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무개념 의사들이 수술실에서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비의료인에게 대리 수술을 맡기는 문제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달 25일 의료기관 수술실에 CCTV 설치가 의무화된다. 하지만 그동안 반대 입장을 고수한 의료계의 마지막 저항이 거세다.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가 의료진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필수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 법제화 반대 목소리를 끝까지 내고 있다.
특히 대한의사협회(의협)는 5일 오전, 헌법소원 진행을 위한 청구인을 모집하고 해당 의료법 개정 조항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서 및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대한병원협회(병협)도 함께하며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한 반대 입장 표명에 힘을 실어줬다.
반면 의료계 일부에선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앞서 시범 운영하며,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가 더 높아졌다는 설문 결과를 발표한 바 있어서 의료계 내부에서도 수술실 CCTV에 대한 온도차가 크다.
▶“불가피한 환자 신체 접촉도 성범죄로 오인”
그동안 의협은 수술실 CCTV가 설치돼 운영되면 △수술에 참여하는 의료인 등에 대한 민감한 개인정보 유출 △의료인과 환자 간 신뢰 붕괴 △직업수행의 자유 △초상권 등 헌법상 기본권 침해가 우려된다고 주장해 왔다.
또 의협은 수술실 CCTV 설치 의무 법제화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사안인 만큼, 의사의 원활한 진료 행위가 위축돼 최선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많은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었다.
특히 수술실 CCTV로 인해 의사와 환자 간 신뢰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며, 최적의 수술 환경 조성이 불가능해서 결국 방어 진료를 야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5일 의협 이필수 회장은 “CCTV 촬영은 수술을 시행하는 의사가 갖고 있는 고유의 수술 술기나 노하우를 노출시키고, 불가피하게 환자의 신체를 접촉하는 것임에도 성범죄로 오인하게 만들 수 있다”며 “수술 중 파악한 환자의 상태대로 적극적으로 치료를 해도 오히려 의료과실로 잘못 비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또 “법안이 시행되면 의료인은 후유증 등의 발생 위험을 염려해서 적극적인 치료를 기피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우리 국민이 최선의 진료를 통해 건강을 회복하거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병협 윤동섭 회장도 “현재도 외과‧흉부외과‧산부인과 등은 전공의 지원자가 정원에 미달해서 필수 의료 붕괴가 우려돼, 필수 의료 과목에 대한 각종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그런데 수술실 CCTV 의무 설치로 오히려 필수 의료 붕괴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 명확하다”고 밝혔다.
윤 회장은 이어 “환자들도 밝히고 싶지 않은 자신의 건강과 신체에 관한 민감한 정보가 녹화돼, 인격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해킹 범죄에 따른 환자의 민감 정보, 수술을 받는 환자의 신체 모습 등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환자‧의사 신뢰 회복 계기 됐다”
의료계가 모두 CCTV 설치 의무화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의료기관은 이미 자발적으로 수술실 CCTV를 설치해서 시범 운영했으며, 그 결과도 긍정적인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보건복지부 지정 인증 의료기관인 힘찬병원은 2021년 한 달 이상 수술실에 CCTV를 설치‧운영한 후 의료진‧환자·보호자의 만족도를 조사해서 발표했었다.
힘찬병원은 부평점‧목동점‧강북점‧창원점 등 4개 지점 총 25실의 모든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 운영했다.
설문 조사에는 부평‧목동‧강북 힘찬병원 의료진(의사, 수술실·마취과 간호사) 147명, 수술 받은 환자 및 보호자 101명이 참여했다.
힘찬병원에 따르면 의료진 10명 중 4명은 환자와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계기로 받아들였다. 환자‧호보자는 80%가 수술하는 모습을 직접 시청하거나 녹화할 수 있다는데 만족스러워 했다.
즉 수술실 CCTV 운영이 환자·의료진 모두 ‘상호 신뢰’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한편 지난 6월에는 노인요양시설,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 등 장기요양기관에 CCTV 설치가 의무화돼서 노인 학대 및 질 낮은 서비스를 감시‧관리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복지부는 장기요양기관 CCTV 설치로 노인들이 보다 안전하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