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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병 있으면 사회적으로 모두 위험?
조현병 있으면 사회적으로 모두 위험?
뇌 문제 치료하면 건강한 일상 이어가요
  • 황운하 기자
  • 승인 2024.06.19 1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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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적으로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후 ‘조현병’ 때문이라고 변명하는 범죄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용서받지 못할 죄를 짓고, 조현병 뒤에 숨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조현병이 있으면 모두 다른 사람을 위협하는 존재일까요?

이 같은 상황은 조현병에 대해 오해와 부정적인 시각을 키우는 악순환의 연결 고리를 만듭니다. 망상‧환각 증상을 보여서 과거 정신분열증으로 불렀던 조현병은 인구의 약 1%가 겪는 생각보다 흔한 정신과 질환입니다. 즉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병입니다.

조현병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복합적인데, 그 중에서도 뇌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과다 분비 문제가 가장 많은 영향을 줍니다. 

조현병은 뇌의 기능을 되돌리는 약물 치료와 인지재활치료 등을 병행하면 많은 환자가 건강한 일상생활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단과 치료가 늦으면 만성화되거나, 재발률도 높아져서 조기 관리가 중요합니다.

질환에 대한 인식과 이해 부족으로 사회적 편견이 크고, 환자와 가족들의 치료 의지까지 꺾을 수 있는 조현병의 올바른 정보를 소개합니다.

▶사회적 편견 커 ‘정신분열병→조현병’ 변경

‘조현병(調鉉病)’은 과거 ‘정신분열병’으로 불리던 질환입니다. 하지만 병의 이름이 사회적 거부감과 편견을 불러서 환자와 가족들을 힘들게 하고, 치료의 걸림돌까지 됐습니다. 이에 정신의학계의 노력으로 2011년 명칭을 조현병으로 변경했습니다.

그럼 조현병을 겪는 사람은 어느 정도일까요? 조현병은 평생 유병률이 약 1%에 이를 정도로 흔합니다. 첫 발병 시기는 청소년기나 20대 초반 초기 성인기이며, 발병 시기는 남성이 여성보다 조금 빠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국내 조현병 환자 추이를 보다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최근 5년 동안 매년 평균 약 12만 명의 환자가 조현병으로 진료를 받습니다.

2023년에는 12만979명의 환자가 병원을 찾았는데, 환자 성비는 여성이 약 56%로 남성보다 조금 높습니다. 연령별로는 20대부터 환자가 증가하기 시작해서 60대까지 고르게 분포합니다. 40‧50대 중년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48%로 절반에 가깝습니다.

▶조율되지 않은 현악기 줄과 같은 질환

조현병(調絃病)의 원인과 특징을 자세히 알아보기 전에 조현(調鉉)의 뜻을 풀어보겠습니다. 조현은 ‘현악기의 줄을 다듬는다’는 의미입니다. 조현병 증상이 현악기 줄이 제대로 조율되지 못했을 때 모습과 비슷하게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운 상태여서 붙은 명칭입니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준형 교수는 "조현병이 찾아오면 망상, 환각, 빈번한 탈선, 지리멸렬 같은 비논리적이고 혼란스러운 언어 등의 증상을 보인다"며 "이와 함께 전반적인 완해, 긴장된 행동, 정서적 둔마(느리고 둔한 말), 무의욕증 등을 동반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주요 증상인 ‘망상’은 주변 환경에 대한 부정확한 추론을 바탕에 둔 잘못된 믿음입니다. 즉 아무런 근거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사실이라고 믿는 것입니다. 

망상의 주제는 다양하며 △누군가 자신을 이유없이 괴롭히고 피해를 입히려고 한다는 ‘피해망상’ △자신과 아무런 상관없는 주변의 사건이나 다른 사람의 행동을 자신과 특정한 관계가 있는 것처럼 해석하는 ‘관계망상’ △누군가 몰래 자신의 행동을 감시한다는 ‘감시망상’ △자신이 대단한 능력을 가진 위대한 사람이라고 믿는 ‘과대망상’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 모두가 알고 있다고 믿는 ‘사고전파’가 있습니다.

‘환각’은 실제 외부 자극이 없는데도 △시각 △청각 △후각 △촉각 △미각 등의 감각을 통해서 환청‧환시‧환촉‧환후‧환미 등의 자극을 지각하는 것입니다. 환각 증상 중 환청이 가장 흔하며, 심하면 환청이 지시하는 내용에 따라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합니다.

