15일 오전 진행된 고어와의 긴급 화상회의 결과 고어가 소아심장수술에 필요한 소아용 인공혈관‧봉합사‧인조포를 조속한 시일 내에 공급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공급이 재개되는 품목은 인공혈관 7개 모델, 봉합사 8개 모델, 인조포 1개 모델이다. 특히 고어에서 긴급하게 공급키로 한 20개의 폰탄수술용 인공혈관은 18일부터 의료기관에 공급될 예정이다. 소아심장수술시 1회에 인공혈관 1개가 사용된다.
고어의 인공혈관 공급 재개 결정은 지난 9일 우리 정부가 미국 고어 본사 방문 일정을 협의하기 위해 서한을 보낸 후 물꼬가 트였다.
미국 고어는 서한에 대해 △폰탄 수술에 긴급히 필요한 20개의 인공혈관 즉시 공급 △추가적으로 향후 공급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와 대화를 통해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해결 등의 내용을 담아 회신했다.
정부는 앞으로도 고어와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인공혈관의 국내 공급 문제를 조속히 해결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인공혈관 사태는 고어가 심장수술 치료재료의 한국 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며 공급 중단을 선언해 시작됐다. 고어는 2017년 9월 한국법인인 (주)고어코리아의 메디컬사업부를 철수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받은 허가도 취소했다.
자사가 독점 공급하는 인조혈관의 한국 내 건강보험 상한 가격이 낮아서 이윤이 적고, 의료기기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인증을 더 이상 연장할 의사가 없다는 게 이유였다.
이 때문에 선천성 심장병 수술에 필요한 인조혈관 공급이 중단됐다. 선천성 심장병 수술을 많이 해오던 서울대병원‧세종병원·삼성서울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아산병원·부산대병원·경북대병원 등 의료기관은 고어에서 해당 제품 공급을 재개할 때까지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올해 3월부터 인조혈관이 거의 바닥나면서 선천성 심장병 환아들의 수술 중단 사태가 벌어졌다.
특히 선천성 심장기형인 단심실 환아에게 시행하는 폰탄수술이 무기한 연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고어 사태와 관련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등 환자단체는 지난 8일 성명서를 통해 "인조혈관 공급을 중단시켜 환아들의 생명을 사지로 몰고 있는 고어의 반인권적이고 비윤리적인 행위를 규탄한다"고 성토했다.
정부도 인공혈관 사태가 심각해지자 공급 재개를 위해 건강보험 상한가 인상 등의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고어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