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노년층이 된 66세가 젊은 노인들이 너무 많은 종류의 약을 복용하고, 복용하는 약 중에는 필요 없는 부적절한 약도 많이 포함된 것으로 분석됐다.
66세 노인 3명 중 1명인 35.4%가 5개 이상 약을 복용하는 ‘다약제’ 상태였다.
특히 이처럼 무분별한 약물 복용 탓에 사망‧장애 위험이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돼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서울대병원 입원전담진료센터 김선욱 교수 공동 연구팀(서울아산병원 정희원 교수,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윤지은 성과연구팀장)은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최근 열린 ‘대한노인병학회 제72차 추계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공동연구책임자 분당서울대병원 입원전담진료센터 김선욱 교수는 “이제 막 노령에 접어든 66세 젊은 노인들 중 상당수가 다약제 및 노인 부적절 약물을 사용하고 있다”며 “이 영향으로 사망 위험 증가 및 높은 장기요양 등급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을 받은 66세 젊은 노인 330만 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66세의 35.4%인 약 16만 명이 5가지 이상의 다약제를 90일 이상 복용하고 있으며, 이는 2012년 32%인 약 8만 명에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10개 이상을 복용하는 비율은 무려 8.8%에 달했는데, 이렇게 복용하는 약물의 개수가 늘어날수록 △생리적인 노화 △약물 간 상호작용 △약물과 질병과의 상호작용 등의 영향으로 이익보다 위험성이 더 커질 수 있다.
아울러 여러 가지 약물을 복용할수록 노인에게 사용을 지양해야 하는 약물을 처방받을 위험도 증가할 수 있다.
이와 관련 66세 인구의 53.7%가 1종 이상의 ‘노인 부적절 약물’을 복용하는 것으로 분석됐으며, 1인당 평균 2.4개였다.
비율은 10년 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절대 숫자는 13만8000명에서 24만8000명으로 약 80% 늘었다.
노인에게 이득보다 부작용이 클 수 있어서 처방에 주의해야 할 대표적인 부적절 약물은 △소화성궤양용제 ‘에스오메프라졸마그네슘’ 성분 △위산분비억제제 ‘라베프라졸나트륨’이다.
실제 이 같은 노인 부적절 약물을 사용한 66세 인구 65만 명을 5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사망 위험이 25% 증가했다.
일상생활에 주변의 도움이 필요한 장애 3등급 이상의 장기요양 등급을 받을 가능성도 46%나 높았다.
또 부적절 약물 사용이 2종 이하일 경우 장애 위험이 약 31% 증가한 반면, 3종 이상의 부적절 약물을 사용했을 땐 무려 81%가 증가하는 등 부적절 약물 사용이 중복할수록 위험성이 크게 늘었다.
대상자 특성별로는 △광역시 등 대도시보다 군‧구 등 소도시에 거주하는 사람 △건강보험보다는 의료급여 대상자 △동반 질환이 많은 사람 △입원 또는 응급실 방문이 많거나 여러 의료기관을 방문했던 환자들에서 약물 개수와 부적절 약물 처방 빈도가 높았다.
이번 연구는 우리나라 노령인구에서 약물 과다 및 부적절 약물 사용에 대해 의료계‧시민‧정부의 다각적 관심을 갖게 할 근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동연구책임자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윤지은 성과연구팀장은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해서 노인 다약제 및 부적절 약물 처방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향후 노인 부적절 약물 사용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근거로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공동연구자 서울아산병원 정희원 교수는 “잠재적 노인 부적절 약제 복용은 장기적으로 기능 저하를 촉진할 우려가 있고, 약의 부작용이 더 많은 의료 이용과 약 처방을 부르는 처방 연쇄의 단초가 될 수 있다”며 “의료 이용자 및 의료진 모두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