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찾아오는 치매’. 황반변성, 당뇨망막병증과 함께 3대 실명 질환인 ‘녹내장’을 이르는 말입니다. 녹내장은 시신경이 버틸 수 있는 안압보다 상대적으로 더 높은 안압의 영향으로 눈 속 시신경이 손상되고, 점차 시야가 좁아져서 실명에 이를수 있습니다.
특히 손상된 시신경은 재생되지 않아서 남은 시신경을 잘 유지·관리해야 하는 질환입니다.
하지만 발병 초기에는 증상이 없기 때문에 인지하지 못하다가 많이 진행돼 증상이 악화한 후 진단 받는 환자가 많아서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증상이 없을 때도 정기적인 안과검진을 통해 초기에 발견해서 치료해야 합니다.
녹내장은 인구 고령화, 만성 질환 증가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또 근시 증가와 함께 젊은 나이에 발병하는 환자 비율도 적지 않아서 모든 연령대가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눈의 안압이 정상이면 녹내장으로부터 안전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한국인은 오히려 정상 안압 녹내장이 많아서 이 질환에 대해 잘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진단 후 시력을 지키려면 평생 치료‧관리가 필요한 녹내장 원인과 증상 특징, 치료‧관리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점차 시야 좁아지다 실명하는 질환
강북삼성병원 안과 김준모 교수는 "녹내장은 가랑비에 옷 젖듯이 서서히 악화하는 실명 질환"이라며 "증상이 심해지기 전까지는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시신경이 천천히 손상되면서 시야가 좁아진다"고 설명했습니다.
때문에 시력이 뚝 떨어지거나, 실명을 앞두고 진단 받는 환자가 적지 않습니다. 녹내장을 ‘소리 없는 시야 도둑’으로 부르는 이유입니다.
특히 국내에서 점차 녹내장 환자가 늘고 있어서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녹내장으로 진료 받은 환자는 최근 5년간 24% 증가해, 2021년 한 해에 108만29명의 환자가 진료받고 있습니다. 녹내장 환자의 질병 인식률이 25%를 넘지 못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아직 발견되지 않은 나머지 3배의 환자가 자신이 녹내장인지 모르고 병을 키우고 있는 현실입니다.
40세 이상 인구의 4.7%(남성 5.5%, 여성 3.9%)가 녹내장 환자라는 보고가 있으며, 환자는 중‧노년층에서 비율이 높은데, 50~70대가 약 67%여서 환자 3명 중 2명에 이릅니다.
하지만 20~40대 젊은 층 환자도 전체 환자의 약 24%를 차지해, 환자 4명 중 1명이어서 방심하면 안 됩니다.
김준모 교수는 "최근 우리나라에서 녹내장 환자가 꾸준히 늘고 있는 이유는 인구 고령화, 당뇨병·고혈압 같은 만성 질환, 건강검진 증가 등의 영향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외에도 △높은 안압 △가족력 △근시 △다이어트 등에 따른 영양 부족 △호르몬 변화 등이 녹내장 발생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고됩니다.
▶발생 원인 & 방수 배출길에 따른 ‘녹내장 종류’
시야를 좀 먹는 녹내장은 발병 원인 또는 방수 배출길 이상 유무에 따라서 종류를 구분합니다.
우선 원인에 따라 살펴보면 △속발 녹내장 △원발 녹내장 △선천 녹내장이 있습니다. 속발 녹내장은 다른 질환에 따른 후유증으로 생긴 것입니다.
원발 녹내장은 눈에 특별한 이상 없이 발생한 것이고, 선천 녹내장은 태어날 때 방수 배출 길이 완성되지 못한 경우입니다,
아울러 방수 배출길 이상 유무에 따른 녹내장은 크게 △개방각 녹내장 △폐쇄각 녹내장이 있습니다.
개방각 녹내장은 방수 유출 경로인 우각이 열려 있으면서 정상 안압 녹내장 환자들이 해당합니다. 폐쇄각 녹내장은 방수 유출길이 막힌 경우입니다.
▶눈 속 압력 증가하며 시신경 손상
녹내장 주요 발병 원인은 눈 속 압력(안압) 증가에 따른 시신경 압박 및 손상입니다. 일반적인 눈의 정상 안압은 10~21㎜Hg입니다. 그러나 급성 폐쇄각 녹내장의 경우 70㎜Hg 이상까지 상승합니다.
