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태아의 선천성 기형 중 가장 흔한 ‘신경관 결손’을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수술법을 개발했다.
태아 신경관 결손은 척추에 구멍이 생겨서 빨리 봉합하지 않으면 중증 장애 위험이 높은 질환이다.
가톨릭대 의과대학 의생명과학교실 전흥재‧양대혁 교수팀이 산부인과학교실 모체태아연구팀(신종철 명예교수, 고현선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과 다학제 협력을 통해 새로운 태아 신경관 결손 수술법을 개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이 수술법은 가시광 경화성 키토산 하이드로겔 시스템을 이용한 기법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Carbohydrate polymers’에 게재됐다.
연구팀에 따르면 산모의 자궁 속 태아 수술 시 접착제 없이 10여초 간의 가시광선 조사로 수술 부위가 봉합된다. 물리학적 팽창도 가능해서 태아의 빠른 성장에 따른 접착 부위 손상을 막을 수 있다.
아울러 이 하이드로겔 시스템에는 각종 성장인자 및 약제를 탑재시킬 수 있어서 향후 다양한 태아 치료 개발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태아의 신경관 결손은 선천성 기형 중 가장 흔한 형태로, 신생아의 척추에 개방형 구멍이 생기면서 그곳으로 척추신경 및 조직세포가 빠져나온다.
임신 중 태아 척수가 양수에 노출되면 중증 신경학적 장애를 안고 살아갈 수 있는 질환이다.
이에 따라 생후 치료보다 태아 치료가 예후가 좋다는 점이 임상 연구를 통해 증명되고 있어서 수술에 따른 위험도를 줄이며, 효과적인 태내 치료를 위한 연구들이 많이 시도되고 있다.
최근 동물연구 결과에 따르면 태아 신경관 결손을 봉합하는데 생체 재료인 콜라겐 및 젤라틴 스펀지와 이를 고정하기 위한 시아노아크릴레이트 접착제가 사용된다.
그러나 이 접착제의 독성으로 인해 조기 유산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접착제를 이용해서 병변을 봉합하는 기존의 생체 재료는 임신 기간 동안 태아의 기하급수적인 성장과 피부 상피의 급격한 팽창을 거의 수용하지 못한다는 큰 단점이 있었다.
태아 피부에 접착된 비팽창성 물질은 주변 양수 환경에 노출된 조직을 커버하기보다 찢어지거나 벗겨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개발한 새 수술법에 사용한 하이드로겔은 일반적으로 다량의 수분을 함유할 수 있는 3차원 망상 구조로 이뤄져서 액체와 고체의 중간 형태 특성인 고유의 친수성과 유연성으로 생체적합성이 우수한 재료다.
이 하이드로겔은 가톨릭대 의대 세포‧조직공학연구소가 소재의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모체태아의학은 임신의 시작에서 출산 후까지 임신부‧태아‧신생아의 건강을 다루는 분야다. 두 생명체, 즉 임산부와 태아를 동시에 다루고 인간 생명의 출발을 담당한다는 점에서도 의미 있고 중요하다.
1950년대까지는 임신 중인 태아에 대한 진단과 치료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1960년대 이후부터 전자 태아 감시 장치, 초음파 및 양수천자술 등의 진단법이 개발됐다.
최근에는 태아 MRI, 분자유전학 검사 등 태아 이상 유무에 대한 진단 방법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진단과 달리 치료적 측면에서 볼 때 태아의 이상을 발견해도 자궁 속에 있는 위치적 특성상 출생 후 조기 수술이나 조기 교정 등의 진행이 대부분이며, 선천성 기형에 대한 외과적 태아 치료는 매우 제한적이다.
태아 치료는 태아의 중증 질환이 태내에서 진행하는 것을 중단시켜서 사망 또는 중증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태아가 양수 내에 존재하는 특수 환경이어서 일반적 수술 치료와는 달리 매우 어렵고 △조기 진통 △조기 양막 파열 △태반 박리 △자궁파열 또는 열개 등 심각한 산과적 합병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향후 재생의학과 모체태아의학의 융합 연구를 통해 선천성 기형의 자궁 내 치료는 물론 출생 후 치료 분야도 발전시켜서 건강한 생명 탄생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