김준형 교수는 "이 같은 망상‧환청은 가족이나 주변에서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조현병 증상"이라며 "하지만 의욕, 감정 표현, 표정, 말수가 감소하는 것이 서서히 나타나면 감지하기 힘들다"고 강조했습니다. 

대화를 나누면 말하고자 하는 초점을 잃고, 말의 흐름이 논리적이지 않으며, 말하는 도중에 생각이 정지된 것처럼 멍해지기도 합니다.

특히 이 같은 경우 조현병 환자가 게을러졌다고 오해하거나, 우울해 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환자는 대부분 주관적으로 우울감을 호소하지 않고, 점차 사회적 활동에 무관심해지면서 고립됩니다. 

결국 발병 후 오랜기간 동안 대인 관계는 물론 직업‧학업 등 주요한 일상생활까지 증상이 확대되고, 사회적 기능과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집니다.

▶자아 기능 취약해 현실 검증력 떨어지면 발생

그럼 조현병과 관련 증상들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요? 외부 자극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자아 기능이 많이 취약해졌을 때 찾아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즉 외부와 본인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현상의 구분이 힘든 것입니다. 

이처럼 경계를 구별하는 능력인 ‘현실 검증력’이 떨어지면 외부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걸러지지 않고 영향을 미칩니다. 자신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생각‧느낌도 그대로 외부에 전달해서 심리적으로 큰 혼란을 겪습니다.

이 같은 현실 검증력 저하를 부르는 요인은 △뇌의 생화학적 요인 △유전적 요인 △스트레스 등 심리사회적 요인 △환경적 요인 등이며,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조현병을 일으킵니다.

이와 관련 정신건강의학계는 조현병을 뇌 질환으로 생각합니다. 뇌 신경전달물질의 이상, 뇌의 구조적‧기능적 결함 등을 중요한 발병 원인으로 지목합니다. 

김준형 교수는 "특히 뇌 신경전달물질 중 도파민(Dopamine)의 과다 분비가 조현병 증상과 관련이 큰 것으로 본다"며 "때문에 조현병 환자에게 사용하는 대부분 항정신병 약물은 뇌에서 도파민 활성을 조절해, 증상을 완화한다"고 말했습니다.

유전적 요인과 관련한 연구들에 따르면 조현병 환자의 형제자매는 일반인보다 조현병 발병률이 8배 높습니다. 또 조현병 환자의 자녀는 일반인보다 발병률이 15배까지 높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유전자와 함께 가족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환경적 요인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꾸준한 약물‧비약물 치료로 재발 막아야 

조현병은 진단과 치료가 늦어져서 만성화되거나, 잘 관리하지 못해서 자주 재발하면 사회적 기능뿐만 아니라 인지 기능 저하도 발생합니다. 때문에 조기 발견과 치료, 재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조현병 치료법은 크게 약물 치료와 비약물 치료로 나누며, 두 가지를 병행해서 진행합니다. 우선 항정신병 약물 치료는 급성기인 초기에 관찰되는 심한 조현병 증상과 초조‧흥분의 신속한 개선에 아주 효과적입니다. 최근 나온 치료제들은 과거와 달리 부작용이 적고, 효과도 우수합니다. 

비약물적 치료에는 △인지 재활 치료 △정신 치료 △가족 교육 △약물 교육 등이 있습니다. 조현병을 잘 치료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처음 발병 후 5년이 중요합니다. 이 기간에 재발이 가장 많고, 증상 악화와 기능 저하도 심하게 일어납니다. 

김준형 교수는 "하지만 급성기의 심각한 증상이 개선된 후 환자 스스로 약물을 중단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 같은 약물 중단은 조현병 재발의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약을 끊으면 1년 내 재발률이 약 50%에 이릅니다. 때문에 약물 치료는 충분한 용량으로 최소 2년 이상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중단은 꼭 정신과 의사와 상의해서 결정해야 합니다. 

※ Doctor's Pick!

조현병이 만성화되는 것을 막고, 환자가 신체적‧사회적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병원 치료와 함께 가족에 대한 교육과 지지도 중요합니다. 가족들은 조현병의 첫 발견자이고, 환자를 보호하면서 정서적‧경제적 지원을 하며, 재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가족의 협조가 없으면 사실상 조현병 환자의 치료가 어렵고, 증상이 호전돼도 환경적인 문제가 있는 가정에 돌아가면 다시 재발하거나 악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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