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비밀 번호를 자꾸 잊고, 최근에 있었던 일이 기억나지 않는 상황이 반복하면 퇴행성 뇌 질환인 치매를 의심한다.
하지만 치매와 증상이 비슷한 ‘정상압 수두증’인 경우도 있기 때문에 감별해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상압 수두증(물뇌증)’은 뇌 안에 액체로 차 있는 뇌척수액의 불균형 탓에 정상보다 많은 양의 물이 차는 증상이다.
이 영향으로 치매 같은 증상이 생기는데, 70세 이상 노인 100명 중 약 2명에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된다.
주요 증상은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워져서 발을 넓게 벌리고, 작은 보폭으로 발을 질질 끈다. 또 넘어지는 일이 잦고, 균형 잡기도 힘들다.
아울러 소변을 참지 못해서 화장실에 가기 전에 요실금으로 옷에 실수를 한다. 인지기능 저하‧무기력증이 동반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상압 수두증’은 치료가 어려운 치매와 달리 얼마든지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다. 때문에 증상이 의심되면 병원 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 ’정상압 수두증‘ 자가진단 해보세요
1. 다리에 기운이 빠지는 것 같고, 걸어 다니면 쉽게 피로하다
2. 걸음 걷는 속도가 느려지고, 보폭이 짧다
3. 발바닥을 바닥에서 떼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4. 몸의 중심을 잡지 못해서 자꾸 앞으로 넘어지는 모습을 보인다
5. 손이 떨리거나 섬세한 손 운동을 하지 못하고, 글을 잘 쓰지 못한다
6. 소변을 잘 가리지 못하는 요실금이 있다
7. 집중력‧기억력이 많이 떨어진다
8. 복잡한 행동을 잘하지 못하는 수행 장애를 보인다
9. 말수가 적고 무관심한 모습을 보여서 우울증과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국소 마취 후 허리 통해 뇌척수액 뽑아
정상압 수두증 진단은 우선 뇌 컴퓨터단층촬영(CT) 또는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통해 뇌척수액이 있는 뇌실이 커진 것을 확인한다.
이어 요추 사이에 주사 바늘을 꽂아서 30~50cc의 뇌척수액을 허리에서 뽑은 뒤 걸음걸이, 요실금, 인지기능 저하 같은 증상이 개선됐는지 확인해서 확진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중앙대학교병원 신경외과 박용숙‧이신헌 교수팀은 경북의대 박기수 교수와 협업으로 지난 8월 초부터 ‘정상압 수두증'으로 진단된 환자에게 기존 '뇌실-복강 단락술'과 함께 국소마취를 통한 '요추-복강 단락술'을 실시했다.
정상압 수두증의 일반적인 치료법은 '뇌실-복강 단락술'이다. 전신마취 후 두개골에 구멍을 내고, 플라스틱 관인 ’션트 튜브‘를 이용해서 과다한 뇌척수액이 나갈 수 있는 우회로를 만들어 뇌실에서 복강으로 빼내는 방법이다.
'요추-복강 단락술'은 '뇌실-복강 단락술'과 달리 허리에서부터 복강 내로 우회로를 연결하는 수술법이다. 국소 마취로 진행할 수 있어서 전신마취 고위험군 환자에게도 수술이 가능하다.
중앙대병원 신경외과 박용숙 교수는 “정상압 수두증은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어서 조기에 증상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검사를 시행해 선별해야 한다”며 “'뇌실-복강 단락술'과 '요추-복강 단락술'을 병행해서 각각의 수술 장점을 살리면 정상압 수두증 환자의 맞춤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상압 수두증‘은 치료되는 질환이지만, 치매의 원인 질환인 알츠하이머병‧파킨슨병으로 오인해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65세 이상 연령에서 △걸음이가 느려지고 △기억력이 저하되며 △배뇨장애가 있으면 검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