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입 안이 자주 허네... 피곤해서 그런가?” 과로를 하거나 스트레스가 축적돼서 피곤하면 신체에 소소한 증상들이 찾아옵니다.
피부 트러블이나 다크서클이 생기기도 하고, 흔히 입병으로 알려진 구내염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 같은 증상은 당장 건강을 크게 위협하지도 않고, 대부분 길지 않은 시간 내에 자연적으로 사라집니다.
하지만 혀를 비롯해서 입속 어딘가에 궤양이 자주 발생하거나 재발하면 한 번쯤 만성 염증성 질환인 ‘베체트병’을 의심하는 것이 좋습니다.
여성 환자 비율이 높은 ‘베체트병’은 희귀 질환으로 분류되는데, 전신 혈관에 염증을 일으킵니다. 때문에 입뿐만 아니라 눈‧신경 등 혈관이 뻗어 있는 신체 곳곳에 문제를 부르고, 심각한 합병증이 동반할 수 있습니다.
베체트병에 따른 눈 염증인 포도막염을 늦게 발견하면 실명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합니다. 베체트병의 발병 원인과 증상 특징, 치료‧관리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베체트병, 발병 원인 명확하지 않은 '자가 염증성 질환'
‘베체트병’이라는 병명은 생소하면서도 특이합니다. 어떤 뜻을 품고 있을까요? 베체트병은 이 질환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발표한 터키의 피부과 의사 이름을 붙인 것입니다. 다른 질환에 비해 발병 빈도가 낮아서 희귀 질환으로 구분합니다.
지역과 인종별로는 미국‧유럽 등 서양보다 아시아를 포함한 과거 실크로드 지역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됩니다.
강북삼성병원 류마티스내과 은영희 교수는 "베체트병은 전신 혈관에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어서 증상이 신체 곳곳에 다양하게 발생한다"며 "입속 구강 궤양이 가장 먼저 찾아오는데 눈의 염증, 음부 궤양, 여드름 같은 피부 병변 등이 동반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같은 증상들은 비슷한 시기에 동시에 나타나거나, 몇 년 동안 단계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한국의 베체트병 환자 ‘여성이 64%’
베체트병에 대한 인식이 아직 높지 않은 가운데 환자가 점차 증가하고 있어서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베체트병으로 진료 받는 환자는 서서히 늘고 있습니다. 2022년 한 해 진료 환자는 1만9211명으로, 10년 전인 2013년보다 약 11% 많아졌습니다.
이 수치는 베체트병으로 새롭게 진단받는 환자는 감소 추세지만, 유병 환자가 증가한데 따른 것입니다.
남녀비는 일반적으로 비슷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성별 환자 비율을 보면 여성이 약 64%를 차지해서 남성보다 2배 정도 많습니다. 연령별로는 40대부터 급증하기 시작해서 60대까지 환자가 집중돼 있습니다.
40~60대 환자가 전체 환자의 약 77%나 차지해서 환자 10명 중 8명에 이르기 때문에 중‧장년 여성이라면 관심을 가져야 할 질환입니다.
▶증상 발생 부위 따라 심각한 합병증 동반
배체트병에 따른 입속 궤양이나 피부 문제는 대부분 회복돼서 큰 후유증이나 장애가 남진 않습니다. 하지만 증상이 나타나는 신체 부위에 따라 심각한 합병증이 동반될 수 있어서 문제입니다.
은영희 교수는 "눈에 포도막염이 찾아오면 뿌옇게 보이면서 충혈‧통증이 발생한다"며 "증상이 지속하면 시력을 잃기도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뇌의 염증이나 드물게 뇌졸중을 일으키는 ‘신경베체트병’, 혈전증‧동맥파열을 부르는 ‘혈관베체트병’은 생명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베체트장염’은 장출혈과 장천공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발병 증상 & 합병증에 따라 약물로 개선
은영희 교수는 "베체트병의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며 "현재까지는 우리 몸을 보호해야 할 면역 체계가 신체를 공격하는 면역 문제의 영향이 큰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외에 세균‧바이러스 감염, 유전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줘서 나타나는 것으로 추측합니다. 베체트병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 중 ‘HLA-B51’과의 관련성은 약 20%인 것으로 보고됩니다.
만성 염증성 질환인 베체트병이 지속하면 △실명 △뇌의 염증 △동맥파열 등 심각한 합병증과 연관될 수도 있기 때문에 의심 증상이 있으면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합니다.
베체트병이 의심되면 △궤양 △피부 병변 △눈 염증 등 발생한 다양한 증상을 종합적으로 살펴서 진단합니다.
구강 궤양의 흔한 원인에는 아프타성 구내염 같은 다른 질환도 있어서 베체트병에 해당하는 증상을 얼마나 갖고 있는지가 베체트병 진단에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베체트병으로 진단 받아도 증상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바탕으로 건강한 일상생활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치료는 증상과 합병증 여부에 따라서 △콜히친 약물 △스테로이드 제제 △면역억제제 △소염제 등으로 치료합니다. 약물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어서 의사와 상의 후 복용해야 합니다.
은영희 교수는 "아울러 베체트병은 피로하면 악화하는 경우가 많다"며 "평소 스트레스를 줄이고, 충분한 휴식 시간과 숙면을 취하는 것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 Doctor's Pick!
베체트병은 여성 환자 비율이 높고, 가임기 여성에게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다행히 약물 치료를 받아도 임신‧출산에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치료에 사용하는 콜히친 약물은 최근 연구에서 안전 것으로 보고됐습니다. 하지만 임신 준비 한 달 전 중단하는 것이 더 안전할 수 있어서 미리 의사와 상의해서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