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현상과 맞물려 고위험 임신과 고령 임신 비율이 늘고 있다. 임신 합병증에 따른 스트레스와 임신 중 겪는 어려움으로 산전‧후 우울증을 진단 받는 사례도 증가 중이다.
특히 산모 우울증은 육아 기피, 아동 학대 등 다양한 폐해를 초래할 수도 있는 문제여서 예방‧관리가 중요하다.
다양한 연구에 따르면 산모와 아기의 강한 유대감이 산후 우울증과 불안을 막는 역할을 한다.
최근 분당서울대병원 산부인과 박지윤‧김현지 교수, 정신건강의학과 명우재 교수 연구팀이 출산 전 임신부가 휴대폰으로 가상 현실(VR) 3D 태아 영상을 자주 보는 것만으로도 태아와 유대감이 커지고, 우울감도 줄인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이번 연구는 지난 3월 ‘의학인터넷연구학회지(Journal of medical internet research)’에 게재됐다.
박지윤 교수 연구팀은 VR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서 임신부가 임신 상태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 태아에 대한 애착을 높이고 우울감을 낮출 수 있는지 확인했다.
연구팀은 2021년 6월부터 산전 관리를 위해 분당서울대병원을 방문한 임신 20주 이상의 임신부를 대상으로 무작위배정 임상시험을 시행했다.
임신부는 VR 시험군과 대조군으로 나눠서 각각 40명씩 배정했다. 모든 참여자들에게는 약 6주간 권장 식단을 비롯해 산전 관리 방법에 대한 정보가 제공됐다.
또 임신부가 직접 △체중 △혈압 △혈당 수치 등 개인 건강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는 모바일 앱을 사용토록 교육받았다.
다만 VR 시험군은 태아 초음파 검사 영상에 가상현실 기술을 접목해서 태아의 3차원 입체 영상을 모바일앱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관찰하고, 아기의 얼굴 등 신체 부위를 확대해서 보는 것도 가능하게 했다.
대조군은 산전검사 일환으로 태아 초음파는 동일하게 시행했지만, VR 영상은 주어지지 않았다.
두 그룹 모두 태아 초음파 전후 태아에 대한 애착 수준에 대해 확인할 수 있는 설문을 진행했다.
그 결과 두 그룹의 나이‧교육수준 등 인구통계학적 특성은 비슷했고, 평가 항목에도 대부분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하지만 태아와의 상호작용을 평가하는 설문에서 VR 시험군의 애착점수 증가폭은 0.4점으로 대조군의 0.1점보다 4배나 높았다.
각 그룹에서 태아와 상호작용 점수가 증가한 산모의 비율도 VR 시험군의 경우 43%로 대조군의 13%에 비해 많았다.
또 VR 시험군에서 태아 모습에 대한 상상 및 지각 정도가 큰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산부인과 박지윤 교수는 “이번 연구는 첨단 기술을 이용해서 사실적으로 재현된 태아의 모습을 임신부가 수시로 관찰할 수 있게 해서 태아와의 유대감 형성과 마음건강에 기여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한편 분당서울대병원은 2017년 고위험산모신생아통합치료센터로 지정됐다. 이후 정신건강의학과와 협업해, 조산에 대한 불안감이 높은 고위험 임신부를 대상으로 산전‧후 우울감에 대한 평가를 진행한 바 있다.