안압이 높아지는 원인은 눈 속에서 매일 만들어져서 배출되는 액체인 ‘방수’에 있습니다. 방수는 눈에 영양분 공급 및 불순물을 걸러낸 후 눈 양쪽 바깥으로 배출돼야 합니다. 하지만 방수가 배출되는 순환로가 원활하지 않으면 안압이 상승합니다.
김준모 교수는 "특히 눈의 방수 배출구가 갑자기 꽉 막히는 ‘급성 폐쇄각 녹내장’이 발생하면 더 위험하다"며 "3일(72시간) 내에 배출구를 뚫지 못하면 실명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럼 정상 안압이면 녹내장 위험이 없을까요? 동‧서양인 등 인종에 따라서 안압이 녹내장에 미치는 영향에 차이가 있습니다.
서양인은 안압 상승에 따른 녹내장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한국‧일본 등 극동아시아인 정상 안압 녹내장 환자 약 70~90%를 차지합니다.
김준모 교수는 "안압이 정상인과 비슷한 수준에 있더라도 시신경이 약하면 높지 않은 안압에도 시신경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안압 이외에 시신경을 약화시켜서 녹내장 발생 위험을 증가시키는 요인은 △나이 △근시 △대사증후군 △호르몬 이상 △유전자 이상 등이 있습니다.
근시의 경우 시신경 손상에 관여해서 녹내장 발생과 연관성이 높다는 연구결과들이 많습니다. 국내 젊은 층 중 근시 비율은 80%를 넘는 것으로 집계됩니다.
가족력도 중요한데, 직계가족 중 녹내장 환자가 있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녹내장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시신경 손상 부위별로 증상 달라
초기 증상이 거의 없는 녹내장은 시신경이 어느 정도 손상돼 악화한 후 시야에 이상이 생기면 감지하게 됩니다. 시야가 손상된 부위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중심 시야’가 손상되면 사람 얼굴의 눈‧코‧입 등이 뭉개져서 뚜렷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증상이 심하면 지인도 가까이 마주하기 전까지 얼굴을 알아보기 힘듭니다.
‘주변부 시야’에 문제가 생기면 자동차를 운전할 때 옆에서 끼어드는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 힘듭니다.
‘위쪽 시야’가 손상되면 위쪽 사물이 안 보여서 머리를 자주 부딪치게 됩니다. 증상이 악화하면 글자를 잘 읽을 수 없습니다. ‘아래쪽 시야’에 문제가 발생하면 계단이 잘 안 보여서 내려가기 힘들어집니다.
▶되돌릴 수 없는 시신경, 조기 치료 중요
눈의 시신경은 한 번 손상되면 다시 건강하게 되돌릴 수 없습니다. 때문에 녹내장은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녹내장 진단을 위해선 시신경검사, 시야검사 등을 진행합니다. 녹내장 진단 시 치료 목표는 안압을 낮춰서 시신경에 가해지는 압력과 스트레스를 줄이고 병의 진행을 늦추는 것입니다.
녹내장 치료법은 크게 △약물 △레이저 △수술 등이 있습니다. 우선 안약으로 높아진 안압을 개선하며, 효과가 없으면 레이저 및 수술 치료를 병행합니다.
김준모 교수는 "수술 치료 효과의 지속 기간은 보통 5~10년"이라며 "보조적으로 혈류개선제‧항산화제제를 복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내장을 예방하고 진단‧치료 후 증상 악화를 막으려면 안압을 높이는 상황을 줄이고, 정기적인 녹내장 검사가 필요합니다.
또 당뇨병‧고혈압 등 만성 질환자는 악화하지 않게 잘 관리하고, 유산소 운동도 꾸준히 해야 합니다. 아울러 평소 어두운 장소에서 스마트폰 사용, 독서 등 근거리 작업을 피합니다.
※ Doctor's Pick!
녹내장은 3대 실명 질환 중 하나이며, 국내에서 환자가 점차 늘고 있습니다. 때문에 현재 녹내장이 없어도 40세 이후 1~2년마다 1회 검사가 권고됩니다. 특히 녹내장 가족력,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 -6 디옵터 이상 고도근시면 더 일찍 시행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