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통의학인 한의학은 이미 생활 속에 깊이 들어와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 한의학이 필요하고, 어떻게 도움을 받아야 건강관리에 좋은지 잘 모르는 경우가 아직도 많습니다. 한의학 효과를 제대로 누리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한의학 궁금증 풀이’를 연재합니다.
다양한 질환으로 수술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큰 수술 후에는 ‘몇 년 늙은 것 같다’고 느낄 정도로 체력 소모가 큽니다.
때문에 퇴원 후 신체 회복을 위해 많은 신경을 써야 치료 결과가 긍정적이고, 일상생활로 빨리 복귀할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선 수술 후 나타나는 증상에 따라서 회복을 돕는 한약들이 있습니다. 환자의 △멍 △통증 △부종 △기력 △뼈 등 수술 뒤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증상 완화에 처방하는 한약 종류와 효과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수술 후 멍‧통증 줄이는 ‘당귀수산(當歸鬚散)’
수술을 받은 신체 부위에는 멍과 통증이 동반합니다. 한의학에선 두 가지 증상을 줄이기 위해 ’당귀수산(當歸鬚散)‘을 처방합니다. 동의보감에선 당귀수산을 ‘타박상을 입어서 기운이 응어리지고 피가 뭉쳐서 흉복부와 옆구리가 아픈 것을 치료한다’고 설명합니다.
당귀수산은 △당귀 △적작약 △오약 △향부자 △소목 △홍화 △도인 △계피 △감초로 구성된 한약입니다.
당귀와 적작약은 혈을 보하면서 뭉치지 않고 잘 흐르게 합니다. 도인과 홍화는 뭉친 혈을 풀어서 어혈을 제거하고 통증을 멎게 하는 효과가 우수합니다.
이 같은 약재가 들어간 당귀수산은 △수술 후 붓기나 멍이 있을 때 △각종 사고나 스포츠 손상이 있을 때 △외상에 따른 염증 반응이나 통증이 있을 때처럼 정상적인 순환에서 벗어난 체액을 순환시키고, 새로운 혈액과 진액이 빨리 생성되도록 합니다. 이런 작용으로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빠른 회복을 돕습니다.
▶수술 후 부종 빼는 ‘오령산(五苓散)’
한의학에는 ‘수독(水毒)’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몸을 구성하고 있는 수분인 체액은 다양한 노폐물을 수송해서 땀‧소변‧대변 등으로 체외에 배출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같은 순환‧배출에 문제가 생기면 ‘수독(水毒)’, 즉 물로 된 독이 돼서 몸에 축적돼 여러 가지 증상을 유발합니다.
한의학에선 수술 후 생긴 부종도 체액이 제대로 순환하지 못해서 정체한 것으로 생각하고, 부종 완화에 도움이 되는 ‘오령산(五苓散)’을 처방합니다.
오령산은 △저령 △복령 △백출 △택사 △계지로 구성된 한약입니다. 이 가운데 저령‧복령‧택사는 체내의 불필요한 체액을 효과적으로 배출하게 돕습니다.
백출은 비위(脾胃)를 도와서 위장을 보하고, 계지는 몸을 따뜻하게 해주면서 혈액 순환을 촉진시합니다.
오령산을 복용한 후 전해질 수치 이상이나 탈수 없이 부종을 완화시킨 효과를 보고한 논문(종양으로 인한 이차성 림프부종에 대한 오령산 치험 2례. 이지영 외 4인. 2013.)들도 있습니다.
▶수술 후 기력 회복 돕는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
수술 후 기력이 떨어지면 상처 회복이 더디고 재활 속도도 느려집니다. 암 수술 후 항암 치료가 필요할 때도 체력이 부족해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럴 때 도움이 되는 한약이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입니다.
보중익기탕은 ‘보약의 왕’이라는 별칭이 있어서 ‘의왕탕(醫王湯)’이라고도 부릅니다. 이 처방은 △황기 △인삼 △백출 △진피 △당귀 △시호 △승마 △생강 △대조 △감초로 구성된 한약입니다.
황기와 인삼을 같이 사용하면 기를 보하는 효능이 강해집니다. 당귀가 함께 들어가서 혈도 동시에 보해, 신체 전반의 기능을 강화합니다.
시호와 승마는 조직의 탄력을 증가시키면서 심장 기능을 강화합니다. 백출‧진피‧생강‧대조‧감초 등은 소화기계 기능을 상승시켜서 피로를 빠르게 회복시킵니다.
보중익기탕은 다양한 연구를 통해서 세포성 면역 기능을 활성화하고, 영양 상태 개선 작용을 통해서 생체 방어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또 수술 후 △뼈 장애 △대사 장애 △식욕 부진 △전신 권태감을 개선하는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수술 후 뼈 튼튼하게 하는 '접골탕(接骨湯)'
뼈와 관련된 수술 시 해당 부분을 철심‧깁스 등으로 고정하면 시간이 지나며 붙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움직임이 많아서 고정하기 어려운 부위에 수술을 하거나, 뼈를 만드는 조골세포의 작용이 더딘 노년층과 허약자는 한약을 복용하면 뼈 회복에 도움이 됩니다.
대표적인 처방에는 뼈가 붙는 효과가 좋아서 ‘접골탕(接骨湯)’이라고도 부르는 ‘가미궁귀탕(加味芎歸湯)’입니다. 가미궁귀탕에는 △당귀 △천궁 △지황 △인산 △황기 △석곡 △구기자 △오미자 △속단 △보골지 △토사자 △녹용 등의 약재가 들어갑니다.
당귀와 천궁은 혈을 보하면서 원활히 잘 흐르게 하고, 석곡‧오미자‧보골지 등은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하면서 골수 회복에 좋습니다. 녹용은 뼈를 튼튼하게 할뿐만 아니라 자양강장의 효과까지 있어서 수술 후 회복에 많은 도움을 줍니다.
* 취재 도움 : 영동한의원 안정은 진료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